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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66> ‘내로남불’로 입국 봉쇄하더니…경기회복 아쉽자 슬그머니 門 열어

■中의 코로나 대응이 비판받는 이유

지난 10일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 공항에 전세기로 도착해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우리 교민들을 주중 한국대사관과 베이징 한국인회 관계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스자좡=최수문기자




지난 9월 10일 중국 허베이성 성도인 스자좡 공항에서 주중 한국대사관과 베이징한국인회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중국에 도착한 교민들을 대상으로 작은 환영행사를 열었다. 한중 국제선 항공편의 일부 확대, 기업 전세기의 증편에 이어 이날은 교민들이 직접 마련한 전세기가 처음 중국 공항에 도착한 날이었다.

교민 146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출발한 전세기가 이날 스자좡 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모두 공항에서 중국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후 지정격리 시설로 이동했다. 그동안 까칠하게만 행동했었던 중국 당국이 교민단체의 환영행사까지 허용해 준 것은 나름대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스자좡시가 착륙 허용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물론 환영단의 도착 승객과 근접 행동은 철저히 금지됐다. 관계자들은 멀찍이서 플래카드를 흔들고 환영 인사를 했을 뿐이다. 이달 초에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전세기 3대가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600여명의 직원과 교민들을 입국시킨 것을 제외하면 아직 베이징과 한국을 잇는 직항편은 없는 상황이다. 수도 베이징의 방역에 민감한 중국 당국이 수도에 외국인이 직접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날 전세기도 베이징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의 스자좡에 착륙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는 연간 최대 1,284만명(2016년 기준, 한국관광공사 집계)의 인적 교류를 과시하던 한중 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한중 관계 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단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발병이었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퍼지면서 각국이 중국발 입국을 규제하자 강력 항의한 중국은 자국에서 진정세가 유지되고 해외에서 오히려 창궐한다는 이유로 거꾸로 이번에는 중국 문을 닫아 걸었다. 국제적인 비난이 쇄도했지만 중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이없이 이제는 중국이 선별적으로 국경 문을 열면서 각국의 친중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기자는 한국에서 설날을 보내기 위해 지난 1월24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었다. 한국행 비행기는 승객들로 꽉 찼었다.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창궐 소식이 국제뉴스로 잇따라 전해지고 있었고 한국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아직 베이징 공항이나 인천공항에서의 심각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평상시대로 출국과 입국 수속을 마치고 한국에 입국했다.

심각성은 중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서 느껴졌다. 1월26일 일요일 아침 우리 국적 항공기에 탄 승객은 기자를 포함해 10여명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전에는 늘상 북적이던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의 입국절차도 짧은 시간만 소요됐다. 당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중국에 들어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 코로나19(당시에는 ‘우한폐렴’으로 불렸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월20일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그 전날인 19일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시초였다. 이후 중국발 중국인과 한국인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인천공항이 전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본격적인 검역에 나선 것은 1월28일이다.

코로나19는 다른 나라에도 급속히 퍼졌다. 미국에서도 중국을 다녀온 미국인이 1월21일 미국 내에서의 첫 확진자로 판정됐다. 코로나19는 동남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거쳐 남미로도 확산됐다.

각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방역 장벽을 높이 쌓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국은 2주 동안에 중국에 체류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정부에게는 이것이 신경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중국 외교부는 2월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 대한 불필요한 여행 및 무역 규제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일부 국가가 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은 이해 하지만 과잉 반응을 보이거나 심지어 공황 상태를 조성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월 말은 코로나19 발원지 중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입장이 바뀐 시기다. 중국에서는 엄격한 ‘국경 봉쇄’를 통해 코로나 19가 진정되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에서는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중국처럼 강압적인 코로나 봉쇄 대책을 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서 한국인 입국자를 강제격리하기 위해 방역인력들이 승객들을 버스에 태우고 있다. /웨이하이 한인회 제공


그러던 2월25일 한중 관계에도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국인 승객 19명을 포함해 인천발 항공 승객 160여명을 호텔 등 지정시설에 강제 격리했다. 이후로 지금까지 반년 이상을 이어지고 있는 해외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한 ‘격리’의 시작이었다. 이후 중국내 다른 도시들도 잇따라 한국인에 대한 강제 격리에 나섰다. 중국이 입국자 격리와 관련해 한국 측에 사전 협의를 요청한 적은 없었다.

