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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정책 헛발질에"…‘부동산 블루(우울증)’가 한국 덮쳤다

가격 급등, 헛발 정책 등으로 부동산 우울증 심화

무주택자, 유주택자 모도 심각한 피로감 호소

편 가르기 청약으로 계층간 로또 갈등 심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 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결혼 4년 차를 맞는 A씨 부부는 최근 1년 동안 ‘냉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아파트’다. 아내가 결혼 초기던 지난 2017년 아파트를 매입하자 주장했지만 남편이 이를 일축한 것. A 씨는 “그때 사자고 주장했던 집이 3년 새 5억원 올랐다”며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평생 셋집살이를 전전해야 하나 싶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 청약저축 통장에 가입한 지 10년이 넘은 B 씨는 요즘 화가 난다. 청약통장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공공분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30대 등 젊은 계층에서 물량을 몰아 주겠다고 나서서다. 그는 “오랜 기간 통장에 가입한 사람을 우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부동산 블루가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가격 급등에다 20여 차례 이상의 대책, 여기에 편 가르기 식 정책마저 쏟아지면서 전 계층에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상승장에서 배제된 무주택자들은 박탈감과 함께 언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유주택자라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급격히 오른 세금과 ‘적폐 투기꾼’으로 치부하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긴 어렵다. 사회 구성원 그 누구도 부동산만 나오면 행복할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부동산이 단순히 경제를 넘어 사회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딜 가나 부동산 이야기. 이젠 지친다”=정부가 쏟아낸 수 많은 대책과 그때마다 발생한 아파트값 급등 현상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부동산을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각 대책을 분석하고 추후 상승 지역, 규제의 여파를 분석하는 유튜브 영상은 높은 인기를 끌었고 이른바 ‘일타 강사’들의 특강에는 수백, 수천명의 사람이 몰렸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 몰리고 있다. 30대 중반 직장인 D씨는 “전세를 살고 있다고 하자 주변인들로부터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았다”며 “내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패배자가 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열심히 공부한다는 사람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각종 대책에 난수표가 돼버린 각종 부동산 제도는 전문가들마저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한 시민은 “정부의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격상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를 매도하려 했는데 세무사가 양도소득세 관련한 업무는 보지 않는다며 거절당했다”며 “전문가도 모르겠다는 내용을 계속 들여다보려 하니 힘들어 최근에 매매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 서울경제 DB


모아둔 돈이 없어 부동산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청년층들도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를 매수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불안감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이상으로 부동산값이 올랐다”며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니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청년들 실정에 맞지 않는다”이라며 “정부 당국자들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으로 찢어진 사회, 깊어지는 갈등의 골=사회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른 유주택-무주택자 간의 갈등은 물론 ‘로또 분양’, ‘임대차 3법’ 등 정책 이슈로 인한 다양한 사회 집단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로또 청약’을 둘러싼 2030 젊은 층과 4050 중장년층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분양 시장으로 수요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전용 85㎡ 이하 물량의 경우 가점제만으로 분양돼 30대 등 저가점자는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생애최초특별공급 등 추첨제 물량을 늘려 이들의 분노를 경감시키려 하자 반대로 가점이 높은 4050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최근 여당이 강행한 임대차 3법 또한 임대-임차인 간의 갈등 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집주인들을 옥죄자 임대인들은 세입자를 내쫓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임대인-임차인 간의 불신도 심해지고 있다. 전세를 줬던 집에 입주하려는 한 집주인은 “임차인이 급작스럽게 사정이 생겼다며 1달만 임대차 계약을 연장해달라 요구했다”며 “꼭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달 연장해줬다가 계약갱신청구권 등 문제에 얽힐 것 같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권혁준·한민구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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