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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증권 거래세 유지” 기재부가 끝까지 與에 맞선 이유는?

외국인 주식 거래 비중 30%

"폐지 시 외국인 과세 불가, 초단타 매매 가능성도"

세수 펑크 우려…올해 5조 확보 추정

"거래세 폐지로 줄어든 세 부담은 누가"

양도세로 줄어드는 거래세 상쇄 계획





“정부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토론에 임하고 싶습니다” (기획재정부)

지난 해 9월 국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야 경제통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바로 증권 거래세 폐지.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한 추경호 미래통합당,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회를 주최했습니다. 증권 거래세 폐지 후, 자본 시장 과세 체계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자리에 초청된 당시 기재부 금융 세제 과장은 이날 소신 발언을 내놨습니다. “거래세 폐지는 (줄어든) 세 부담을 누가 할 것이고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 종합적으로 더 면밀하게 검토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며 기재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후 민주당은 ‘증권거래세 점진적 폐지와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고 기재부를 지속해 압박해왔습니다. 이에 기재부는 연구용역과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기다려달라며 하반기 중 관련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기재부가 약속한 시한이 다가오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의 이목은 기재부 세제실에 집중됐습니다. 세제실이 과연 여당, 그리고 국회의 요구대로 증권 거래세 폐지를 담은 구체적 타임 테이블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달 25일 정부는 금융 세제 개편안 발표를 통해 증권거래세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자 증권 거래세 폐지 법안을 추진했던 여당 정무위 의원들은 즉각 “이중과세 문제가 있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위배 되는 세금으로 양도세 전면 확대 시행 이전에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재입법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일각에서는 주식양도소득 과세 확대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으나, 재정적 측면뿐 아니라 기능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존치될 필요가 있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지난 해부터 이어진 여당의 강력한 압박에도 기재부가 이번 금융 세제 개편안에서 증권 거래세 유지 입장을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중 과세 아냐…폐지 시 외국인 주식 매매 과세 불가”

일단 기재부는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는 과세 목적, 과세 객체가 달라 ‘이중과세’라는 지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소득세에만 적용되는 과세 원칙임으로 재산세, 소비세 그리고 거래세 등의 세목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이유에서 소득세와 거래세를 같이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번 대책으로 양도차익 2,000만 원 이하 투자자(전체 주식투자자 약 600만 명의 95%)에 대해서는 주식 양도차익을 비과세하기로 해 대부분은 증권거래세만 납부하므로, 기존에 논란이 됐던 ‘이중과세’ 논란을 오히려 이번에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입니다.

아울러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해 과세를 전혀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기준 외국인의 주식 거래 비중은 약 30% 정도로, 외국인이 납부 한 증권거래세는 1조 원 대에 달했습니다. 또,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 시 초단타 매매 등을 통한 시장 왜곡 대응 수단, 이른바 ‘안전장치’가 사라질 우려도 제기합니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세수 펑크 우려…‘동학 개미’ 여파에 세수도 증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증권 거래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분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기재부는 올해 증권 거래세가 4조 9,350억 원 걷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 악화로 각종 세입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동학 개미’로 불리는 소액투자자 투자 확대에 따른 거래세 세수는 견고히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달 집계된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00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 7,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나라 곳간을 지키는 재정 당국인 기재부 입장에서 세수는 가장 민감한 대목이기에 증권 거래세 세수를 당장 포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세수’ 측면에서 증권거래세의 완전 폐지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양도세 전면 부과에 따라 금융투자 소득 세수가 늘어나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증권 거래세를 추가 인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증권거래세 폐지 시 줄어드는 세수를 주식 양도세 도입으로 상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로 2022년에 세수가 5,000억 원 늘어나고, 거래세 인하는 세수를 5,000억 원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 중입니다. 2023년에는 금융투자소득 전면 시행으로 세수가 1조 9,000억 원 증가한다고 봤습니다. 주식 양도소득 과세확대분이 2조 1,000억 원, 주식과 다른 상품 간 손익이 통산되면서 줄어드는 세수 감소분 2,000억 원의 총합입니다. 반대로 거래세 인하는 2023년에 1조 9,000억 원의 세수 감소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양도세 확대로 늘어나는 세수와 거래세 인하로 줄어드는 부분이 같다는 뜻입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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