한국내 여론은 ‘적반하장’ ‘배은망덕’ 등의 비난으로 들끓었다. 한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서 입국 금지도, 격리도 하지 않았었다. 더욱이 이때까지도 마스크 등 중국에서 부족한 방역 물품을 지원해주고 있었다. 특히 웨이하이시의 강제 격리조치는 앞서 ‘감염 확산을 막는데 필요한 방역 물품을 보내달라’고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인천시는 19일에 마스크 2만개를 이 도시에 보내주기까지 한 직후에 발생해서 더 논란이 됐다.



중국의 ‘상호주의 원칙’ 등 국제관례 무시는 3월 말에 절정에 달했다. 중국 외교부는 3월 26일 밤 11시께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기존에 유효한 비자와 거류허가를 가진 외국인도 겨우 하루 뒤인 28일 0시부터 중국에 입국할 수 없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해외로부터 봉쇄한 조치였다. 외국인이 코로나19를 갖고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였다. 기자의 가족도 당시 이 조치로 한국에서 발이 묶였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 항공편도 대폭 줄였다. 모든 항공사가 일주일에 단 한 개 노선만 취항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오가는 국제 항공편은 작년 평균의 1%로 급감했다. 비자가 있어도 중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역시 국제 항공편 운항은 국가간 상호 협의를 거친다는 관례를 완전히 무시한다는 조치였다.

이러한 조치들로 중국에서 생활기반을 갖고 있던 우리 기업인과 교민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이전에 다른 나라들이 왕래를 차단하는 것은 공황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었다’는 지적에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여러 국가의 방법을 참고해 부득이하게 취한 임시 조치”라고 변명하고 나섰다.

최근 중국이 국경 봉쇄를 다소나마 풀려고 한 것은 타국민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는 자국 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평가다. 코로나19 봉쇄를 통해 점차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 결과로 중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8%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최악의 동란이라고 평가받는 1976년 문화대혁명(문혁)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철도·도로·공공시설 등 인프라투자를 확대하면서 2분기 성장률은 3.2%로 끌어올렸지만 소비회복 등 경제정상화는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지난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겨우 0.5% 증가했을 뿐이다. 작년 8월의 이 지표 증가율은 7.5%였다.

지난 3월16일 입·출국자가 줄어 텅비어 버린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방역인력들이 터미널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후 중국은 자국에 필요한 기업인 입국 규제부터 풀기 시작했다. 바로 5월부터 한국에 허용한 기업인 패스트트랙(입국절차 간소화) 조치다. 기업인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또한 입국 후 2주간의 격리조치도 완화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정기편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이 운용하는 전세기를 일부 허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진일보적 조치는 지난 8월5일부터 한국에 대해 적용하기 시작한 기존 유효한 거류비자 소지자나 취업자, 유학생에 대한 비자 일부 발급 재개다. 이를 통해 지난 한달여 간 매일 200~300명의 한국인이 중국 입국비자를 받고 있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항공편이 문제다. 한중 정기 국제항공편은 16일 재개된 인천~우한 노선을 포함해 주당 20여회에 불과한데 이는 작년의 2% 내외다. 베이징으로 직접 도착하는 정기항공편도 없다. 중국 국적 항공기는 한 번도 인천공항에 착륙 못한 적이 없지만 한국 국적 항공기는 베이징에 지난 반년간 발을 딛는 것이 거부되고 있다.

아쉬운 한국이 ‘우물을 파야 하는’ 걸까. 한국 정부와 기업, 교민들은 전세기라도 중국 허가를 받기에 애쓰고 있다. 지난 10일 허베이성 스자좡 공항에 내린 전세기가 그런 종류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과 달리 중국의 책임을 묻는 한국 외교 관계자는 없다시피 하다. 한 관계자는 “그나마 입국과정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한국을 상당히 배려한다”고 저자세를 보이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국내 사정을 이유로 국제협정과 관례를 무시하는 중국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의 일방적인 국경 봉쇄로 피해를 입은 외국인들의 악감정은 여전히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후 지난 15일 현재까지 한국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입국한 사람 가운데 중국 당국이 집계한 코로나19 확진자는 달랑 1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한국에 거주하던 중국인이다. 반면 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발 한국행 입국자 가운데 확진자는 23명이나 됐다. 물론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적이 없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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