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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빌려줬다 온가족이 패가망신…광주에 무슨일이

'지방세 등 대납땐 수수료' 사기

500여명 260억규모 피해 입어

금감원 "소비자 위법" 지적 속

카드 FDS 정확성 개선 촉구도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광주 등에서 카드 부정 사용에 따른 피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연이 너무 안타깝다. 카드사도 책임이 있는 것 같은데 조사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윤 원장은 “카드사를 통해 조사했고 소비자와 카드사의 입장이 대립했다”며 “소비자에게도 약간의 잘못이 있었고 카드사의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정확성이 떨어지는 게 있어 개선을 촉구했다”고 답했다. 도대체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용카드 대납 재테크'에 500명 카드 대여
시간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58세의 A씨는 지난해 3월 지인에게 솔깃한 재테크 방법을 듣게 된다. 본인 신용카드로 다른 사람의 지방세 등 세금을 납부해주면 원금은 물론 2%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본인 카드를 빌려준 A씨는 몇 개월간 약속대로 원금과 2%의 수수료가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자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도 권유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반년 만인 지난해 9월부터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가족 신용카드까지 동원해 수억원의 카드 대금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대납 업체와의 연락도 끊겼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본 인원만 500여명, 피해 규모는 260억원(광주 신용카드 대납 사기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추산)에 달했다. 올해 이 중 110명, 96억원 피해에 대한 범인들은 붙잡혔다.

지난 1월30일 오후 광주 서구 5·18교육관에서 주빌리은행 관계자가 신용카드 대납사기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측에서는 카드사가 일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 장소에서 신용카드 여러 장으로 여러 건의 세금을 대납하고 있다는 사실을 카드사가 알면서도 방조한 것”이라며 “카드사의 귀책 사유가 있으므로 피해액 일부를 변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에 지역구(광산구을)를 둔 민 의원도 본지 통화에서 “지방세는 액수가 커서 카드사가 특별한도 증액을 해줘야 결제할 수 있다”며 “카드사가 회원의 재산, 소득 수준 등을 파악하지 않고 무리하게 증액을 해 피해규모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하나의 카드로 계속해서 지방세가 결제되면 FDS로 걸러냈어야 한다”며 “현대카드는 FDS가 작동해 멈췄지만 다른 카드사는 계속 결제 승인을 했다. 금감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카드사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표준약관을 보면 회원이 고의로 부정사용하면 그 책임을 회원이 진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타인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며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 역시 회원 본인 책임이라는 것이다. 실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보면 신용카드는 타인에게 빌려줄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행법상 카드 고의로 대여하면 1년 이하 징역
현행법상 카드사가 FDS로 부정 사용을 못 잡아도 FDS 구축이 의무 사안은 아니어서 이 체계가 미흡했다고 법적으로 카드사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만약 보상을 해주게 되면 법적 근거도 없이 보상했다며 카드사 사외 이사진이 배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사기 사건을 카드사가 보상해줬다는 선례도 남겨 카드 회원들이 무분별하게 본인 카드를 넘겨주고 수수료를 받고 사고가 나면 카드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연은 안타깝지만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게 하는 등의 제안은 했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연합뉴스


금감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관련된 사람들이 금감원 신속처리 민원센터에 400여건의 민원을 접수해 카드사와의 자율조정을 주선했지만 카드사가 모두 응하지 않았다”며 “분쟁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올릴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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