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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틀어막기 집값정책 시장 내성만 키워...'양치기 소년' 정부 만들수도"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수요억제책 전월세난 불러...대체 투자처 등 있어야 안정

20번 넘는 대책에도 집값 안잡히면 정책에 문제 있는 것

재건축·재개발 규제 풀어 도심에 새 아파트 공급 늘려야

국민 자산 80%가 부동산...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 침해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이 1일 서울 종로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 원장은 “정부가 20차례 넘게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효과가 없으면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틀어막기식 정책은 시장의 내성만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보름이 됐지만 시장은 도리어 더욱 출렁거리고 있다. 계속되는 풍선효과에 정부는 대책을 또 준비하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친여(親與) 진영 내부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서울 강남을 타깃으로 한 현 정부의 수요억제책은 한계에 왔다”며 “오히려 임대시장에 부담을 줘 전월세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 원장은 “지금처럼 틀어막기만 하는 정책은 시장의 내성을 키우고 정부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게 된다”며 “안정적인 주택 공급과 넘치는 돈이 흘러갈 수 있는 대체투자처를 찾는 것이 정책의 요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고 원장과 만나 부동산 정책과 시장의 향배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게 20차례가 넘었다.

△현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서울 집값이 두자릿수로 뛰었다. 다른 자산의 상승폭에 비해 훨씬 크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기조와 수단이 비슷하다. 특정인이 기본 틀을 짜니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정책 기조는 특별한 게 아니다. 강남을 타깃으로 한 수요억제 정책이다. 대책이 잦다 보니 시장의 내성만 키웠고 그만큼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에서도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소리들이 나온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잘잘못을 떠나 스무 번 이상 대책을 발표했는데 효과가 없으면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의사도 오래 치료해 나아지지 않는다면 치료방법을 바꾼다. 지금처럼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정책을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책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본다면.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일방적인 수요억제 대책을 펴면 여러 문제들을 불러온다. 2000년대 이후 금융정책이 사용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시작했다. 학계 인사들의 비유를 빌리면 금융정책을 쓰는 것은 풀장에서의 조치와 같다. 풀장 안에 서 있는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은 물 높이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금융정책을 쓰면 키 작은 사람, 즉 실제로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먼저 죽을 수 있다. 이번 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돈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줍줍’ 사들이고 내 집 마련을 하려 조금씩 돈을 모으는 사람들의 집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40%는 임대주택에 사는데 그중 전세 거주자가 가장 많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를 단기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임차인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정부의 대책은 도리어 전월세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길게 갈 것이다. 정부 정책대로 갭 투자가 불가능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지 못하게 된다. 평생 전세로 살려는 사람도 있지만 젊은 층 대부분은 전세를 거쳐 돈을 모아 집을 사려 한다. 그런데 대책대로라면 전세를 안고라도 집을 장만하고 싶은 사람들이 사지 못하게 된다. 전세 수요가 자연 발생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월세 가격 급등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여기에 전셋값을 많이 올리지 못하도록 임대차법을 개정하면 전세 가격이 또 뛸 것이다. 예전에도 전세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라고 할 때 가격이 확 뛰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맞는가.

△안정적 공급을 기반으로 정부가 미세조정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과 수요의 탄력성이 다르다. 수요억제책은 발표 순간 효과가 나타나지만 공급은 3년이 지나야 효과를 본다. 이 때문에 공급은 장기적으로 적당한 수준으로 계속 늘려줘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의 정책은 너무 단기적이다. 공급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대체투자처를 마련해줘야 한다. 수요를 유발하는 배경에 유동성이 있다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생산적인 곳을 찾아줘야 한다.

-현재 주택 공급 상황은 어떤가.

