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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근대 경찰의 탄생

1829년 영국 수도경찰법 제정





‘옛날 영국에 도둑질이 끊이지 않아 로버트 필이 경찰제도를 두자고 건의했다. 시행한 지 10년도 못돼 국민들이 크게 편리해졌다.’ 조선 관리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 11편의 일부다. 영국 의회가 수도경찰법(Metropolitan Police Act)을 제정한 시기는 1829년 6월 19일. 근대 경찰의 효시다. 이전에는 경찰이 없었을까. 있었다. 고대 수메르 문명부터 치안 담당 조직이 있었다. 이집트는 기원전 1400년께 해양경찰을 운영했으며 페르시아에서는 기원전 600년께 경찰이 도로와 우편 업무를 맡았다.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전국 14개 지역에 소방과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장관을 내려보냈다.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도 법률에 근거한 경찰 조직을 만들었다. 런던 경찰이 이전 경찰과 다른 점은 전문성. 로마나 프랑스의 경찰은 관리와 다를 바 없었다. 수사는 물론 일반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세금까지 거뒀다. 영국은 경찰에 치안업무만 맡겼다. 순찰과 수사 기능도 나눴다. 전문화를 위해서다. 영국이 가장 먼저 근대 경찰을 만든 이유는 유길준이 본 그대로다. 도둑이 들끓고 범죄가 많아서다.



고대부터 내려온 영국의 범죄 예방 수단은 ‘고함 지르기’와 ‘10호반’ 두 가지. 고함을 지르는 이웃을 돕지 않으면 처벌받았다. 조선 시대 오가작통(五家作統)처럼 10가구를 하나로 묶어 연대책임을 지웠으나(10호반) 도시의 급속한 성장으로 효용이 떨어졌다. 산업화로 런던 인구가 5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급증한 17세기 초반 시민 3명 중 하나는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치안이 나빠졌다. 사소한 실수마저 교수형에 처하는 법을 만들어도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 경찰 창설론이 떠올랐다. 문제는 요지부동인 의회. 민병대로 충분하다며 경찰 설립을 막았다. 자칫 왕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내무장관 로버트 필(당시 40세, 훗날 두 차례 총리 역임)은 정치적 중립을 비롯한 ‘경찰 9원칙’을 표방하며 가까스로 법을 통과시켰다. 영국 경찰은 정말로 원칙을 지켰다. 정치권도 경찰을 믿었다. 법 제정 이후 1868년까지 39년 동안 총리가 15번이나 갈렸지만 경찰청장은 단 한 번 교체됐을 뿐이다. 총기가 아니라 경찰봉만 쓰는 ‘부드러운 권력 행사’로도 런던 경찰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국 경찰은 여전히 민주 경찰의 세계적인 표상이다. 한국은 어떨까. 검찰과 더불어 권력의 시녀로서 국민을 통제 대상으로 여겨온 역사를 부인하기 어렵다. 경찰의 노력대로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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