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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무죄' 뒤집은 대법... "피해자 진술 일부 부정확해도 유죄"

시간경과·반항 방식 등 구체적이지 못하다며 항소심 무죄

대법 "상당 시간 두려움 느낀 피해자 사정 고려해야"

대법원 전경. /서울경제DB




대법원이 성폭행 피해자가 당시 구체적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뒤집었다. 숙소의 문이 나무문인지 유리문인지, 가해자가 목을 졸랐는지 등 부수적 사항에서 진술에 모순이 있다 해서 모든 피해자의 진술을 거짓이라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모씨의 강간·감금죄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한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7년 스마트폰 소개팅 앱(App)을 통해 알게 된 여성 A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씨와 A씨는 카카오톡, 전화 등을 통해 연락하다가 두 차례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러다 세 번째 만남에서 이씨가 A씨의 외도를 의심하며 그의 휴대전화를 빼앗고는 살피며 폭언을 하며 위협했다. 그는 이튿날 새벽 모텔로 가서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 A씨는 점심식사를 하다 식당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1심은 A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며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와 A씨가 모텔로 가기 전 차 안에서 몇 시간 동안 있었는지, 중간에 화장실은 갔다 왔는지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봤다. 또 이씨가 A씨의 몸을 눌렀다는데 몸에 상처나 붓기 등이 없는 점, 범행 후 이씨가 옷을 입고 있었는지, 모텔의 욕실 문이 유리문이라고 진술했는데 실제로는 나무문이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A씨가 피해를 당할 때 어떤 행동을 하며 반항했는지가 구체적이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의 결정을 뒤집으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한 사정, 부수적 사항만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난 게 겨우 세번째인데 외도를 의심하고 휴대전화를 빼앗은 시점부터 적잖이 당황하고 무서웠을 텐데, 시간의 경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구체적 상황을 세밀히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한 진술상 폭행·협박의 수준으로도 피해자가 항거하기 곤란했다고 인정할 만 하다며 “반드시 사력을 다해 반항했음이 증명돼야 하는 게 아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피해자가 피해 후 옷을 다시 입었는지, 방의 화장실 문이 유리문인지 여부 같은 요소는 범행과 직접 관련된 사항이 아니기에 진술 전체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 재판부는 항소심의 결정을 두고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너무나 가볍게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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