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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북핵 포기한 국민들, 10명 중 6명 "北 관심도 없다"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국민 90% "김정은 비핵화 의지 분명" 주장 불신

"통일 필요없다" 의견 朴정부 때보다 급증한 55%

北 못믿어도 文대통령은 신뢰... "日위협 못느껴"

美볼턴 "文, 조현병" 막말에 靑 "본인이 그럴수도"

"日방해에도 文·김정은 꾸준" 조국 3줄 요약 화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고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통일과 북한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최대 국정과제로 삼고 모든 힘을 쏟아 부었음에도 ”북한에 관심도 없다” “통일은 필요 없다”는 국민 여론이 어느새 절반을 넘었다는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고 확고하다”고 국내외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국민의 90%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다”고 믿는 것으로 집계됐다. 북미·한미·한일·남북관계가 잇따라 어그러진 것은 물론 최근 국민 인식까지 국정 방향과 멀어지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모든 정책에 적극 관여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임기 초부터 내치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았다”고 귀띔했다.

김정은. /연합뉴스


국민 90% “北김정은 비핵화 의지 분명” 주장 안믿어

통일연구원이 지난 25일 발표한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 중 61.1%는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5년 50.8%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였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 국민 비율이 60%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북한에 관심 없다”고 답한 비율은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모든 연령에서 55%를 넘겼다. 비단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 전체 응답자의 54.9%는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첫 조사 때(43.1%)보다 무려 11.8%포인트나 급증한 수준이었다. 반면 “통일을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016년 37.3%보다 11.0%포인트 급감한 26.3%에 그쳤다. 그나마 통일 선호도가 높은 1950년 이전 출생자들조차 북한과 공존을 선호한다는 답변(45.6%)이 남북통일 선호(36.7%)보다 높게 조사됐다.

남북통일이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64.8%로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의견(31.0%)의 두 배를 넘어섰다. 2016년에는 각각 55.9%, 29.4%의 응답률을 기록했는데 4년 사이 그 차이가 7.3%포인트나 더 벌어진 셈이다. 통일을 하게 될 경우 그 형태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0.2%가 연합제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28.7%는 단일 국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통일을 하더라도 북한과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사는 것은 꺼린다는 의미였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89.5%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2016년 71.3%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과 미국, 국제사회에 셀 수 없을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분명하게 밝혔다”고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장담은 적어도 대내적으로는 통하지 않은 결과가 됐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 역시 지난해 4월 33.5%에서 올해 15.6%로 급락했다.

남북 군사력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이 강하다”는 응답(39.9%)이 “남한이 강하다”는 응답(32.1%)을 웃돌았다. 통일연구원은 그 이유를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에서 찾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가장 신뢰하는 존재는 文대통령... “日군사위협 없어”

북한에 대한 인식은 악화됐지만 문 대통령 자체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높았다. 문 대통령 개인은 한국 사회 각 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모든 기관을 제치고 1등에 올라섰다. 문 대통령은 10점 만점 가운데 5.8점의 점수를 얻었고 그 뒤를 행정부(5.2점), 사법부(4.1점), 언론(3.8점), 정당(3.3점), 국회(3.0점) 순으로 이었다.

한미동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인 90.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3.2%보다 떨어진 수치였다.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을 긍정하는 답변도 2019년 91.1%에서 올해 85.0%로 떨어졌다. 반대로 “통일 후엔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 없다”는 답변은 지난해 45.9%에서 58.4%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최근 방위비 분담금 압박 등의 여파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는 69.6%가 현 수준 유지를 선택했고 26.9%는 더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증액 의견은 3.5%에 불과했다.

일본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서는 “현재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지난해 39.3%에서 올해 62.2%로 무려 22.9%나 급증했다. “앞으로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 역시 33.3%에서 55.0%로 21.7%나 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이 한국 독립에 기여했다”고 보는 시각은 지난해 56.1%에서 올해 71.1%로 늘었고, “일본과 북한이 전쟁을 할 때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은 2019년 45.5%에서 올해 49.0%로 소폭 증가했다. “수출규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63.0%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5월20일부터 6월10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집오차는 95% 수준에서 ±3.1% 이다.



정의용(왼쪽) 국가안보실장과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4월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을 기다리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美볼턴 “종전선언은 文 혼자 생각... 北은 신경도 안써”

한편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미국 백악관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공개되면서 그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며칠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김정은의 영변 핵시설 폐기 의도가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들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한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을 보여줬다”는 발언까지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2일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하는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것(조현병 환자 같은 아이디어라고 표현한 부분)은 그 자신이 판단해 봐야 될 문제”라며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받아쳤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뿐 아니라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 비핵화와 함께 주요 안건으로 알려졌던 ‘종전선언’ 또한 문 대통령만의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했다. 정작 북한은 종전선언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선언이었다”며 “나는 원래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통일 안건에서 나온 것이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듣기 좋은 소리라는 것 외엔 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도 언급하면서 “북한도 우리에게 문 대통령이 원하는 종전선언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왜 우리가 그걸 추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22일 유튜브채널 ‘류형수TV’에서 ‘나들이’라는 곡을 열창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제공=유튜브 캡처


조국 ‘볼턴 회고록 3줄 요약’ SNS도 화제

이런 가운데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을 자신의 방식으로 요약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트위터가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볼턴 회고록을 세 줄 요약하면 이렇다”라며 “나(볼턴 전 보좌관)는 온갖 방해를 다 했다. 일본도 같이 방해했다. 트럼프·문재인·김정은 꾸준히 하더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훼방꾼 볼턴 & 아베’라는 제목의 한 언론사 칼럼을 트윗했다. 그는 그 전날에도 ‘볼턴 회고록에 숨겨진 진실들...중재자 문 대통령의 땀방울’ ‘전쟁광 볼턴, 문 대통령 눈엣가시로 보고 사사건건 방해’ ‘볼턴 회고록의 역설...文대통령 ‘운전자’ 노력 부각 효과’ 등의 기사를 트윗했다. 볼턴 전 보좌관을 남북 평화 통일의 방해자로 분류하고 그의 회고록 내용 중 문 대통령이 노력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이번 회고록 요약은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으로 행여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에 흠집이 날 것을 염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의 생각은 여당 핵심 지지층들의 대북관과 일맥상통하는 만큼 자신의 시각이 담긴 요약문을 제시해 회고록 전문을 읽지 않은 대다수 여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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