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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김여정에 설설 긴다? 우리가 北보다 우월"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간 간담

"삐라살포에 화내는 北, 南에 대한 불안 커"

"北, 4·27, 9·19 이행 안되는데 대한 불만도"

"통일 장관, 가시철망 사이로 길 만들어야"

"한미공조가 '원칙의 굴레' 되어선 안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10일 위기에 빠진 남북 관계에 대해 우리 정부의 상황 주도력과 돌파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우리가 북한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다”며 “일을 치고 나가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는 “일반 공무원이 아니라 국무위원”이라며 “가시철망 사이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지나친 ‘한미공조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간 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먼저 “책의 부제가 ‘북한과 마주한 40년’인데 실은 이보다 더 오래됐다”며 “끝도 시작도 없는 통일의 미로 속을 걸어왔고, 지금도 걸어가고 있다”고 회고록을 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 수석부의장은 최근 현안에 대한 생각과 분석도 간담회에서 밝혔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등을이유로 ‘남한은 적’이라고 규정하며 모든 연락 채널을 중단한 것과 관련, 누적된 불만 표출인 동시에 남한에 대한 불안감 탓이라고 분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전단 살포는) 사실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 아닌데, 오히려 남쪽에서 잘 해주려는 데 대해 불안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4·27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한 누적 불만이 터진 것도 있지만 북한 내부 대남 자신감 결여가 극렬한 적대감 표출로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통신 단절에 대해서는 “언제가 될 지 예단할 수 는 없지만 다시 연결될 것”이라며 “남쪽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북한, 남한에 굉장한 열등의식 갖고 있어
올 들어 우리 측에서 수 차례 타진했던 협력 및 대화 제의를 거부했던 데 대해서는 북한 내부 사정이 그 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19 문제가 심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학이 늦춰질 정도의 상황이면 공장이나 농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고, 그에 따라 생산성도 크게 나빠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김여정에게 설설 긴다는 식의 평가는 옳지 않다”며 “북한은 남한에 대해 굉장한 열등 의식을 갖고 있고, 터무니 없이 자존심을 세운다”고 말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급부상에 대해서는 사실상 후계자가 된 것으로 평가했다.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을 일컬어 ‘당 중앙’이라는 호칭을 쓴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또 코로나로 어려운 경제 사정과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는 경제 부문을 챙기는 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업무는 김여정 부부장이 맡는 것으로 업무 분장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했다.



통일 장관에게 돌파력을 주문하는 동시에 일부 외교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지나친 ‘미국 눈치 보기’도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 한미 공조의 굴레가 씌워졌다”며 “외교부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통일부는 용기 있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은 그런 ‘사고 치는’ 수준의 담대한 행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큰 나라' 그만 눈치보고, 할 말은 해야
정 수석부의장은 책에서도 남북 관계에 있어 한국이 어떤 자세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서문에서 개선과 교착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이제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제 기대를 거는 것은 국민의 힘”이라며 “한 사람의 지도자와 당국자 몇명의 힘으로 될 일은 애초에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여론의 힘으로 한미 관계를 슬기롭게 발전시켜가면서 한미동맹과 한미공조가 원칙의 굴레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외교력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과 미국이 도울 것은 서로 도와가며 북한과도 교류 협력을 지속하는 것은 ‘나라를 들어다가 북쪽에 바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는)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뜻하지도 않는다”며 “이런 주장은 냉전시대 분단 체제 하에서 구축 된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이 만들어낸 허구이자 선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 와해나 주한미군 철수 두려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한미동맹은 미국이 오히려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 됐다”며 “한국 때문에 한미동맹이 깨질 일도 없고, 주한미군이 철수할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불편해지면 동맹이 깨질 것이고, 동맹이 깨지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프레임과 트라우마에서 이제는 벗어나란 것이다.

무엇보다 정 수석부의장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 정부와 국민”이라며 “상황 주도를 위해서는 습관적으로 미국에 사사건건 허락받듯 물어보는 자세부터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주변 국가들에 할 말은 해도 될 실력을 갖췄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엄중함은 태생적으로 불가피하지만 대한민국의 실력은 어느새 이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며 대한민국이 놀라운 수준의 시민의식을 갖춘 선진국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는 우리도 ‘큰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던 관행에서 벗어나고, 약소국 의식’이나 ‘민족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통일 문제에 대해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하고 주변국의 협조를 끌어내고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반도의 주인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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