△(정부가) 신도시를 꺼내지만 아직도 먼 얘기다. 지금은 되레 주택 공급량이 축소된 상태다. 공급은 한번에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급을 줄이면 가격 안정이 어려운데도 현 정부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공급을 계속 줄이고 있다. 재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수도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안정적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도심에 공급하는 방법은 재개발·재건축밖에 없다. 서울 도심에 5층짜리 건물들이 많다. 평택이나 남양주 등의 논바닥에도 20층을 짓는데 개포동이나 잠실에는 왜 5층짜리를 그대로 놓아둬야 하는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지 않는가. 도심 안에 새 아파트 짓는 것을 억제하면 안 된다. 강남 재건축 때문에 폭등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을 풀면 정말 집값이 폭등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재개발이 투자처로 가장 좋다고 하니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 등을 통한 공급을 일관성 있게 늘려간다면 결국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면 안 된다. 현 정부에서 안 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지금 준비해도 정권이 끝나기 전 결과를 보지 못한다. 긴 호흡으로 도심 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 정책의 또 하나의 문제인 풍선효과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당연하다. 돈이 풀리면 자산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가 부동산이다. 집값이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부동자금이 1,000조 원을 넘었는데 추가경정예산을 3차까지 편성하면서 돈을 계속 풀고 있다. 그런데도 수요억제책만 갖고 자산 가격을 누르겠다고 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규제를 하더라도 어느 곳은 올라가게 되고 풍선효과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은 로또 분양이다. 이것도 결국 수요억제 대책에서 나온 것인데.

△분양가 통제라는 것이 임의적인 가격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단기적으로 시장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결국 부작용을 불러온다. 이명박 정부 때도 좀 하다가 말았다. 풀린 돈이 엄청난데 공공이 공급하는 아파트 몇 채를 갖고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 분양가 통제로 주택 가격을 잡는다는 것은 웃기는 말이다. 시장에는 신규 아파트보다 기존 아파트가 훨씬 더 많다. 적은 새 아파트를 갖고 나머지 95%의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분양가상한제로 신규 아파트 가격을 잡는 것은 로또 분양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옆에 있는 95% 아파트 가격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로또가 안 된다는 논리는 결국 빗나갔다.

-6·17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개인의 재산에 대해 정부가 허가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사유재산 침해다. 토지공개념이라는 논리로 사유재산 침해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 재산의 70~80%가 부동산인데 그걸 토지공개념으로 해석하면 되겠는가. 내 땅을 왜 공공의 이익이라는 개념으로 보는가.

-관심은 역시 집값의 향배다. 길게 볼 때 집값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정책 또한 균형적이지 못하다. 사람들은 공급 부족 때문에 나중에 가격이 뛸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주거 수준의 향상도 이뤄진다. 질적으로 더 나은 새 아파트가 나오는데 집값이 내려가는 게 말이 되나. 선진국도 인구가 감소한다고 집값이 하락하지 않았다. 오름폭은 달라질 수 있지만 결국 상승 곡선을 그려갈 것이다. 어떻게든 공급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가격을 조절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계대출 문제는 항상 부동산 정책과 연결돼 있다. 가계대출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까.

△당장은 가계대출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영세 소상공인을 포함해 생활비 목적으로 가계대출이 필요한 저소득층이 저리의 부동산대출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제한된다는 점이 걱정된다.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비중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최근 라디오에서 사연 하나가 흘러나왔다. 옆 공장이 문을 닫아 손님이 없어서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레미콘 부품 회사인데 건설업이 죽자 타격을 입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다. 수출로 돈을 버는 구조다. 내수 기반은 그만큼 취약하다. 외풍이 불어도 타격을 받지 않도록 내수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내수의 상당 부분이 건설부동산업이다. 지방에 가면 번번한 사업이 모두 부동산 개발이다. 정부가 부동산을 너무 옥죄면 내수 기반도 흔들린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광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 코넬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부동산대학원 교수를 거쳤으며 2008년 8월부터 부동산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회 위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 도시재생투자심의위원회 전문위원,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전문가협의회 전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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