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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준틴스데이





“미국 대통령의 포고에 따라 모든 노예가 자유의 몸이 됐음을 텍사스 주민들에게 알린다.” 1865년 6월19일, 미국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북군의 고든 그레인저 장군은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도착해 장군령을 낭독했다. 장군령에 따라 텍사스주의 모든 노예 소유주와 노예 관계는 고용주와 노동자로 바뀌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 것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월이다. 전쟁 탓에 노예 해방은 서서히 진행됐고 텍사스주를 마지막으로 그때까지 남아 있던 25만여명의 노예는 자유를 얻었다. 많은 흑인이 텍사스를 떠났고 그들은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며 자신들이 해방된 6월19일을 기렸다. 이후 이날은 영어의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친 ‘준틴스데이(Juneteenth Day)’가 됐다. 미국인은 독립기념일을 7월4일로 기억하지만 많은 흑인은 그들의 독립기념일을 6월19일이라고 생각한다.

준틴스데이 기념행사는 1929년 대공황을 거치면서 어려워진 경제 환경으로 위축됐다가 1950~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 바람이 불면서 재조명됐다. 정점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흑인의 경제적 평등을 주장하며 ‘빈자들의 행진’을 기획하다 암살됐을 때였다. 킹 목사의 뒤를 이은 랠프 애버내시 목사는 빈자들의 행진 행사를 통해 인종·교리·경제 수준이 다른 모든 사람이 빈곤층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많은 흑인이 집에 돌아가 준틴스데이를 다시 기념하기 시작했다. 준틴스데이는 연방정부가 지정한 공휴일은 아니다. 텍사스주가 1980년 처음으로 자체 공휴일을 지정한 후 47개 주와 워싱턴DC가 공휴일 또는 기념일로 지정해 행사를 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준틴스데이를 자신이 널리 알렸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는 애초 준틴스데이인 19일 대표적인 인종학살 현장인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정치 유세를 하려다 흑인을 모욕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일정을 하루 늦춰 행사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찬은 가룟 유다가 자신의 배신 덕분에 예수의 부활이 가능했다고 말하는 격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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