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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주는 세금 2년간 100조 넘는다는데…나라곳간 괜찮나

국세감면, 2년째 법정한도 넘어


홍남기(왼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세감면율이 최소 15.4%를 기록해 법정한도를 1.4% 이상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정부에서 내놓은 15.1%를 0.3%포인트 이상 상회하는 수치로 세수는 쪼그라드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조세감면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국세감면율 최소 15.4% 전망

개소세·부가가치세 인하 등 영향

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추계&세제 최근 이슈’에 게재된 ‘우리나라 조세지출 관리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은 역대 최대인 5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5,000억원),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감면(3,000억원) 등의 영향으로 기존 전망치와 1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국세수입을 바탕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법인세 등 주요 세수 감소에다 최근 발표된 개소세 연말까지 30% 인하와 카드 소득공제 한도 확대 등을 반영하면 더 크게 뛸 공산이 크다.



당초 정부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2020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의결하며 올해 국세감면액은 51조9,000억원, 국세감면율은 15.1%로 국세감면 한도 14.0%를 크게 넘어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감면율은 국세수입액과 국세감면액을 더한 금액에서 국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세감면 한도는 직전 3개년 평균 국세감면율+0.5%포인트로 설정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감면 한도를 훌쩍 넘게 돼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준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한도를 강제로 지키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 21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쪼그라드는 나라살림
‘현금복지 확대 → 감면한도 상향’ 악순환

‘현금성 퍼주기’ 확대에 따른 국세 감면액 급증은 일종의 권고 사항인 ‘법정 한도’ 자체를 높여 방만한 살림 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변수로 세수 여건은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세수는 줄면서 국세 감면율의 한도 초과 규모는 한층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예산정책처와 전문가들은 “국세 감면율의 한도 초과는 조세 지출 제도의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인 만큼 개선이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축소·정비를 통해 나라 살림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종 비과세 등에 조세지출 급증

법정한도 내년엔 0.8%P 오를듯

재정운용 비효율 갈수록 높아져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행 국가재정법 88조는 ‘직전 3년간 국세 감면율 평균+0.5%포인트’를 국세 감면율 한도로 규정하고 있다. 국세 감면율은 국세 수입 총액과 국세 감면액을 합한 금액에서 국세 감면액(조세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국세 감면율이 법정 한도 이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된 이 권고 사항이 생긴 것은 지난 2007년 1월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 확대 및 최대지급액 인상, 각종 비과세·감면·소득공제·세액공제 등으로 조세 지출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39조7,000억원이었던 국세 감면액은 지난해 50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국회예산처는 올해 국세 감면액의 경우 지난해보다 2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세 지출 확대로 국세 감면율이 상승하면 감면율에 대한 법정 한도 역시 덩달아 확대된다. 법정 한도를 규정하는 기준이 직전 3년간 국세 감면율 평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8년 14.0%, 2019년 13.6%, 2020년 14.0%였던 국세 감면율 법정 한도가 내년에는 14.8%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2년 사이에 법정 한도가 1.2%포인트가량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감면 규모 커지면 한도도 껑충

재정법 권고안에 구속력 필요”

경기 대응을 위한 조세지출 확대와 세수 감소가 겹치면서 법정 한도가 상승하면 가뜩이나 나라 살림이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재정 운용의 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세 감면 규모가 한번 올라가면 평균치와 법정 한도 자체가 높아져 재정당국이 조세 지출을 더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가재정법상 권고 사항에 불과한 규정에 어느 정도의 구속력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세 감면율을 15.4%로 전망했으나 이 수치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을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4,000억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감염병 사태 추이에 따라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지면 세수 결손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개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카드 소득공제 한도 확대 정책까지 고려하면 올해 국세감면 한도 초과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추경호 "방만한 재정지출 위기 키운다"




미래통합당 경제통인 추경호 의원이 8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10~20년 뒤 엄청난 규모의 복지지출이 예정돼 있다”면서 “방만한 재정지출이 경제위기의 불씨를 키우게 된다”고 경고했다.

