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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000% 폭증했는데...수젠텍 주가는 왜 고꾸라졌나

코로나19에 분기 첫 흑자에도 장중 20% 급락

증권사 1,100억 대 추정 불구 실제는 200억 뿐

5월 말 이후 글로벌 진단키트 시장 수익성 급변

"스몰캡 종목 한계로 꾸준한 업데이트 어려워"

남대문 시장 케네디상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남대문 시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상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권욱기자





매출 2000% 고속 성장했지만... 주가는 '급락·투자자는 '분통'



11일 오전 수젠텍의 온라인 게시판/화면 캡쳐


‘꼴랑 200억. 코메디하냐’ (수젠텍(253840)의 네이버 종목 게시판 中)

코스닥 상장사 수젠텍이 올해 2·4분기 실적을 공시한 10일 오후 5시께 온라인 종목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실적 발표 이후 11일 오후 1까지 네이버의 수젠텍 종목 게시판에는 6,000개가 넘는 글이 쏟아졌다. 수젠텍은 올해 2·4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무려 2,029.1% 폭증한 241억9,500만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흑자 전환해 202억2,6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항체 진단키트를 제조하는 수젠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에 정면으로 올라타 설립 이후 첫 분기 흑자를 거뒀다.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분자진단과 항체 진단으로 구분되는데, 항체 진단키트는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값이 저렴하고 빠르면 10분 안에 검진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날 오후 1시 기준 수젠텍은 전 거래일 대비 19.88% 빠진 4만1,200원에 거래 중이다. 전일 시간외거래에서는 정규시장 종가(5만1,400원)보다 9.92% 하락해 가격하락제한폭인 4만6,300원에 종료했다. 투자자들은 “컨센서스가 이렇게 차이나는 것을 보질 못했다” “0이 하나 더 붙는 단위 기재 정정 공시가 뜨는 것 아니냐”며 초라한 실적에 실망했다.


너무 높았던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 영업이익 추정치는 1188억·
실제는 202억원



/사진제공=수젠텍


상상을 초월하는 ‘네자릿수 성장’에도 주가가 급락한 건 증권사의 높은 컨센서스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25일 수젠텍의 2·4분기 매출액을 작년 동기 대비 1만3,307.2% 성장한 1,523억원,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선 1,1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신한금융투자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요 급증으로 3월부터 수젠텍이 생산설비 증설을 시작했다”며 “현재 주당 200만개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가동률은 100%를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키트당 단가는 8~1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정확도가 낮은 중국산 신속 진단키트 대비 높게 책정되고 70%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5월27일 리포트를 발간한 메리츠증권은 수젠텍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560억원 규모로 전망했다.


잘 나가던 'K-방역' 5월 말 분위기 달라져... 경쟁사 등장·공급에 차질도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수송기에 루마니아로 향할 한국산 방호복과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는 완전히 빗나갔다. 신한금융투자의 추정 매출과 영업이익 오차율은 529.47%, 487.36%에 달한다. 이처럼 괴리율이 심각해진 데에는 5월 이후 달라진 진단키트 시장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3월말 이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이 시작되면서 4월까지 ‘K-방역’으로 호명되는 국내 진단키트 업체가 각광받았다. 당시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술력을 가진 국가는 코로나19 홍역을 치른 한국과 중국뿐이었고, 중국 제품의 품질 문제로 국내 업체 제품이 입도선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5월말 글로벌 경쟁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판매 단가가 떨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수젠텍 관계자는 “4월까지만 해도 한국산이라고 하면 ‘묻지마 매집’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5월 말부터 중국업체의 품질이 개선됐고 경쟁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초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내리며 물량 확보에 주력했던 주요 수입 국가가 급한 불을 끄자 재승인을 요구하며 진입 장벽도 세워졌다. 수젠텍 측은 “미국도 식품의약국(FDA) 재승인 문제로 예정된 공급이 지연돼 다음 분기로 넘어갔고 일부 취소 물량이 나오기도 했다”며 사뭇 달리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수젠텍 "시장 급변 시장에 알렸다"... 증권사 "스몰캡 분석의 한계, 보고서 발간까지 시간 촉박"

그렇다면 수젠텍은 왜 당초 예상과 달리 부정적으로 전개되는 시장 분위기를 알고도 증권사의 전망치를 바로 잡지 않았을까. 이에 수젠텍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언론 등에 달라진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수젠텍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문의가 오면 6월부터 풀 캐파로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렸다”면서 “증권사 측에도 업황을 전달했지만 실적을 추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중소형주(스몰캡) 분석의 물리적 여건으로 변화된 환경을 신속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중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담당하는 종목이 많아서 대형주처럼 시장 상황에 발 맞춰 꾸준히 업데이트하기가 어렵다”며 “수젠텍의 경우에도 애널리스트가 커버하지 않는 종목이라 목표주가를 산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젠텍은 정식으로 분석하는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면서 일회성 스팟으로 발간한 자료라는 설명이다. 또한 수젠텍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 급변에 대해 사전 고지를 받았지만 새 리포트를 발간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불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수젠텍으로부터 달라진 업황을 전달받은 것은 2·4분기가 끝난 뒤”라며 “애널리스트가 담당하지 않는 종목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기업을 분석을 마치기까지 충분치 않은 시간 이었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제공 '증권사 전망치'... 개인 "회사 측 추정 자료로 오해"



네이버 종목분석에 소개된 수젠텍의 실적과 추정지/캡쳐화면


한편 네이버의 기계적인 실적 추정치 업로드가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온라인 게시판에는 ‘네이버의 실적 추정치를 보고 매수했다’는 투자자의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와 제휴를 통해 한 달 서비스 이용료가 10만원인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확정 실적 바로 옆에 증권업계의 평균 전망치를 공시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의 예상치라는 표기는 (E)뿐이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서툰 개인 투자자는 회사 측에서 공지한 실적 전망치이거나 이미 발표한 실적으로 오독할 개연성이 있는 부분이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실적 확정치와 달리 전망치는 노란색 음영을 더해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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