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내선 암호화폐 사업 못해"...스타트업 엑소더스만 부추겨

[암호화폐 사업 벤처 '상장 퇴짜']

부정적 인식에 눈치보는 거래소 "명확한 기준없어"

암호화폐 이용 벤처 상장 막히면 투자 위축 불가피





블록체인 기술의 ‘부산물’인 암호화폐로 사업을 하는 벤처·스타트업에 대해 거래소가 기업공개(IPO) 허용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관련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왓챠처럼 사용자와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하더라도 한국거래소가 ‘암호화폐 사업’으로 규정해 IPO 문턱을 높이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을 하려던 스타트업들도 암호화폐의 ‘암’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판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왓챠가 올해 초 본격적인 상장을 준비하다 거래소로부터 ‘암호화폐 사업을 갖고 있으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을 직간접적으로 통보받으면서 자사가 개발한 암호화폐인 CPT를 정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암호화폐의 부정적 인식, 복잡한 이용 절차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거래소의 CPT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왓챠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산타토익’으로 유명한 인공지능(AI) 기반 에듀테크 업체인 뤼이드도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인 STOEIC 서비스를 폐지했다. 사전에 IPO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암호화폐를 통해 이용자에게 일종의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부 블록체인망에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를 피드백 받는 식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에 암호화폐를 없애라고 하는 것은 생태계 자체를 확장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을 없애는 것과 같다. 정글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칼을 뺏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상장 기업 가운데 하나인 테라도 간편결제를 위해 암호화폐 루나를 발행하고 있는데 IPO를 위해서는 핵심인 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상장업체 중에는 다날이 간편결제를 위해 페이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있지만 이미 상장돼 있다 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상장된 기업은 암호화폐 서비스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지만 비상장 업체는 IPO를 위해 암호화폐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한 국내의 암호화폐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날 수 있다”며 “가뜩이나 거래소가 투자할 기업들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엔진이 될 블록체인 기술업체들을 등 떠밀어 내보내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서비스가 따라붙어야 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데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화 우려가 크다 보니 거래소가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한 IPO를 사실상 불허한 것은 사회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외에 구체적인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다. 실제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 중 ‘투자자 보호 및 코스닥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것’이라는 조항이 있는데 질적 심사 조건에서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측은 왓챠가 아직 정식 상장 심사 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상황이고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판단 기준 역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왓챠를 포함해 암호화폐 기업이 상장 심사를 청구한 적은 없다”며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상장에 대해 아직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고 상장 허용 여부에 대한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기술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는 반면 암호화폐는 사업 성격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데다 정부 규제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거래소가 무턱대고 IPO를 허용해 엇박자를 내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수년째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나 규제방안 등에 대해 명확한 입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곳곳에서 해석의 혼선이 나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내년 3월 특정금융거래 및 지원법을 통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만큼 거래소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 도입,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여, 실명 확인 가상계좌 발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내년 특금법이 시행되는 만큼 특금법에 준하는 거래소의 입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홍콩·스위스 등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규제 아래 두면서 투자가 활성화된 것처럼 여러 당국도 암호화폐에 대한 일관적인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기업의 상장이 어려워지면 관련 기업 투자도 대폭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한국을 탈출하는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핵심 사업 이외에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 투자가 사실상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통로인 IPO가 막힌다면 아무도 해당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호현·박경훈기자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