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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8일간의 세계 일주

1931년 비행기 한대 신기록





1931년 6월 23일 새벽 4시 55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루스벨트 육군 항공기지. 길이 18.38m인 흰색 프로펠러 단엽기가 하늘로 솟았다. 미국인 윌리 포스트(Wiley Post·33)와 호주 출신 해롤드 게티(Harold Gatty·28세)가 조종하는 ‘위니 매’ 호가 세계 일주 비행을 위해 이륙한 것이다. 당시까지 항공기 한 대로만 세계를 일주한 기록은 독일 비행선 그라프 제펠린호가 갖고 있었다. 제펠린호는 1929년 21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느린 것 같지만 1924년 미 육군 항공대팀이 세운 기록보다는 훨씬 빨랐다.

미 육군 항공대는 세계 일주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하늘에서는 특수 설계한 복엽기 4대가 교대로 날고 바다에서는 예비기 2대와 여분 엔진 15기를 포함해 수많은 부품을 실은 배가 항적을 뒤따랐다. 배가 항공기를 쫓아갔으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175일. 느림보 비행이었으나 반향은 컸다. 찰스 린드버그도 자극받아 1927년 대서양 무착륙 횡단 비행(33시간 30분)에 나섰다. 특히 제펠린호의 일주 이후 수 많은 젊은이들이 비행기 한 대로 세계를 도는 전인미답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교대로 조종하며 연료와 식량 보급을 위해 18번 중간 기착했던 포스트와 게티는 7월 1일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비행 거리가 긴 적도 부근 상공 대신 북반부를 항로로 택한 결과, 두 조종사는 당시로는 놀랄만한 기록을 세웠다. 8일 15시간 51분. 알래스카에서 프로펠러를 수리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아니었으면 더 빨라질 수도 있었다. 대공황 초입에서 영웅의 출현에 목말랐던 미국은 대대적으로 이들을 반겼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들을 초청해 점심을 나누고 뉴욕시는 종이를 날리는 퍼레이드를 펼쳤다. 두 젊은이는 ‘80일간의 세계 일주(쥘 베른)’에서 제목을 빌린 ‘8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책을 써 돈도 벌었다.

고고도의 제트기류 규명에 단서를 제공하고 우주복 비슷한 조종복을 선보였던 포스트는 1935년 시험비행 도중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비행기가 개발 및 시험 도중 떨어져도 미국에서 테스트 파일럿을 꿈꾸는 젊은이는 여전히 많다. 린드버그나 미 육군 항공대, 포스트의 국적은 동일하다. 미국 항공산업의 바탕에는 수많은 도전이 깔려 있다. 포스트는 초등학교 6학년에 학업을 멈추고 노상강도 행각으로 1년간 복역한 전과자였다. 과연 우리에게도 도전 정신이 살아 있을까. 한때 방황하고 좌절했으나 꿈을 되살리려는 젊은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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