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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등 사이버 팬데믹…"코로나 온택트 시대 새 디지털 질서 구축해야" [청론직설]

[박유현 DQ연구소 대표]

사이버범죄 바이러스 확산 미래세대에 치명적

성착취물 노출, 사이버 불링, 게임 중독 만연

안전한 온라인 세상이 '디지털 뉴딜' 주요 축

기업 사이버 윤리경영 등으로 4차혁명 주도를

디지털 시민 교육과 사이버 역량 강화가 절실

박유현 DQ연구소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안전한 사이버 세상 만들기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주요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에서 유통한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는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다. 범죄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새로운 온라인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사이 사이버범죄의 독버섯이 곪아 터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교육·쇼핑과 재택근무 등 소위 ‘온택트(Ontact·온라인 연결)’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디지털 세계에서 새 질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디지털 역량·안전·윤리 국제표준’ 문제를 깊이 다뤄온 박유현(45·사진) DQ연구소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경제와의 전화·e메일 인터뷰에서 “사이버상의 여러 위기가 바이러스처럼 무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의 디지털 윤리경영과 시민의 사이버교육 강화가 시급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만드는 것을 주요 축으로 삼아야 한다”며 “그래야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기초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DQ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1·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IQ(Intelligence quotient·지능지수)가 나왔고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EQ(Emotional Intelligence quotient·감성지수)라는 말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DQ(Digital Intelligence quotient·디지털지수)가 중요하다. AI 시대에 DQ의 근본은 인간의 지혜와 윤리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 첨단기술을 이용해 공동선을 이루는 인간 중심의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DQ연구소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우선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디지털 시민교육 운동에 주력한다. DQ의 기본정신은 사이버폭력, 게임중독, 거짓뉴스,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이다. 초등학생 교육·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80여개국의 어린이 100만명에게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을 해왔다. 처음으로 어린이온라인안전지수도 만들었다. 사이버 팬데믹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백신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국제적으로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온라인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개념과 상세한 기준이 담긴 DQ 프레임워크(개념구조)를 국제표준으로 정립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협의하고 있다. 이미 2018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경제포럼(WEF),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로부터 DQ 프레임워크의 뼈대를 쓰기로 합의했다. 이들 국제기구와 80여개국의 시민단체·기업들과 협업해 DQ 프레임워크를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박유현 DQ연구소 대표가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사이버 위협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과 함께 인간 중심의 ‘스마트시티 인천’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민과 기업을 위한 디지털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사이버위험 등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모을 방침이다.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재)여시재 등과 미래 교육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들이 다양한 사이버위험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과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10%가량이 게임중독 위험에 처해 있다. 30%는 음란물과 폭력물에 노출돼 정서가 병들어 있고 약 40%는 사이버불링(온라인상의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기업의 윤리경영과 디지털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적신호라고 봐야 한다. 온택트 시대의 온라인 안전이 세계적 어젠다가 됐다.

-음란물 등으로 디지털 세계가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됐는데.

△DQ연구소가 2017~2019년 30개국의 8~18세 14만5,426명을 대상으로 ‘글로벌어린이온라인안전지수(COSI)’를 조사했는데 음란물 노출도가 12세 미만 어린이는 약 30%, 13~18세 청소년은 무려 80%에 달했다. 한국의 한 조사를 보니 성인까지 포함하면 92%가 포르노를 소비하고 33%가 초등학교 때 처음 포르노를 접했다고 한다. 음란물 중 가장 질이 좋지 않은 것이 n번방과 같은 성 착취물이나 상대의 동의가 없는 몰카, 어린이·청소년 대상 음란 비디오인데 이런 게 난무하고 있다.

-정말로 디지털문화 혁신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그렇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홀로그램 등의 새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 중 하나가 포르노다. 어찌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우연히 음란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해 10대들이 포르노를 보고 비뚤어진 성의식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을 깔며 세계 1등 인터넷국가가 됐는데 악플과 사이버불링·게임중독 등 역기능도 빨리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디지털범죄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었나.



△n번방 같은 사건은 그전에도 있었고 현재진행형인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음란물이나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위험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사건이 터지면 잠시 주목되다가 유야무야될까 우려된다. 시민사회는 디지털을 잘 모르고 정부는 디지털경제 수치를 올리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정보통신기술(ICT) 회사 역시 기술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디지털범죄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국가 리더의 의지 천명과 강력한 처벌을 들 수 있다. 정부가 유튜브나 텔레그램 등 해외 온라인플랫폼을 합리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n번방 같은 사태가 터지면 한국에서 사업을 접게 하겠다는 수준의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과거 영국에서 청소년이 사이버불링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비윤리적인 ICT 기업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고 기업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광고를 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 어린이가 게임중독으로 자살하자 텐센트 등에 이를 해결하라고 강력히 경고한 적이 있다.

-우리 수사기관과 사법부·입법부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대법원이 디지털성범죄의 양형을 높이기로 했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한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했던 ‘켈리’가 징역 1년을 받았다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분노할 일이다. 2000년대 초반 소라넷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등 많은 디지털성범죄가 있었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정부와 검찰·경찰·입법부·사법부 등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박유현 DQ연구소 대표가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아세안 지역의 사이버 위협 실태와 대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모델부터 사이버위험을 막는 요소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세계적으로 비즈니스모델 설계부터 안전요소를 고려하는 ‘세이프티 바이 디자인(Safety By Design)’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AI 알고리즘으로 ICT 회사에서 미리 디지털성범죄물을 막는 사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ICT 회사들은 문제가 터지면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역량 강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맞다. 초중고의 코딩 교육이 의무화됐으나 제대로 된 디지털역량 교육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DQ연구소는 디지털리터러시(디지털 도구와 기술의 이해와 활용) 개념을 좀 더 체계화하고 넓히는 국제표준을 세우고 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디지털 세상에서도 기준을 세워야 한다.

-디지털 시민교육이나 인식변화가 매우 중요한데.

△초등학교부터 디지털 시민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해야 한다. 부모 등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시민역량 교육도 중요하다. ‘내 아이는 괜찮다’는 안이한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 사회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온택트 시대를 맞아 디지털경제에 대한 재정의도 필요한 것 같다.

△매우 중요한 과제다. DQ연구소는 최근 주요20개국(G20)의 디지털경제를 측정하는 지수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경제는 협소하게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에 관해 정의를 내리고 측정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디지털기술과 기기·미디어를 통해 일어난 개인과 기업 등의 활동에 주목해야 하고 그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온라인 어린이 보호라든지 안전한 사이버세상 만들기를 디지털경제의 주요 축으로 다뤄야 한다.

-한국에서 디지털 뉴딜 정책을 펴는데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가.

△디지털 뉴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빅데이터다. 문제는 개인정보 권리를 많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ICT 기업이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를 AI 발전의 걸림돌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데이터거래소에서 활발히 정보를 사고파는 시대가 되는데 데이터를 댐 안에 쌓아두기보다는 잘 흐르게 만들어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She is…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바이오통계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보스턴컨설팅 서울·도쿄·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컨설턴트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실에 근무하며 대학 혁신을 추진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리더로 선정됐다. 2017년 DQ연구소를 창업해 디지털역량과 사이버윤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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