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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합의 끝났다”는 나바로…‘과욕에 따른 실수 가능성 ★★★★’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트럼프 대통령 곧바로 발언 정정

나바로, 평소 인터뷰 때도 말 장황

“무역합의 파기 TV서 즉흥적으로 안해”

미중 무역합의가 끝났다고 말해 설화를 일으킨 나바로 국장. 대표적인 대중 매파인 그는 평소 인터뷰 때도 말이 장황하고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편다. /로이터연합뉴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미중 무역합의가 끝났다고 했다가 곧바로 정정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완전하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죠. 사실 나바로 국장은 분명히 “잇츠 오버(it’s over)”라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의 발언을 고치는 것 자체가 망신입니다. 그럼 나바로 국장은 왜 이렇게 얘기했을까요. 나바로 국장의 속내와 향후 무역합의 전망을 별점으로 분석해봅니다. 별은 0개부터 5개까지고 5개면 팩트라고 보면 됩니다.

① 나바로, 트럼프 엄호하려다 과욕부렸다 ‘★★★★’

상황을 종합적으로 알려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전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6분30초가량의 인터뷰에서 폭스뉴스 진행자 마사 맥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를 위해 위구르의 인권문제를 묵인하고 있다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주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인정했던 악시오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 때문에 중국에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죠. 나바로 국장은 인터뷰가 시작하자마자 볼턴 전 보좌관을 비아냥댔습니다. 그는 중국 업무를 다루지도 않았으며 미국 정부가 위구르와 관련해 비자 및 수출 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2015년 나온 자신의 책 ‘웅크린 호랑이’ 얘기를 꺼내면서 위구르에서는 인종청소와 문화파괴가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와 자신은 중국을 안 좋게 보고 있으며 강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고 한 것이죠.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려고 했던 겁니다.

그러다 무역합의가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요. 중언부언 길어지는 나바로 국장의 말에 맥칼럼이 말을 끊으면서 그래서 어쨌든 무역합의가 끝난 것 아니냐고 묻자 냉큼 “네. 끝났다”고 한 것이죠. 그러면서 “지금이 터닝포인트(전환점)이다”라고까지 했기 때문에 맥락이 잘린 채 보도됐다는 나바로 국장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역합의 때문에 대중 정책이 약해지는 게 아니다는 얘기를 하려다가 말 그대로 ‘오버’한 것 같습니다. 말실수인 셈인데요. 평소에도 그는 말이 길고 장황합니다.

마이클 매카시 CMC마켓 수석전략가의 말은 현 상황을 꿰뚫고 있는데요.

“만약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끝내려고 했다면 TV 뉴스에서 즉흥적인 발언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정책 변경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②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 얘기했다? 아닐 가능성 ‘★★★★☆’

이번 일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나바로 국장이 전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무역합의를 곧바로 깰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분석은 사실이 아닌 쪽에 가깝습니다. 아닐 확률을 별점으로 따지만 별 4개 반입니다.

이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참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백악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왜 우리가 중국이 위구르족을 대하는 것에 대해 제재를 고려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물론 제재를 하기 싫다는 의도입니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개막 만찬에서는 시진핑 주석에게 위구르족 탄압에 쓰이는 수용 시설을 계속 지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무역합의를 위해 위구르 관련자 제재를 늦추겠다고 고백한 게 며칠 전입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선거에 중요하다며 중국의 콩과 밀 수입확대를 간청했을 정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평화와 인권문제에 갑자기 각성한 게 아니라면 나바로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전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두고 “최근 몇 주 동안 무역합의를 가장 확고히 옹호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는 최근의 흐름과도 안 맞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재확약했다”고 밝힌 게 18일입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최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죠. 현재의 역학구도상 나바로 국장은 백악관 내 실세라기보다 상대적으로 외곽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무역합의를 끝내는 최종 결정은 나바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면 상황 종료인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평소 생각이 돌발적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큽니다. 나바로는 대표적인 대중 매파입니다.

③ “조만간 무역합의 끝난다”는 주장 ‘★’

그럼에도 이번은 아니지만 조만간 미중 무역합의가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둔화로 중국 정부의 수입 여력이 떨어졌고 이 때문에 계속 무역합의가 안갯속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예전만큼 수입량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입니다. 미국산 물품을 더 사들이는 데 중요한 것은 지도부의 의중이지 시장의 논리가 아닙니다. 관련 공기업에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사들이라고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구매의 정도입니다. 중국 정부는 홍콩 국가보안법 진행 상황과 맞춰 이를 진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정부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봐가며 합의를 이행하는 셈이죠. 당초 약속만큼 구매량을 맞추느냐, 조금 덜 하느냐, 많이 부족하냐의 차이지 큰 틀에서 무역합의는 돌발상황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겁니다.

실제 중국은 최근 국가보안법 제정 절차를 다소 미뤘습니다. 미국에 시간을 벌어주면서 서방세계의 반발이 좀 잦아들기를 바라는 것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무역합의를 3개월 전과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고 했지만 협정이 폐기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멀리 가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익계산에 철저하다. 그는 미중 무역합의가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어 당분간 합의를 깰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즉흥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그의 성격상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UPI연합뉴스


④ 낙선 위기에 몰리면 파기한다 ‘★★’

최근의 미중 관계를 보면 미국과 중국의 마지노선이 드러납니다. 미국은 미중 무역합의와 대만을 양보할 수 없는 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은 홍콩과 달리 미국 정치권에서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중국은 일단 홍콩 국가보안법을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무조건 관철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서방국가가 직접적인 제재에 나서면 보복에 나설 의지도 있죠.

특히 미중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중요합니다. 11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팜벨트(중부 농업지대)’ 백인들의 표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강조하는 ‘V자 경기회복’을 위해서도 미중 합의는 절실합니다. 각종 비난 여론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같은 맥락에서 무역합의 유지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무역합의를 버릴 수 있습니다. 무역합의를 깨고서라도 재선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이 카드를 꺼낼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제·안보전쟁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위기감을 조성하고 자신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포장하는 것이죠.

다만, 손익계산이 쉽지 않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몰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트럼프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크게 밀리고 있지만 이날 연말까지 취업비자 발급을 제한한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합의를 갑자기 깨려면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낙선의 위기에 충분히 무역합의를 깰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지금 시점에서는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별이 2개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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