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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템 가치…욕망의 퍼즐을 맞추다

[토요워치-한정판 유혹]

커피숍 경품가방 2배 넘는 값에 팔리고

20만원 스니커즈 한정판이 100만원에

제한된 수량에 '소유 쾌감' 구매욕 불러

車·명품부터 음식까지 모든 유통 확대

(위쪽부터) 할리스 ‘폴딩카트’, 나이키 ‘디올 에어’, BMW ‘M340i 퍼스트에디션’




# ‘스타벅스 핑크 레디백 12만원, 그린 컬러 8만원. 배송비 착불.’

중고나라 등 중고물품 거래장터에서 ‘핑크 레디백’의 리셀 가격은 행사 초반 9만원대에서 이제 핑크색의 경우 12만원까지 올랐다. 음료를 구매해 증정품을 받는 경우 가장 적게 쓸 수 있는 금액은 6만4,800원이다. 많게는 2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리셀 가격 인상의 바탕에는 한정판 품절임박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올해는 한정판에 불안심리가 일찌감치 작동해 행사 시작 닷새도 되기 전에 ‘품절’ 소문이 돌고 있다.

◇한정판 사은품, 배보다 더 큰 배꼽에도 ‘품절’=자동차·가방 등 명품에서 시작된 한정판은 스니커즈에서 대중화됐고 이제 굿즈·먹거리까지 유통 전 영역으로 확대됐다. 스타벅스 사은품 한정판인 ‘서머 레디백’의 경우 지난 5월 서울 여의도공원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총 300잔의 음료를 주문한 뒤 음료는 버리고 가방 17개를 받아가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할리스커피 ‘멀티 폴딩카트’가 최근 한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다. 지난달 8일 할리스커피 당산역점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임에도 입구부터 3층까지 손님들이 늘어섰다. 할리스커피가 지난달 9일 여름 프로모션 상품으로 출시한 멀티 폴딩카트를 받기 위해서다. 멀티 폴딩카트는 야외에서 짐을 운반하거나 뚜껑을 덮어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는 캠핑용품으로 음료를 1만원어치 이상 사면 1만1,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공짜로 증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엄밀히 말하면 굿즈에 가깝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6만~7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식품업계에서는 충성고객이 있는 기존 제품의 과거 디자인을 되살린 상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하거나 향수, 관련 굿즈를 증정하는 ‘펀슈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맥심’을 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는 ‘레트로 보온병’이다. 이는 동서식품이 올 4월 선보인 1만5,000개 한정판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에 들어 있는 사은품이다. 1990년대 판촉물이었던 빨간색 보온병은 추억을 되살리는 광고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온라인에서 일찌감치 품절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칠성사이다 발매 70주년을 맞아 150㎖ 용량의 칠성사이다 12병을 멀티박스에 담은 ‘빈티지 미니어처 세트’ 등 한정판뿐 아니라 다양한 관련 굿즈를 제작, 판매했다. 향수·유리컵 세트는 이미 다 팔린 상태다.



◇8,000만원 BMW 한정판 40대 하루에 완판=한정판을 대중화한 것은 스니커즈다. 최근에만 ‘This is trash(이것은 쓰레기)’를 내건 스니커즈부터 디올과 ‘컬래버’한 300만원짜리 스니커즈까지 한정판 스니커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모델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2017년 첫 발매 당시 20만원대였지만 리셀가는 100만원에 달한다. 지금도 40만원대에 거래되는 이지부스트 ‘350 V2 지브라’는 국내에서 지난달 26일 재발매됐다.

한정판 스니커즈가 인기를 얻고 이의 리셀이 일상화되다 보니 스니커즈 되팔기를 위한 전용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블루’는 지난해 9월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사이트인 ‘엑스엑스블루(XXBLUE)’를 론칭해 오픈 한달 만에 1만명 이상의 회원을 모았다. 이 사이트에서 발매가격이 23만9,000원이었던 한정판 ‘트래비스콧X나이키조던’ 운동화는 최근 240만원까지 올랐다. 운동화가 돈이 되자 7월 소더비는 미국 뉴욕에서 운동화 경매를 열기도 했다.



한정판은 소위 굿즈 같은 비교적 저렴한 상품부터 초고가에 이르기까지 이제 일상이 됐다. BMW는 5월 온라인 한정판으로 ‘M340i 퍼스트에디션’을 출시했다. 전 세계 340대 한정으로 생산됐으며 국내에는 40대만 들어왔다. 이는 8,150만원의 고가임에도 하루 만에 완판됐다.

맥심 레트로 보온병.


◇스니커즈 테크…일주일에 4배는 기본=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들였다가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스니커테크 같은 영역도 MZ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고가의 명품백이나 시계 등에 투자해 되팔던 ‘샤테크(샤넬+재테크)’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운동화로 옮겨간 셈이다.

에어 디올의 리셀가가 1,000만원 이상이라는 관측은 과거 오프화이트와 나이키 에어조던1의 컬래버를 근거로 했다. 상태가 좋은 오프화이트X에어조던1 가격은 황금 사이즈인 260㎜ 기준 1,000만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말 단독으로 유치한 ‘JW앤더슨X컨버스’의 ‘런스타하이크’ 스니커즈 역시 1,000족이 판매 개시 8시간 만에 매진됐다. 이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려고 서울 중구 본점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 사람들이 줄을 섰다. 판매 당시 10만원대였던 제품은 일주일가량 지나 각종 사이트에서 3배 이상 오른 가격으로 재판매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리셀러가 직업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2017년 16세에 백만장자가 돼 화제를 일으켰던 미국 리셀러 ‘벤자민 카펠루쉬닉(별명 벤자민킥즈)’을 벤치마킹하며 리셀러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리셀러를 전문적으로 하지만 해외 리셀러보다는 소극적이라는 의미의 ‘샤이 리셀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한정판…왜?=한정판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은 희소성 때문이다. 한정된 기간과 수량이라는 제한조건이 걸린 ‘희소템’을 손에 넣었다는 쾌감이 성취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금이 아니면 더는 이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메시지 마케팅은 고가 브랜드에서 활용돼온 전략이지만 지금은 스니커즈나 옷 등에 걸쳐 전반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면서 “희소성은 소비자의 구매욕을 더욱 자극해 기업의 틈새전략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한정판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보니 기업들 역시 더욱 공을 들이고 또다시 소비자의 사랑을 더 크게 받는 ‘선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할리스 등의 굿즈 사례에서 봐도 한정판 굿즈의 품질이 더욱 개선되면서 소비자들이 더 열광하고 있다”며 “또 리셀러 시장이 형성되면서 ‘한정판=재테크’가 될 수 있다는 심리가 강하진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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