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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치솟는 국내 고통총량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美 8월 일자리 140만개 늘어났지만

레저분야는 팬데믹 전보다 25%↓

추가 실업수당 등 지원금 7월 종료

수백만 미국인 체감고통 커져만 가

폴 크루그먼




지난 7월에 비해 당신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는가.

주가는 뛰었고 일자리는 ‘8월’에만 100만개 이상 늘었다. 이달로 끝나는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 역시 미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세를 가리킨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모든 주식의 절반 이상은 소득 최상위권 1%에 속한 미국인들의 몫이다. 하위 50% 그룹이 보유한 주식은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증시와 달리 일자리와 GDP는 경제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의 요체가 아니다. 일부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은 경제학이 근본적으로 수치에 관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학문임을 종종 망각한다. 필자 역시 데이터를 선호한다. 그러나 경제의 성공은 비인격적인 통계가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를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사실상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미국인들의 살림살이는 이전에 비해 훨씬 나빠졌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약 3만명의 미국인들과 병에서 회복된 후 장기적인 후유증에 시달리는 숱한 시민들의 삶은 분명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하강곡선을 그리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지만 단언하기는 이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잃은 후 아직껏 회복하지 못한 수백만 가구의 경제상황은 예전에 비해 크게 열악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연방재난지원금 덕분에 경제봉쇄 이후 초반 몇 달을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긴급지원금 지급이 대부분 7월 말 종료되면서 국내고통총량(GDM·Gross Domestic Misery)은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보고서에 관해 얘기해보자.

공식 월간 일자리 통계와 관련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통계치가 해당 월 둘째주에 실시되는 설문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앞서 필자가 ‘8월’에 인용부호를 사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요일의 고용보고서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8월12일께 노동시장 상태를 찍은 스냅 사진이다.

각종 민간 데이터는 일자리 증가세가 7월 말 이후 둔화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주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될 다음 고용보고서는 아마도 금요일에 발표된 것보다 훨씬 악화한 노동시장의 상황을 보여줄 것이다.



8월 고용보고서의 140만개의 일자리 증가는 분명 인상적이다. 그러나 2월과 비교하면 아직 1,100만개의 일자리가 모자란다.

팬데믹이 불러온 경기침체의 최대 피해자는 레저와 접대 분야 종사자들이다. 요식업을 포함한 이들 업종의 고용은 팬데믹 이전보다 25% 격감했고 실업률은 1년 전보다 4배 이상 높은 20%를 웃돈다.

8월 고용보고서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상승이다. 팬데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로 대거 복귀하면 평균임금은 자연히 떨어진다. 5월과 6월 노동자 평균임금은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 지금 평균임금이 상승했다는 것은 일자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노동현장에 복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아직도 경제가 회복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비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본 미국인들에게 제공됐던 임시 안전망은 찢겼다.

3월에 제정된 경기부양 패키지는 실직자에게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을 제공했다. 이 같은 추가 실업수당은 실직자들을 극심한 경제적 고통에서 건져내고 빈곤율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추가 실업수당이 7월31일로 종료됐고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선거일 전까지 지원을 재개할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당 3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을 지급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혜택을 받는 실직자들조차 충분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수백만명의 실직자들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는 경제 통계치를 거론하기 전에 그것이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통계자료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일자리 100만개 증가가 100만개 감소보다 낫고 GDP도 성장하는 게 낫다. 그러나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숫자와 미국인들이 살아가는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특히 지금이 그렇다.

경제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트럼프와 그의 우군들이 내린 정치적 결정으로 말미암아 어려운 시간과 마주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느끼는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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