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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여명]뉴노멀 시대 품격있는 新중산층의 ‘배려 소비’

심희정 생활산업부장

코로나로 사회 불확실성 커지며

명품 판매 급증 '과시 소비' 만연

이웃·환경 배려하는 소비문화

新중산층 '노블레스 오블리주' 될것

3일로 사상 초유의 면세 재고품 내수판매가 한 달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면세점 이용객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명품 반값 세일에 나선 롯데·신세계·신라면세점은 모두 품절 대박을 터뜨리며 오랜만에 웃었고 국민은 전 세계 명품 시장에 한국인의 지독한 명품 사랑을 재천명했다.

명품 재고 면세품이 ‘오프라인’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지난달 25일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는 빗속에서도 개점 전 번호표 70%가 소진되는 광경이 연출됐다. 이날 ‘취재진 반, 고객 반’일 정도로 한국인들의 무서운 명품 쏠림 현상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현장은 더욱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5월에는 샤넬이 주요 제품 가격을 20% 가까이 인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상 전 제품을 사려고 새벽부터 ‘샤테크 오픈런’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로 백화점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모든 명품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한 가운데 막차를 탄 에르메스가 지난달 초 온라인몰을 개장하자마자 80만원대 슬리퍼는 삽시간에 팔려나가 모두 품절됐다.

요즘 같은 때 명품백 하나 들지 못하면 세상사에 뒤처지는 자괴감이 든다는 한 50대 회사원. 그는 “내가 이번 면세 재고품 대란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다”며 “50~70%씩 할인된 가격의 명품을 이때 아니면 언제 들겠느냐고 닦달하는 아내와 딸의 성화에 지갑을 열었다”고 털어놨다. 강남 소재 중학교 2학년 박 모 양은 심지어 엄마와 함께 발렌티노·발렌시아가 티셔츠를 공유해 입는다. 박 양은 “친구들이 브랜드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웬만한 명품 브랜드는 거의 다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성장해 매년 신장세다. 전 세계 8위 규모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11개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평균 매출 신장률은 15%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생업이 위태로운 와중에도 비상식적인 명품쏠림 현상이 극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와 잇단 무급 휴직, 취업난 등이 혼합돼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과시 소비를 넘은 보복 소비 심리로 해석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젊은 층일수록 불확실한 사회에서 ‘명품은 완벽하고 아우라가 있으며 영원하다’는 환상을 갖는다”며 “불확실성이 높으면 리밸런싱 과정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것을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0년 뒤 10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저축하고 소비를 지연시켜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지만 불확실 사회에서는 당장 갈망하는 것을 찾게 되는 식이다.



또 다른 이유로 중산층의 붕괴가 꼽힌다. 사회가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 존재로 꼽히는 허리가 무너지면서 공동체의 반목과 대립은 격화됐고, 중산층들은 경제적인 보상 심리로 명품 소비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는 과시·보복 소비를 지나친 사회 병리 현상으로 치부하고 이를 지적만 할 것인가. 우리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합리적 소비를 사회 트렌드로 새롭게 이끌어갈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적 중산층 곧 ‘뉴미들(new middle)’의 소비를 회복해야 한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보상 소비’보다 종국에는 나와 내 가족에게 돌아오는 ‘배려 소비’ 문화를 새로운 중산층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양극화 문화로 사회를 갈라놓은 과시 소비가 아니라 이웃·국가·에너지·환경을 배려하는 건전한 소비문화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명품 소비에 경도된 중산층이여, 건전한 옷을 입고 새롭게 깨어나자. 책임감을 장착한 합리적 소비문화의 회복이야말로 뉴노멀 시대 새로운 중산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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