국가채무비율이 4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 법안을 자신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추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2~3년간 정부 채무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며 “만약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발의한 재정준칙 법안은 정부가 국회에 공공부문 부채관리계획을 제출하고, 국세감면율의 법정한도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3차 추경 합치면 국가채무 46%

현금성 살포는 경제효과에 미미

韓, 대외충격 취약…여력 비축을

추 의원은 특히 여당에서 국가채무 60%까지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국채비율이 높은 선진국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난 1990년대에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조건이 국가채무 60%였던 것은 대부분 1960년대에 복지제도를 완비했고, 1980년대에 고령화가 현재 한국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정부 예산안을 두고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며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2000년대부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부문에서 복지지출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로 저출산·고령화로 복지지출까지 저당 잡힌 상태였다.

추 의원은 한국이 달러·유로화·엔화 등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와 달리 통화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어 높은 부채비율을 감당하기 힘들 뿐 아니라 수출 중심의 경제로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경제위기가 닥칠 때 가계와 기업을 지원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평소에 빚내서 펑펑 쓰면 제때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와 관련해 추 의원은 “위기 상황 시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선심성 현금 살포를 비판했다. 현금 살포의 재정승수 효과는 0.2%에 불과해 재정을 풀어도 경제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면서 “국가가 버는 돈에 비해 방만하게 재정을 쓰니까 올해 돈을 더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제가 1% 성장할 동안 재정지출은 9.5% 증가했다.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재정지출 증가율은 9%대를 유지한 가운데 1·4분기 경제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실업급여 폭증…1조 돌파


광주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신청 창구 /광주=연합뉴스


실업급여 지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안전망 확대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쇼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구직급여 지출액이 1조162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33.9% 증가한 액수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32.1% 늘어난 1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5월을 기준으로 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코로나 덮쳐

지난달 구직급여 33.9% 늘어

구직급여액은 2월 7,81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구직급여 수령은 실업 발생 1~2개월 후에 시작돼 2월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구직급여액 폭증은 재정건전성을 담보하지 못한 사회안전망 강화정책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타격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두루누리(저임금 근로자 고용보험료 지원) 사업 지원 비율 확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요건에 고용보험 지정 등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고용보험료율 인상(0.65%→0.8%)과 구직급여 보장성 강화(평균 임금의 50%→60%), 구직급여 기간 확대(30~60일)를 동시에 추진했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구직급여 지출 증가액은 신규 신청자 증가에 따른 부분을 45%로, 나머지 보장성 강화에 따른 수혜금액 증가 효과를 55%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구직급여 지출금액은 4조4,244억원에 달한다.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수입은 3월까지 4조1,439억원에 불과하며 이 중 일반회계 전입금이 5,802억원에 달한다. 자체 고용보험 수입으로는 지출을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2조877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또다시 ‘펑크’를 낼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3차 추경예산안에 구직급여 예산을 9조5,158억원에서 12조9,096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반회계 전입금 증가, 예치금 회수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권 실장은 “고용보험 재정 부분도 강화해야 하지만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청년 중심 실직 확산

고용기금 또 ‘펑크’ 가능성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는 제조업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52만9,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만4,000명 감소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9월 이후 감소로 전환(-7,000명)한 후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5만4,000명 감소는 1998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섬유·의복·기계장비·전자·통신·1차금속·자동차 등 수출입 민감도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줄었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43만7,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9만4,000명 증가했다. 4월(19만2,000명)보다 폭을 늘렸다. 보건복지·공공행정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어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효과로 서비스업의 경우 6월에 고용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제조업의 경우는 북미·유럽 등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맞물리기 때문에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령별로 고용보험 가입자를 분석하면 20대와 30대가 각각 전년동기 대비 2.6%, 1.8% 감소했다. 40~60대는 모두 가입자가 늘었지만 청년층에서만 줄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채용이 연기됐고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일자리도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3차 추경안에 청년층 중심 ‘55만개 일자리 사업’을 올려놓았다. 모집 등을 거치면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 추경안 통과 시점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세종=황정원·나윤석·한재영·변재현·김혜린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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