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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불기소' 한고비 넘겼지만…복합 리스크에 끙끙

대검 수사심의위, 이재용 부회장 불기소 의견

코로나, 차이나굴기, 미중무역분쟁 등 변수는 여전

'사법리스크'도 여전한 가운데 삼성 행보 주목





삼성 그룹이 한숨을 돌렸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내놓으며 삼성그룹이 ‘초격차’에 다시금 힘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결과와 상관없이 기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계는 일단 “수사심의위의 결과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가 ‘초미지급(焦眉之急· 눈썹이 타게 될 만큼 위급한 상태)’이라는 고사성어가 연상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영업이익의 27% 가량을 차지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시금 ‘V자 반등’을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갈수록 엄혹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 또한 지난달 18일 중국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한데 이어 지난 19일 화성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서는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을 둘러싼 위기는 복합적이다. 그만큼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 경영진의 어깨가 무겁다.

첫번째 위기는 꺾이지 않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다. 코로나19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가전과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이른바 ‘언택트’ 수요로 반도체 가격 상승을 기대했지만 “반짝 수요가 끝났다”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했던 서버용 반도체(DDR4 32GB)의 고정가격은 지난달 143.1달러를 기록해 전달과 같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D램 수급 차질을 우려해 올 상반기 반도체 구입을 늘렸지만 물류 이동 제한 등으로 서버 증설에 어려움을 겪으며 재고를 충분히 소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클라우드 업체들이 올 하반기에는 D램 구입량을 줄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뉴삼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PC용 반도체(DDR4 8Gb)의 현물가격은 이날 1개당 2.8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수준으로까지 뒷걸음질 쳤다. PC용 D램 현물가격은 최근 두달새 20% 이상 떨어졌다.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PC용 D램 가격 추이 또한 하향세로 바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D램 최대 수요처인 모바일용 D램은 스마트폰 시장 위축으로 전년 대비 전체 매출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을 둘러싼 두번째 위기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수출중심의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더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까지 강요당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설비를 바탕으로 생산한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하는 내용의 ‘화웨이 규제안’을 조만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 2년여 동안 이름을 올린 주요 고객사다.



지난달에는 대만 TSMC가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공장 건설에 1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미중 무역분쟁이 비메모리 영역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TSMC 측에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하지 말도록 강제하는 등 ‘화웨이 고사’ 작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또한 미국 견제 때문에 향후 화웨이 제품 수주가 불가능하다. 미국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의 세계 정상급의 반도체 장비 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 또한 미국 업체인 싸이머 인수를 통해 관련 기술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미국 제재시 관련 장비 납품이 불가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또한 미국 내 파운드리 시설 증설로 미국 정부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국우선주의’에 힘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든 삼성전자의 팔을 비틀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평택에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라인 조성을 위해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세번째 위기는 중국의 ‘IT굴기’다.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의 BOE, CSOT 등에 넘어갔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한국을 맹추격 중이다. TV시장에서는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이 삼성전자를 맹추격 중이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의 합산 점유율이 삼성전자를 크게 웃돌고 있다. 5G 통신 장비 시장은 자국 정부의 ‘묻지마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화웨이의 기술력이 삼성전자보다 한 수 위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우려가 높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D램 시장에서는 CXMT가 연내 17나노급 D램을 양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YMTC는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올 연말께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올 1·4분기 실적 공개 자리에서 “올해 설비투자액(CAPEX)으로 43억 달러를 집행하겠다”고 밝히며 현재 주력인 14나노 공정을 7나노 공정으로 ‘퀀텀점프’ 하기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은 또 화웨이 제재로 차질이 생긴 시스템반도체 육성 로드맵을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유니SOC를 통해 우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3일 수원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방문해 냉장고를 살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여타 변수만큼 중요한 위기 요소라 지적한다.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에 수년째 발목이 붙잡혀 있다. 이 같은 사법리스크 여파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발표한 ‘비전 2020’을 대체할 새로운 비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도 삼성의 전략을 모방한 중국 업체들 때문에 이전만큼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반면 이 부회장의 존재감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삼성 반도체 라인 일부가 멈춰설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 또한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잠재우는 등 오너 경영의 장점을 잘 보여주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오너의 과단성과 전문경영인의 전문성을 결합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사법리스크가 글로벌 불확실성 만큼 삼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 인사와 주요 경영인들과의 네트워크가 강한 이 부회장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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