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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 "檢, 사회 시스템 뒤엎어...대한민국 법치 심각한 훼손"

■서경펠로 등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강행...사법 원칙 흔들려

상처입은 기업 경쟁력 다시 만회하려면 수배이상 노력 필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삼성의 미래,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10명이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또다시 사법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서울경제는 서경 펠로(자문단)와 경영 및 반도체 분야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이번 검찰의 기소가 삼성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검찰은 지난 1일 삼성의 수뇌부를 기소하면서 2015년 제일모직(옛 에버랜드)과 삼성물산(028260)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검찰은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 사이의 ‘말 바꾸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부정 사건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드러나게 된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7일 본지가 접촉한 서경 펠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이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원칙 없는 잣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한 것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에 대한 금융감독원·증권선물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판단이 여러 차례 뒤집혔다는 점에 주목하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법치주의(Rule of law)가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서경 펠로인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사법적 판단은 질서와 원칙,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오히려 검찰은 불확실성을 더욱 강화했다”며 “만약 어떤 제도가 틀렸다고 판단한다면 그걸 고치고 나서 적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는 그대로 있고 검찰이 (제도를 따른 기업이) 문제라며 기소를 하면 시스템을 뒤엎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도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건에 대해 결론을 세 번이나 뒤집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었고 회계 전문가들조차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며 “이번 기소는 한국의 법치에 심각한 훼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6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에 대해 분식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017년 외부 평가상 문제가 없었다고 한 차례 결론을 내렸지만 이후 참여연대의 특별감리 요청 등이 이어지자 이듬해 회계위반으로 판단을 뒤집었고, 증권선물위원회는 고의분식이라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다양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수사심의위를 통해 수사팀의 확증 편향적 판단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사심의위 다수가 권고한 불기소 방안은 검찰의 선택지에서 지워졌다. 노 전 위원장이나 이 교수는 검찰과 금융 당국의 이 같은 갈지자 행보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짚은 것이다.



서경 펠로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검찰의 칼날 앞에 선 삼성은 곧 한국 기업이 마주한 사법 리스크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전 전 위원장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항상 사법 리스크를 말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많다”며 “사법 당국의 판단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적지 않은 숫자의 대표 기업인들이 사법 문제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는 투자에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전 전 위원장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고 불확실성 요인이 많은 이 시기에 긴 안목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해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할 기업인의 대표가 바로 이 부회장”이라며 “삼성이라는 기업집단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0년 반도체 전문가’도 삼성전자의 리스크가 국내 반도체 산업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기술투자와 연구개발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그는 “마라톤을 뛰다가 멈추면 다시 못 뛴다”며 “삼성전자가 한번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기회를 잃으면 다시 이를 만드는 데 수배 이상의 노력이 든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말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에서 메모리반도체 연구소장을 지냈던 그는 2000년대 부실기업이었던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됐던 사례를 들었다. 박 명예교수는 “사고파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새롭게 만드는 것은 5~10배의 노력이 든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며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빅딜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박 명예교수는 매 순간 삼성전자의 대응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잘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3~5년 뒤에는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오너 중심의 경영이 단점도 있지만 고객사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와 공급이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박 명예교수는 사법 리스크에 갇힌 삼성전자의 미래를 두고 국가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능력에 비해 회사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지적돼온 사항”이라며 “한국에 본사를 두고 막대한 세금으로 기여하는 한국 기업인 만큼 삼성전자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변수연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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