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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가 균형 이룰 때 자유와 번영이 온다

■[책꽂이]좁은 회랑, 시공사 펴냄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공저





지난 2012년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대런 애쓰모글루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내놓은 책이다. 전작에서 국가 번영을 위한 조건으로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강조했던 이들은 신간에서 사람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둘 다 강해야 하며, 동시에 균형을 맞추며 같은 속도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동체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을 억제하고, 법을 집행하면서 필수 공공재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국가가 제어 불가능한 리바이어던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결집력을 가진 사회가 필요하다. 또 국가와 사회가 상호 견제 하에 경쟁하며 때로는 협력을 해야 둘 다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질과 양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좁은 회랑은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이다./사진=시공사




책 제목 ‘좁은 회랑(Narrow Corridor)’은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공간을 뜻한다. 문이 아니라 기다란 회랑인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일은 일회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회랑이 좁은 까닭은 그만큼 균형을 이루기가 힘들며, 회랑 곳곳의 틈을 통해 국가나 사회가 튕겨 나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책은 국가와 사회 간의 힘의 균형에 따라 갈라졌던 여러 시대, 지역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을 넌지시 알려준다.

책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출간됐지만, 신종 바이러스로 혼돈에 빠진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절박한 위기의 순간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국가의 우산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국가의 조정 기능이 과잉 상태가 되거나 함량 미달일 경우 사람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사회가 지고 있는 응집력과 회복력, 국가와의 상호 작용 역량도 중요하다. 좁은 회랑을 통과해 전진하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더 주목받는 시대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팬데믹 초기 한국 정부와 사회의 협응력에 주목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중국의 독재체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대응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우리는 두 가지 악(惡) 중 한 가지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자들은 “기반이 무너지는 공공 의료 체계와 우리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는 드론들 사이에서 차악을 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3만6,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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