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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고용 상황 개선은 팩트” 정부 진단 근거는?

취업자 5개월째↓ 최장 고용한파

정부는 취업자 수 감소 폭에 주목

‘그냥 쉰다’ 인구 232만 역대 최대

확진자 수 다시 급증, 낙관 어려워

기업 절반 "신규 채용 포기 또는 연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렵지만, 5월부터 고용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팩트’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취업자 수는 2,710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 7,000명 감소했습니다. 지난 3월(-19만 5,000명), 4월(-47만 6,000명), 5월(-39만 2,000명), 6월(-35만 2,000명)에 이어 5개월 연속 감소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1∼8월에 8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11년 만에 최장 기간 감소입니다. 지난 달 구직에 실패한 사람과 포기한 사람 수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실업률이 외환위기 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고용 시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전문가들이 꼽는 고용 시장의 뇌관은 무엇인지 기사를 통해 톺아보려 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洪 “계절조정 취업자 수 점차 개선” vs “계절 조정치는 보조 지표…고용 부진 계속”

홍 부총리가 고용 시장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제시한 핵심 근거는 취업자 수 감소 폭입니다. 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그 감소 폭이 지난 5월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취업자 수는 지난 4월 가장 큰 폭 (-47만 6,000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5월 -39만 2,000, 6월 -35만 2,000명, 그리고 7월 -27만 7,000명으로 그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홍 부총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계절조정 취업자 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계절조정 수치는 날씨, 계절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경기 흐름에 따른 단기간의 고용시장 변화를 파악하는 지표를 뜻합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대신 전월을 기준으로 한 계절조정 취업자 수를 인용한 것입니다. 계절조정 전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5월 15만 3,000명, 6월 7만 9,000명, 7월 7만 2,000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입니다.

정부의 진단처럼 고용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봐도 될지, 그리고 고용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렸습니다. 우선 정부의 계절조정 취업자 수 통계 활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계절적 편차가 큰 고용통계는 전년 동월 비를 핵심지표로 삼고 계절 조정치는 보조지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절 조정을 통해 일부 통계적 수치 개선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실제 경기개선과 고용 확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전체적인 통계를 볼 때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취업포기자 속출…‘그냥 쉰다’ 인구, 232만 역대 최대

계속해 늘어나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 수, 그리고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지점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지난 달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대비 50만 2,000명 늘어난 1,655만 1,00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실업자가 지속해 늘고 있는 와중에도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실업자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인구에서 점차 이탈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를 활동 상태별로 보면, ‘쉬었음’ 인구는 231만 9,000명으로 22만 5,000명 늘었습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7월 기준으로 최대치입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육아, 가사 등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를 일컫습니다.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습니다. ‘쉬었음’과 달리 취업을 희망했으나 채용 중단 등 노동 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구직 단념자 수도 58만 명으로 통계 집계 기준이 변경된 2014년 이후 동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이 이어지면서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28만명 가까이 감소했다.12일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 신청 창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변수 높아, 청년 세대 돌이킬 수 없는 내상 불가피”

특히 고용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진행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긴 이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부 산업 지표들이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후행적 성격을 띠는 고용 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고, 사업체들도 당분간 코로나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채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은 신규채용을 포기(19.3%)하거나 채용 일정을 연기(31.2%)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용하지만 그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축소했거나 축소를 고민 중이라는 응답도 40.7%에 달했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며 일명 ‘코로나 세대’가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 달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15~29세) ‘확장실업률’은 25.6%로 201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 고용 상황은 참담했습니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진 기업들이 채용 방식을 소규모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코로나19에 따른 록다운(봉쇄) 등으로 해외취업 길까지 막히며 안 그래도 바늘구멍이었던 취업 문이 더 좁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전에도 각종 구조적 요인으로 청년취업난이 수년째 누적돼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청년 고용사정이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구조적 요인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니 기업 매출이 줄고 고용인력은 줄여야 하는데 기존 인력을 해고하기는 힘들어 신규 인력을 줄이는 방식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취업 문턱이 높아지며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거나 노동시장에 늦게 진입한 청년 세대가 받을 경제적 피해 누적, 폭증하는 실업급여 지급액 등이 장기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대학 졸업 이후 첫 취업이 1년 늦어지면 또래 근로자보다 직장생활 첫 10년간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진다고 합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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