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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그만두고 '부동산 빅데이터' 도전…"빌라 시세정보 제공해 서민 대출길 넓혀야죠"

■ CEO STORY-김진경 빅밸류 대표





“왜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창업했냐고요.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인생은 짧은데 정해진 길만 걷다가 끝나면 아쉽잖아요.”

김진경 빅밸류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하며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법무법인에서 부동산 소송을 담당하다 증권사 IB 본부로 둥지를 옮겨 부동산 대체투자 업무를 맡아왔다. 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법조계와 금융계를 차례로 거친 셈이다. 그런 김 대표의 다음 목적지는 ‘부동산 빅데이터’ 스타트업. 지금은 낯설지 않지만 창업에 뛰어든 지난 2015년 당시만 해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은 일반인에게는 생경한 개념이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빅밸류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왜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느냐’는 질문에 “그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기술·개발 쪽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내가 잘 아는 분야를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면적·위치·연한 등 수천개 변수 학습

실거래 가격과 비교해 시세 자동산정

정확도 높아 시중은행 등 15곳 계약

2금융 몰린 서민 은행 대출 가능해져

끝없는 데이터 검증으로 신뢰성 높여





●사업 초기 순탄치 않은 여정

빅밸류의 서비스는 한마디로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세를 자동으로 산정해주는’ 서비스다. 시세가 정형화된 아파트와 달리 가구 수도 작고 형태도 제각각인 빌라는 상대적으로 시세 산정이 어렵다. 기준 시세가 불명확하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혹 대출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가치가 저평가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서민 주택인 빌라가 시세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이면 빌라에 거주하는 서민층은 자연스럽게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개인 자산의 75%를 차지하는 중요한 자산인데 연립·다세대주택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세 정보조차 없었다”며 “빌라를 담보로 한 대출이 안 나오면 빌라 거주자는 2금융권으로 가 더 높은 이자를 내고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빌라 시세정보를 자동으로 산정해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서민의 대출길이 넓어지고 은행은 은행대로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빅밸류의 빅데이터 기반 시세 자동산정 기술이다. 면적·위치·연한·대지권 비율·주차장 유무 등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수백·수천 가지 변수를 뽑아 이를 실거래가 데이터와 비교하는 과정을 무한으로 반복 학습하면서 각각의 변수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출해내는 원리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200만가구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5일이 걸렸는데 지금은 48시간 이내 연산이 가능해져 시세정보를 매월 단위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한 당시에는 빅데이터·AI가 생소한 분야였다. 그만큼 빅밸류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투자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회사 잔액은 슬슬 바닥이 드러났고 자칫하면 직원 월급이 밀릴 수 있는 상황까지 갔다. 김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투자 미팅을 다녔는데 사업 초기만 해도 ‘AI로 뽑아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세 서비스를 만든다’는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은행 담당자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곧 AI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계기가 생겼다. 바로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펼친 ‘세기의 대국’. 그는 “알파고 이후에는 은행 관계자를 만나 사업 설명을 하면 ‘AI면 알파고’라는 반응이 왔다. 알파고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2년에 달하는 노력 끝에 기다리던 투자 소식이 들렸다. 빅밸류는 2018년 신한은행과 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작은 스타트업의 첫 계약상대가 주요 시중은행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배부른 첫술’이었다.



●빠른 길보다는 확실한 길 선택

보수적인 대형은행을 공략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빠른 길’보다는 ‘확실한 길’을 택했다. 서민들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데이터’를 다룬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데이터는 파급력이 큰 만큼 공신력이 중요하다. 그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었다. 무작정 빨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충분한 검증을 거쳐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제일 어렵지만 시중 주요은행부터 시작했다. 그래야만 서비스가 오래갈 수 있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빅밸류의 시세정보 서비스는 현재 신한·하나·부산·대구은행 등 주요 은행과 뱅크샐러드 등 15개에 달하는 금융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는 빅밸류의 서비스를 실제 심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영업점에서 상담 및 참고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터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빅밸류의 끊임없는 ‘자기 도전’이 있었다.

김 대표는 “스스로 신뢰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되는 곳이 시장이다. 부동산 데이터는 공적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예리해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빅밸류가 쉴 새 없이 자체 데이터를 검증하고 또 검증하는 이유다.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김 대표의 신조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변화하는 것이 개인에게 있어서도, 스타트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김 대표와 빅밸류의 ‘다음 도전’이 궁금해진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She is… △1977년 서울 △2001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제48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8기) △2011~2013년 교보증권 자산운용본부 과장 △2013~2015년 KTB증권 IB본부 차장 △2015년~ 빅밸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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