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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화가' 충무공 영정 교체한다는데 그럼 100원 동전은?

월전 장우성이 그린 충무공 표준 영정

화가의 친일행적에 교체 민원 이어져

현충사관리소, 2010년 이후 꾸준 요청

100원 주화 속 이순신 얼굴도 동일 영정

100원짜리 동전 앞면에는 월전 장우성의 충무공 표준영정을 옮긴 이순신 초상이 담겨 있다.




충남 아산의 현충사에 봉안된 충무공 이순신의 표준 영정은 동양화가 월전 장우성(1912~2005)이 그린 것이다.

장우성은 이당 김은호에게서 그림을 배워 일제강점기던 젊은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고 광복 후에는 서울대와 홍익대 등의 교수를 역임했다. 1973년에 이충무공 기념사업회의 위촉으로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그렸고 이것이 표준 영정으로 지정돼 지금까지 전한다. 하지만 장우성은 화가로서의 업적과는 별개로 친일 행적이 드러나 비난 받았고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이 올랐다. 그가 그린 충무공 표준 영정을 지정해제 해야 한다는 논란도 잇따랐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가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충무공 표준영정 지정 해제를 정식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25일 “지정 해제 여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규정’에 따라 영정동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일 화가의 충무공 영정 철거되나?

앞서 현충사관리소는 지난 2010년에 충무공 표준영정에 대한 지정해제를 신청했지만, 당시 문체부는 친일 논란은 교체 사유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후 2017년에도 거듭 지정해제를 신청했지만, 역시나 정부는 갈등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이를 문제 삼아 “항일의 상징인 충무공의 영정을 친일 화가가 그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은 작가의 친일 논란과 영정의 복식 고증 오류 등으로 지속적으로 교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으므로 문체부와 협의해 합리적인 해제 및 교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장우성 화백의 표준영정 교체는 이 뿐 아니다. 그가 1986년 그린 유관순 열사 영정 역시 폭행과 고문으로 얼굴이 부어있는 수형자기록표 사진을 바탕으로 그려져 얼굴 모습 등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과 친일 화가 제작 논란이 일었다. 결국 표준영정은 해제됐고 2007년 새로운 표준영정이 봉안된 바 있다.

월전 정우성이 그린 충무공 이순신의 표준 영정. /사진제공=문화재청




■같은 화가의 100원 동전 충무공은?

충무공 표준영정이 있는 곳은 현충사 뿐만이 아니다. 100원짜리 주화 앞면에 그려진 충무공 이순신의 얼굴도 장우성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의 일부분이다.

이번에 현충사관리소가 요청한 충무공 표준영정 지정 해제가 받아들여진다면 현재의 표준영정은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100원 동전에 그려진 충무공의 얼굴 또한 교체되는 것이 일관성 있는 행보다.

아직까지는 표준영정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영정동상심의위원회’ 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이라 동전 교체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나, 표준영정이 교체된다면 동전 속 그림이 바뀌는 것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표준영정’이 뭐길래?

표준영정은 ‘정부표준영정(政府標準影幀)’의 줄임말로 우리 역사에서 민족적으로 추앙받는 선현들의 얼굴을 일관성 있게 기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가리킨다. 지난 1973년 4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전국 각지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영정을 통일하고 충무공 이순신 동상 건립을 규제하는 방안을 전문가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것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 훈령으로 지정된 ‘영정·동상 심의 규정’에 따른 심의 절차에 따라 지정과 해제가 결정된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 ‘표준영정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의 목소리도 높다. 197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위인 동상 건립의 붐이 일었던 ‘애국선열조상건립’과 ‘정부표준영정’ 제도가 무관하지 않으며, 그 배경이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 전 대통령이 정통성 부재를 보완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선전 도구의 하나였다는 것은 상당수 미술사학자와 역사학자들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충무공 표준영정 지정 해제로 그칠 게 아니라 본 적 없는 위인을 막연한 상상해 의지해 그리고 그 이미지를 고착화 하는 표준영정제도 자체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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