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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유리 달걀





런던시 템스강 남쪽 타워브리지 부근 광장에는 강 쪽을 향한 달걀 모양의 초현대식 빌딩이 있다. 달걀과 닮았다고 유리달걀(The Glass Egg)로 불리는 이 빌딩은 빅벤·런던아이와 더불어 런던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런던광역시 청사다. 런던광역시청은 런던 발상지인 런던시(The City of London)와 32개 자치구를 관리한다. 이 건물은 템스강과 타워브리지, 강 건너편의 런던타워와 어우러져 고풍과 초현대풍이 함께하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런던타워는 영국 왕 헨리8세가 이혼을 거부하자 간통죄를 씌워 처형했던 가련한 왕비 앤 불린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런던광역시는 과거 공장지대로 낙후됐던 템스강 남쪽 재개발 사업의 하나로 747억원을 투입해 신청사를 지어 2002년 7월 문을 열었다. 여름철 직사광선을 피해 자연스럽게 그늘이 형성되도록 해를 향해 남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건물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건물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70%를 조달한다. 지하수를 활용한 냉각시스템으로 에어컨이 없어도 실내 환경이 쾌적하다. 투명 행정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외관은 유리로 만들었다. 빌딩 소유주는 쿠웨이트 국부펀드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세인트 마틴스로 런던광역시는 이 빌딩을 장기 임대해 쓰고 있다. 이 건물은 현대 친환경 하이테크 빌딩 설계의 거장 노먼 포스터가 설계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도 수상한 그는 숲속 타원형의 애플 사옥, 홍콩 HSBC빌딩, 뉴욕 허스트타워를 설계하기도 했다.



런던광역시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예산이 부족해지자 비용절감을 위해 도심인 이곳을 떠나 시 외곽인 뉴엄 로열독스로 이사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디크 칸 런던광역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방세 수입 감소로 앞으로 2년간 7,300억원의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사 이전으로 5년 동안 820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5조~38조원에 달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시 재정의 부실을 막기 위해 랜드마크 청사도 내놓으려는 런던광역시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무척 많을 것 같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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