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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학수 "오픈뱅킹은 '금융결제 고속도로'…더 싸고 더 넓게 확장할 것"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핀테크앱 하나로 전계좌 이체…1년새 6,000만 계좌 등록

마이데이터 서비스 결합, 카드·보험료 납부 등 확대 추진

'금융사 혁신' 견인하는 촉진자·지원자로서 역할 강화할 것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증권과 핀테크까지 소정의 톨게이트 비용만 받고 ‘더 싸고, 더 넓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역삼동 금융결제원 집무실에서 만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오픈뱅킹의 의미를 은행 중심의 결제망을 핀테크까지 확대한 것”이라며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물류비용이 절감되면서 국가산업의 초고속성장이 이뤄진 것처럼 오픈뱅킹은 금융산업 전환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일 다음날 만난 만큼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피력했다. 김 원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은 오픈뱅킹과 함께 ‘오픈파이낸스’를 구축해 ‘혁신금융’을 만들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오픈뱅킹·마이데이터에 밀도 있는 빅데이터까지 결합해 개인에게 ‘슬기로운 금융생활’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결제원은 오픈뱅킹 플랫폼을 제공하는 핵심 기관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말 오픈뱅킹이 정식 출범한 후 가입자 4,000만명, 등록계좌 수 6,000만좌에 이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퍼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도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되는 등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실제 오픈뱅킹의 도입으로 은행끼리 공유했던 계좌정보와 지급결제 기능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면서 핀테크 애플리케이션 하나만으로도 전체 은행 계좌에 접근해 조회·이체·출금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은행으로서는 불편한 게 사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상호호혜적인 플랫폼’을 강조했다. 특히 지급지시서비스업(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 등에 따라 빅테크·핀테크의 금융도전이 가속화하면서 기존 금융권과의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대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제약 없이 참가하는, 차별 없는 경쟁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그는 “핀테크 역시 보유한 금융정보를 상호주의에 기반해 개방하고 종합금융 플랫폼을 완성하기 위해 참여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담=홍준석 금융부장 jshong@sedaily.com

금융결제원이 내세운 최우선 과제는 ‘오픈뱅킹 고도화’와 ‘마이페이먼트 활성화’로 요약된다. 김 원장은 오픈뱅킹에 대해 ‘금융의 새로운 길’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오픈뱅킹은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70% 이상이 등록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금융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며 “이 같은 성공에는 플랫폼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길이 놓이면서 금융산업의 변화도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타트업의 금융 서비스는 탄력이 붙기 시작했고, 결제 인프라 이용수수료 역시 절감됐다. 핀테크와 은행 간 ‘합종연횡’이 빈번해지면서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서의 뱅킹(Banking as a Platform·BaaP)으로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다. 김 원장은 “오픈뱅킹은 금융결제 분야에서 필수설비에 해당하는 인프라로, 개방성이 핵심 가치”라며 “연내 실시가 확정된 증권사 등 제2금융권 외에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보유 금융정보 개방을 전제로 카드사 및 핀테크까지 다양한 업권의 참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페이먼트와 함께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으로 오픈뱅킹도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전자금융거래법 개편을 통해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페이먼트는 고객 자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앱으로 고객의 모든 계좌에 대해 결제·송금 등에 필요한 이체지시를 전달할 수 있고 마이데이터와 연계해 포트폴리오 추천, 자산 배분 등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금융결제망 참가를 통해 여수신을 제외한 급여이체,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기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이제 막 놓인 오픈뱅킹이라는 ‘고속도로’가 일종의 대규모 확장공사에 착수하는 셈이다. 김 원장의 언급처럼 ‘더 싸고, 더 넓은’ 고속도로에 다른 업권의 진출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이미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도전은 기존 금융사를 위협하고 있다.

