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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짜리 文정부가 나라곳간 허물어…이러다간 제2 환란 맞을 것" [청론직설]

'재정으로 일자리 해결' 환상서 벗어날 때

소득 만원만 있어도 모두 세금 내게 하고

공정위 '경쟁 촉진' 본연의 역할 충실해야

최저임금·주52시간 문제도 대책 마련을

김병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경제가 비상위기 상황이므로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제 등에서 기업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줄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기관마다 경제성장률을 낮춰잡고 있으며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밀어붙이는 등 재정 투입에 나섰지만 효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김병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은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5년짜리 단임 정부가 소중히 지켜온 나라 곳간을 허물고 있다”며 “재정건전성이 무너져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이어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기업 환경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정책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3차 추경안을 마련하는 등 재정지출 확대에 올인하고 있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을 가능한 한 아끼고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대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 정부는 모든 문제를 재정으로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재정을 통한 고용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질뿐더러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외화유출로 이어져 제2의 외환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여권에서는 재정당국을 ‘창고지기’에 빗대며 열쇠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데.

△일반 가정에는 가장이 있어 그런 말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권은 5년마다 바뀐다. 5년짜리 단임 정부가 영구히 지켜야 할 나라 곳간을 임기 동안 마음대로 쓰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임기 중 곳간을 털어먹으면 다음 정부는 어떻게 하나. 나라가 망한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재정적자 비율을 준수하도록 최소한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래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세금을 함부로 동원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 정부는 국채발행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면 결국 증세로 가야 한다. 우리는 현재 근로소득세를 내는 계층이 전체 국민의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단돈 1만원이라도 소득이 있는 사람은 세금을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가가치세를 조금 올리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용시장이 어렵다.

△근본적으로 고용을 늘리자면 기업들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고용 문제는 절대 정부가 해결할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지 정부가 아니다. 무엇보다 위기를 극복하자면 기업들의 임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특단의 대책으로 최저임금을 동결하든지 한시적으로 2~3년간이라도 내려야 한다. 주 52시간제 역시 근로자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일을 못하게 막고 사업주를 처벌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시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인 만큼 대통령이 긴급명령이라도 발동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규제 문제도 심각하지 않나.

△외국에도 없는 규제가 투자를 저해하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사례가 많다. ‘타다’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탄생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규제가 혁파되지 않는 것은 결국 이해관계자·기득권자의 반발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표만 따지니 이들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치란 사회의 집단·계층 간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다. 문제가 터지면 국회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피해를 당하는 이들에게 보상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는 서비스 산업이다. 교육이나 의료·보건·관광·금융 등 서비스업이 발달해야 고용도 늘어나는데 규제가 집중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 특유의 평등추구 풍조도 그렇거니와 영리병원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발상이 문제다. 공공성만 앞세우지 말고 과감히 규제를 혁파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다.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기업규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속고발제 폐지다. 검찰이 공정거래법을 앞세워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면 버텨낼 기업이 많지 않으므로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나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 걱정스럽다. 투기자본의 공격에 취약해져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데다 설령 이기더라도 기업 이미지만 나빠지는 피해를 당하게 된다. 현재의 법으로도 충분히 대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경쟁 촉진이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공정거래위원회를 어떻게 보는가.



△외국에서는 공정거래법이 경쟁법으로 불릴 정도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은 여기에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가 포함돼 있다.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부당지원 같은 대기업 규제 조항은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경쟁촉진보다 재벌 규제나 갑을관계 개선 활동이 많아졌다. 이제는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제도적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공정위가 과거에 경제규제개혁위원회를 운영했듯이 규제를 찾아 해당 부처에 개선을 요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로 달라질 가장 큰 변화가 비대면 경제다. 세계 경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강의 활성화, 원격의료 보급 등은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산업생태계 역시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갖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무엇보다 K방역을 제대로 활용해 의료·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비대면 거래에 따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제 정부가 앞장서 특정산업이나 주력산업을 키우는 방식은 효과가 없다. 유망산업이라고 해서 정부가 자원을 몰아주는 시대는 끝났다. 전적으로 기업에 맡겨야 한다. 기업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발목을 잡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규제를 없애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경제쇼크 극복을 위해 ‘뉴딜대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부가 얘기하는 한국판 뉴딜의 내용을 잘 모르겠다. 정체도 불분명하고 단지 구호에 머무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특정산업을 일으킨다는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반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분야가 원전사업이다. 신한울 3·4호기 원전 공사만 재개해도 일자리는 저절로 생긴다. 원전사업을 재개하면 ‘일석5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린뉴딜도 결국 환경 문제인데 원전을 포기한다니 말이 안 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큰 정부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큰 정부든 작은 정부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 거론되는 ‘큰 정부’는 민간경제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제와 관련해 가능하면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대신 정부는 룰을 정해놓고 이를 위반하면 제재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사회안전망은 그야말로 경제활동에서 뒤처지거나 경쟁에서 탈락해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나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민과 계층에게 똑같이 나눠주자는 얘기다. 기본소득 도입은 다른 복지수단을 통합하자는 것인데 이로 인해 잘사는 사람은 득을 보겠지만 저소득층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중산층 이상에게 나눠줄 돈을 저소득층에게 주면 훨씬 도움이 된다. 야당에서 기본소득을 먼저 꺼내는 것도 결국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선거공약으로 만들어진다면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요즘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예전에는 공무원에게 기개와 용기가 있었다. 청와대에서 부당한 지시가 내려오면 설득하고 논쟁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시키면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따른다고 하더라. 현 정부가 공무원들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아 처벌하는 상황에서 누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바른 소리를 하겠는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195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뉴욕 헌터컬리지 대학원에서 도시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11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1과장·북방경제1과장·동향분석과장 등을 지냈다. 1993년 주일본대사관 참사관으로 일한 후 공정거래위원회로 옮겨 경쟁국장·정책국장·사무처장에 이어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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