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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가격 내리나, 저가칩 외주 주나...인텔 행보에 답 있다

[이상훈의 재미있는 반도체 이야기]

인텔은 정말 CPU를 외부에 맡길까

AMD 추격 막기 위해 가격 내린다면

미세공정 전환 작업 진척 저조 시사

외부 파운드리에 저가 칩 맡긴다면

7나노 등 개발 의지 보여주는 시그널

삼성 오스틴 파운드리 생산 시설에

EUV 투자 단행할지도 중요 포인트





최근 반도체 업계의 최고 이슈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외부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이다. 인텔이 실적발표와 함께 7나노 칩 출시일정으로 기존보다 1년 이상 미룬 내후년인 오는 2022년을 제시하면서 이 소동이 시작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TSMC가 최대주주로 있는 대만의 디지타임스가 인텔의 외장형 7나노 그래픽처리장치(GPU)인 폰테 베키오가 TSMC의 6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다고 보도했다. 같은 대만 언론인 차이나타임스도 TSMC가 인텔의 CPU를 내년 상반기부터 6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것이 결정됐다고 거들었다.

사실 인텔이 새롭게 도전하는 7나노 외장형 GPU가 TSMC로 갈 수 있다는 루머는 지난 3월에도 디지타임스가 다뤘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인텔 입장에서 GPU는 후발주자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고 기존 강자인 엔비디아·AMD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라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는 그림도 이상할 게 없다. 특히 10나노·7나노 등 미세공정 전환에 성과가 더딘 인텔로서는 주력 제품인 CPU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GPU의 외부 파운드리 활용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옵션이다.

그런 맥락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인텔이 정말 자사의 CPU를 TSMC·삼성전자에 넘길 것이냐다. 이게 핵심이다. 차이나타임스의 기사가 만약 사실이라면 훨씬 밸류가 있는 뉴스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을 두루 감안할 때 인텔의 CPU 외주화는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인텔의 10나노 공정은 실제로는 TSMC·삼성의 7나노 공정보다 못하지 않다. 오히려 7나노보다 낫고 6나노 공정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TSMC·삼성의 6나노 공정과 인텔의 10나노 공정으로 만든 부품의 밀도가 엇비슷하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인텔이 미세공정에서 진척이 더디다 해도 아직 포기할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CPU는 인텔의 심장 같은 제품이다. 그리고 최고의 연산을 담당하는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난도가 낮은 연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GPU보다 설계 난이도가 까다롭다. 달리 말하면 이런 CPU를 외부 파운드리에 맡긴다고 바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텔의 CPU를 삼성·TSMC가 만들려면 인텔과 적어도 1년 이상 공동개발하는 수준으로 협업해야 가능하다. 물론 물밑에서 기업 간 공동작업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사실 인텔이 지금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곧바로 외부 파운드리에 물량을 맡길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인텔이 실적발표 이후 곧바로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인텔은 공정 개발을 맡는 최고책임자를 앤 켈러 박사로 교체했다. 새롭게 미세공정 개발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앞서 올 3월 인텔의 조지 데이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PU 공정 개발이 녹록하지 않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현재 한창인 10나노 공정 제품도 14나노·22나노와 비교할 때 수율이 현저히 못 미친다고 인정했다. 그 당시 7나노 칩을 내년인 2021년 내놓겠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이번 실적발표에서 이를 1년 이상 더 미룬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두루 고려할 때 인텔의 CPU 외부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앞선 설명대로 ‘마지노선이 지금’이라고 하기는 이르다. 인텔로서는 미세공정 개발에 혼신을 쏟으면서 최악의 경우 외부에 칩을 맡기는 것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해보자. 진짜 인텔이 주력 칩인 CPU를 외부에 넘긴다면 그 전에 이를 유추할 만한 어떤 조짐, 징조 같은 게 없을까.

아마 인텔이 CPU 가격을 내리는 조치가 그런 예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인텔로서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AMD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방어해야 한다.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올 1·4분기 개인용 컴퓨터(PC) CPU 점유율은 17.5%까지 올랐다. 지난 5년간 2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존재감이 미약했던 서버용 CPU에서도 AMD는 에픽 시리즈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가 자사의 슈퍼컴퓨터에 인텔의 제온 CPU가 아닌 AMD의 에픽(EPYC) CPU를 채택한 것도 충격이었다. 그만큼 인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인텔로서는 올 3·4분기에 10나노 PC용 CPU인 ‘타이거레이크’, 4·4분기에는 10나노 서버용 CPU인 ‘아이스레이크’로 AMD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반격에 나설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게 바로 가격정책이다. 인텔이 신제품을 비롯해 기존 제품의 가격을 많이 내리거나 할 경우는 공정 개선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인텔이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일종의 고육책 격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 있으며 이는 인텔의 공정 개선작업이 여전히 진척도가 낮음을 시사하는 증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인텔이 앞으로 저가 CPU나 CPU가 아닌 다른 칩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올 초 인텔이 저가용 CPU 생산 일부를 미국의 파운드리인 글로벌파운드리에 맡길 수 있다는 루머성 기사가 있었다. ‘왜 하필 미세공정이 가능하지도 않는 글로벌파운드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용을 따져 보면 설득력이 없지 않다. 팹 생산설비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텔이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팹 공간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외부 파운드리에 저가 칩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조치들이 앞으로 나타난다면 인텔이 7나노 등 미세공정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실제 상당한 진척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삼성이 됐든, TSMC가 됐든 인텔의 CPU를 맡게 된다면 어떤 공정의 CPU를 맡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미세공정이 아닌 공정의 CPU라면 인텔이 주력 공정에 집중하고 자체 팹 설비용량의 조정을 위한 방편으로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것이라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인텔로서는 10나노 공정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고 7나노 개발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또 조만간 외장형 GPU도 출시한다. 인텔 입장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생산라인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이런 배경을 안다면 인텔이 주력 제품인 CPU에서도 코어가 될 제품 등을 만들 생산설비를 확보하기 위해 덜 중요한 저가 CPU 제품 등을 다른 파운드리에 맡기려 할 수 있다. 이는 인텔의 미세공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텔은 2014년 리쇼어링을 통해 대거 미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인텔의 본사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이외에 오리건·뉴멕시코·애리조나주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텔이 만드는 주력 제품인 14나노 CPU와 그 이하 공정으로 만드는 최첨단 제품은 상당 부분 미국에서 만들고 있다. 삼성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해외 유일의 파운드리 생산시설에 극자외선(EUV) 설비투자를 단행할지도 유의할 포인트다. TSMC가 이르면 2024년 애리조나에서 5나노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대응 성격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첨단 칩을 미국에서 만들기를 바라는 인텔이 향후 의사결정에 반영할 만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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