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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수익 90% 환수하는데 재건축이라니…”…시장 냉담[8·4공급대책]

기대했던 일반 재건축 완화는 언급없어 조합들 실망

'7만 가구 플러스' 밝혔지만 공급량 허수 많아

서울시 "민간 공공성 강화 주장했는 데"..찬성 힘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8·4공급대책’을 통해 각종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오는 2028년까지 정비사업으로만 ‘7만가구 +α’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크게 기대했던 일반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빠진 반면 늘어나는 물량 대부분을 기부채납해야 하는 ‘공공참여형’ 재건축 계획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의 90% 이상을 공공기부 형태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주요 대상인 강남권 조합의 경우 “이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다. 서울시도 회의적이다. 주택공급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재건축에 민간이 참여할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비사업 규제 풀어 7만가구 확보, 시장 반응은 ‘시큰둥’=이날 발표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로 7만가구 이상의 공급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해 공공성을 대폭 높인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 계획량의 대부분인 5만가구를 차지한다. 정부는 공공이 참여하는 대신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존 정비사업 계획보다 두 배 이상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도 기존 ‘35층 규제’를 풀어 최대 50층까지 허용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택 공급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현행 90%인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 상한과 공원설치 의무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뉴타운 해제지역 등 정비 예정 및 해제구역의 공공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2만가구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공공참여형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LH·SH가 참여하고 조합원 물량 외 나머지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식이다. 이 계획에 해당하는 서울 내 176곳 중 82%에 달하는 145곳이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지역에 몰려 있어 누적된 도심 수요를 흡수하기는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큰 폭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전혀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로 발생한 추가 물량의 대부분을 정부가 다시 거둬갈 계획이어서다. 정부는 용적률 증가로 발생한 추가 물량의 최대 70%를 기부채납으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의 90% 이상을 공공기부 형태로 환수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존 500가구 규모의 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600가구 규모로 확대되면 늘어난 100가구 중 50가구를 임대물량으로 기부채납하면 됐다. 하지만 공공참여형 재건축에서는 단지 규모가 1,000가구로 두 배 증가하는 대신 늘어난 500가구 중 최대 350가구가 기부채납 대상이 되는 식이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주택 물량을 장기공공임대나 무주택자·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아파트 모습./연합뉴스


◇일반 재건축 규제 완화 배제, 서울시도 “찬성 어려워”=시장의 기대가 컸던 일반 재건축 규제 완화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용적률은 ‘공공재’로 도심 밀도 관리를 위한 수단”이라며 “공공성이 확보된 사업장을 우선 고려하는 측면에서 공공참여형만 고밀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민간에 고밀 개발을 허용할 경우 시장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서울 내 상당수 정비사업장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새로 발생하는 물량 대부분을 정부에 기부하면서 50층짜리 아파트를 짓느니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거나 현행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고 싶다는 것 정도로 보인다”며 “딱히 매력적이지 않는 계획이다. 주민들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압구정 현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은 처음부터 기대를 걸지도 않았다는 반응”이라며 “기부채납으로 공공임대를 늘리느니 1대1 재건축으로 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낮은 서울 외곽의 정비사업장 정도가 관심을 보일 것 같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서울시와의 의견도 맞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이번 발표와 관련해 “서울시는 민간 재건축에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주장했지만 정부가 최종적으로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결정한 것”이라며 “적극 찬성하기는 힘들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조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했다. 정부가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목표치로서 제시한 것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산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진동영·박윤선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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