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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3법 시행 코앞인데...보험사엔 빗장 닫힌 공공의료데이터

내달 데이터3법 개정안 시행으로

의료데이터 활용 법적 근거 생겼지만

시민단체·정치권, 환자 데이터 악용 우려 여전

업계 "비식별 정보로 환자 특정 불가능

신규 보장 개발 등에만 활용...가입자 실익 커"

보험사 사용 명문화 등 추진키로





#미국 밀리먼보험계리컨설팅사는 미국인의 의약품처방내용과 의약품 구매처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수심사(언더라이팅)를 통과한 계약 중에서도 특정 표본에서 사고율이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대로 청약이 거절된 계약 중에서 사고율이 낮은 계약이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밀리먼은 이를 토대로 인수 심사 항목을 업그레이드했고 인수 계약의 사고율을 9% 개선, 보험사의 연간 순이익을 400만 달러 높일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형 보험사인 올라이프는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에이즈 환자나 당뇨 질환자 중에서도 꾸준한 건강검진과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올라이프는 이 분석결과를 토대로 에이즈·당뇨 환자가 가입할 수 있는 사망·장해보험을 개발해 신시장을 개척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선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상품 개발과 요율 개정이 활발한 것과 달리 국내에선 공공의료데이터의 상업적·산업적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달 5일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으로 빅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영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보험사들엔 여전히 빗장이 굳게 닫혀 있다. 보험사들이 환자들의 의료 이용 데이터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금을 삭감하는 등 보험 가입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근거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지금이라도 보험업계와 보건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의료 데이터 활용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일 보건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보건·의료정보의 산업적·상업적 활용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생·손보협회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보험사의 공공 의료데이터 접근을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고 당시 복지부는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논의하자고 공식 답변한 상태다. 보험업계는 복지부가 다음 달 의료데이터 활용 종합전략 수립에 착수하는 대로 보험사에 대한 정보 제공의 근거를 마련해줄 것을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공공 의료데이터 제공 재개는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공공 의료데이터의 핵심인 환자데이터세트는 모집단의 특성을 대표하는 표본에 대한 성별·연령 등의 기본정보와 진료 내역, 원외처방 내역 등 실질적 진료정보가 수록된 데이터로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이를 경험 통계로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요율을 조정한다. 고혈압 유병자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산출해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병자 상품이 출시되는가 하면 유병자 가운데서도 사망 위험이 적은 집단의 보험료를 인하해 소비자 편익을 높인 사례도 있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은 환자데이터세트 접근 권한이 없다.

보험사들이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은 지난 2017년 10월 국정감사가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3년 제정된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보험사와 보험개발원에 비식별 처리된 환자데이터세트를 제공했고 보험사들은 이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했다. 그러나 2017년 국감에서 영리 목적으로 보험사들이 공공 의료데이터를 이용하는 점이 문제가 됐고 진료 관련 정보가 보험가입 거절 등에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심평원은 빅데이터 제공을 중단했다. 이후 보험사들은 2017년 이전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거나 재보험사를 통해 해외 데이터를 구입했지만 이는 정작 가입 대상인 우리 국민의 현재 공공의료 행태를 반영할 수 없어 한계가 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로 고령자·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다면 보험사들은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며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전 산업에 걸쳐 데이터 활용 논의가 활발하지만 바이오·의료기기업계와 달리 보험사에 보건·의료정보 활용 권한을 줘야 한다는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다음달 마련되는 복지부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공단·심평원의 내부규정 개정시 비식별화된 보건의료 데이터를 보험사를 포함한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건강유의군에 해당하는 고령자와 유병자의 민간보험 확대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보험료 할인 등을 통한 소비자 편익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건강증진형(헬스케어)보험 상품·서비스 및 인슈어테크 활성화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공공데이터를 결합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식별화된 정보 이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이제는 데이터 3법 시행으로 근거가 명확해진다”며 “빅데이터 제공이 어렵다면 최소한 통계자료라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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