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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 문희' 이희준 "나문희 선생님 칭찬, 정말 듣고 싶었어요"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배우 이희준이 한결 힘을 빼고, 유쾌하게 돌아왔다. 지난 1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권위의식에 가득 찬 대통령 경호실장을 연기해 호평받았던 그는 ‘오! 문희’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푸근한 동네 아저씨로 180도 변신했다.

2일 개봉한 영화 ‘오! 문희’는 충남 금산의 농촌 마을을 배경을 뺑소니 교통사고의 유일한 목격자인 할머니 오문희(나문희 분)와 아들 두원(이희준)이 딸을 친 뺑소니범을 잡기 위해 벌이는 수사극이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 데에는 이희준의 공이 컸다. 울다, 웃다, 분노했다가 다양한 감정을 균형 있게 표현하며 농익은 생활 연기를 선보였다.

이희준은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진행된 비대면 온라인 인터뷰에서 “균형은 감독님이 맞춰주셨다. 나는 단지 대본을 따라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극장가이지만, ‘오! 문희’는 예정대로 개봉하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적극적으로 영화를 보러 오라고 홍보하기도 힘들다는 이희준. 그래도 개봉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먼저 인사를 전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영화를 보러 와달라고 말씀드리긴 힘들어요. 지금이라도 개봉하게 된 데 감사한 마음이죠. 전 항상 영화에서 주연이라고 생각해요. ‘미쓰백’에서도 제가 주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엔 나문희 선생님과 둘이서 완전히 영화를 이끌어 가 책임감도 막중하고 어깨도 무겁죠. 인터뷰도 취소되는 줄 알고 여행이나 갈까 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반가웠어요.”

그는 영화에서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불같은 성격의 ‘돌싱남’ 두원을 연기했다. 투덜투덜 대면서도 엄니 문희와 금쪽같은 딸 보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츤데레 캐릭터다. 이희준은 치매에 걸린 노모와 어린 딸을 데리고 사는 두원에 대해 “나라면 버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어머니 사랑해요’라며 살갑게 표현하는 건 리얼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할머니도 치매 환자신데, 어머니가 할머니한테 대하는 걸 보면 애정을 갖고는 있지만 일상의 표현은 되게 다르더라고요. 뭐가 진짜 자연스럽고,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는지를 표현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했어요. 촬영 중간에 두원의 집에서 낮잠이 들어 자다가 눈을 떴는데 ‘진짜 내가 이렇게 살고 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나 혼자 살기도 버거운 삶을 지키며 치매 엄마에 여섯 살 난 딸과 살고 있다는 게 대단하다 생각했죠. 나라면 도망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는 나문희와 이희준의 모자 케미가 관전 포인트다. 애증의 모자 관계는 티격태격하면서도 따뜻한 가족의 정이 느껴져 더 각별하다. 이희준은 대선배 나문희에게 “칭찬받고 싶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생님은 연기할 때 ‘이러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바로 말씀해 주셨어요. 오히려 불편하지 않고 선생님에게 감사했죠. 한번은 ‘희준 씨, 맛있게 표현해 봐’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무슨 뜻인지 싶었어요. ‘엄니’ 대사만 30번을 한 적이 있어요. 하다보니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죠. 최대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해내려고 애썼어요. 선생님과 같이 보낸 3개월의 시간이 정말 좋았거든요. 촬영 한 달 후부터는 진짜 엄마와 아들 같았어요. 컷해도 어머니라고 부를 정도였어요.”

대구 출신인 이희준은 두원 역을 위해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체중을 증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울었다가 화냈다가 하는 감정신도 많은데다, 논두렁을 뒹구는 진흙탕 싸움에 동물과의 액션 추격 등 열연을 펼쳤다.



“논두렁 진흙탕싸움, 동물과 액션 추격도 있고 자동차 액션도 많았는데 카 액션이 쉽지 않았어요. 차가 전복돼서 끌려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대역 없이 소화했죠. 차에 와이어를 달았지만, 뒤집힌 상태에서 2m 정도 끌려가는 걸 실제로 했어요. 컷 하고 난 뒤에 토했어요. 진짜 교통사고가 난 느낌이랄까요.”

영화는 이희준의 이미지 변신만으로도 주목할 만 하다.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강렬한 캐릭터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면, ‘오! 문희’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모습이다. 임하는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게 배우 이희준의 장점 중의 장점이다.

“항상 지금 촬영하는 영화에 젖어드는 편이예요. ‘1987’을 찍을 때는 기자 역할이었는데 늘 날이 서 있다고 와이프가 말하더라고요. ‘미쓰백’을 찍을 때는 일상에서도 형사 같았어요. 그렇게 안하려고 해도 캐릭터에 대한 상상을 계속 하다보니 눈이 변한다고 주변에서 말하더라고요. ‘오! 문희’를 촬영할 때는 억울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캐릭터의 억울한 정서가 몸에 밴 거죠. 찍을 때 마다 작품과 캐릭터에 물드는 것 같아요.”

2016년 모델 이혜정과 결혼한 이희준은 현재 9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오! 문희’를 촬영했을 당시에는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으나, 현재 육아대디가 된 입장에서 진짜 부성애를 느끼고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서는 “내일부터 다시 찍었으면”이라며 웃었다.

“당시에 저는 최선을 다했는데 아이를 낳고 영화를 보니까 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자식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두원이라는 인물은 대단한 것 같아요. 현재 아이가 9개월인데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말도 못 하고 기어 다니기만 해요. 육아를 하느라 피곤하지만, 최근엔 아들이 통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저녁에 자서 아침에 깨요. 그래서 더 예뻐보여요.(웃음)”

이희준/ 사진=CGV아트하우스


대작 ‘테넷’과 같은 시기 극장에 걸리는 ‘오! 문희’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영화다. 그는 본인 영화의 매력에 대해 “‘어벤져스’, ‘테넷’도 아니지만 금산에서 일어나는 농촌 수사극이 관전 포인트”라며 “‘테넷’을 봤는데 재미있더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큰 사건이 일어나 엄청난 범죄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사건도 없어요. 그저 소시민인 인물이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내 딸의 뺑소니범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관객분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보시면 함께 사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을 수 있는 영화예요.”

본의 아니게 이희준은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해외에서 촬영 중이던 영화 ‘보고타’가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이 중단됐다. 육아를 도맡게 된 이희준은 현재의 시간을 더 소중히 느끼고 즐기려 한다고. 이번 달 중순부터는 이성민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핸섬가이즈’ 촬영에 들어간다. 캐릭터를 위해 머리도 장발로 기르고 있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이 없어요. ‘보고타’ 촬영에서 돌아온 이후로 지금까지 수입도 없어요. 촬영 현장이 정말 그리워요. ‘남산의 부장들’ 촬영할 때 마지막 식탁에서 저격하는 장면만 일주일 정도 찍었는데, 그 많은 스태프가 한 장면에 몰입하는 순간이 멋있고 재미있었죠. 요새는 그렇게 모이고 같이 한다는 게 소중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이제 촬영을 시작하게 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임할 것 같아요. ‘보고타’에서 돌아온 이후로 육아를 계속 하고 있는데, 영화를 계속 촬영했다면 아이가 기어다니고 옹알이 하는걸 전혀 못 봤을 텐데. 지금 가장 가까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려고 해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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