6일 서울 역삼동 금융결제원에서 만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호재기자


금융의 일대 혁신 속에 금융결제원 역시 긴장과 기대가 공존했다. 김 원장은 “현재 오픈뱅킹이 계좌조회와 이체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과 함께 또 다른 발전을 시작할 것”이라며 “전 금융권에 흩어진 자산을 조회·분석하고 필요한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결합해 명실상부한 자산관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페이먼트 산업과 연계되면 금융정보의 유통과 이체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개방형 금융 서비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막대한 상호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금융결제원은 오픈뱅킹을 중심으로 계좌통합관리 및 마이데이터 등 금융혁신 서비스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오픈파이낸스’ 서비스로 오픈뱅킹을 확대·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은행과 제2금융권 간의 계좌이동, 금융상품 변경 등 금융소비자가 상상하는 모든 유형의 개방형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금융당국과도 꾸준히 협의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기에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참가는 아울러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긴장관계를 만들 가능성도 높다. 이미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간의 갈등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원장은 ‘상호협력’을 역설했다. 그는 “오픈뱅킹이 막 출범할 당시 은행들의 선택은 경쟁보다는 협력 구도였다”며 “다양한 결제 서비스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를 신뢰했기에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초기에는 상충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출시와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금융사와 핀테크 간의 상호협력 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도 소수의 참가 기관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왔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위해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 전자금융거래법 개편 등과 맞물려 시장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제약 없이 참가하고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통해 개방성과 접근성을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역삼동 금융결제원에서 만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호재기자


데이터거래소에서의 역할도 확대할 방침이다. 그는 “2차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며 “금융데이터와 이종산업 데이터의 안전한 결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은행 간 이체 데이터를 비롯해 어음교환·지로·외화거래 등 금융결제원이 보유한 데이터 규모만도 2,300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데이터 컨설팅을 거쳐 이를 분류해 60여개의 사업화 가능성도 확인됐다. 해외진출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의 신남방·신북방정책에 맞춰 해외협력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 “캄보디아에 국가 지급결제 시스템, 아르메니아에 해외송금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스리랑카·아르메니아·이집트에 지급결제 인프라의 현대화 컨설팅을 마쳤다”며 “올해는 베트남 지급결제 기관인 ‘NAPAS’에 오픈뱅킹 관련 정책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카자흐스탄·라오스·에스와티니 중앙은행 및 정부 부처와 신규 지급결제 서비스를 발굴하는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인력을 파견하는 등 금융수출 최전선에 서 있다.

김 원장은 “그럼에도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앞으로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등 새로운 산업에서 파생된 서비스가 추가로 접목될 경우 금융 앱 선택권과 편리성은 몰라보게 개선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의 선택권과 자기정보 통제권이 강화되는 등 체감할 수 있는 금융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권별 칸막이가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봤다. 김 원장은 앞으로 금융결제원의 역할을 촉진자로 규정했다. 그는 “오픈뱅킹·마이데이터·계좌통합관리에 인증 기능을 접목하고 이를 오픈 API 통합포털을 통해 하나의 채널로 엮을 것”이라며 “금융결제와 관련 데이터를 개방해 금융사의 혁신을 견인하는 촉진자·지원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6년 금융결제원 설립 이후 김 원장은 첫 금융위원회 출신 원장이다. 특히 김 원장은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 금융위 자본시장국 등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금융 정책통’이다. ‘금융 빅뱅’의 시대에 금융 정책통이 금융 고속도로인 ‘금융결제 인프라’를 쌓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것 자체가 우연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김 원장이 금융결제원의 지휘봉을 잡은 지난 1년여를 가리켜 일각에서는 ‘음지’에 있던 금융결제원이 ‘양지’로 올라왔다는 평가를 한다. 수십년 간 은행 중심의 결제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집중해왔던 것과 달리 새로운 금융의 시대에 금융결제원의 양지에서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리=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약력

△1965년 경기 군포 △서울대 경제학과 △1990년 행정고시 합격(34회) △2006년 재정경제부 의사총괄과장 △2008년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 △2010년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 △2011년 금융위 자본시장과장 △2015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2016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2017년 금융위 기획조정관 △2017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19년 4월~ 금융결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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