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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이 트럼프 살렸다…선거 모드 업그레이드, 이제 무슨 일이든 한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구사일생이라고 할까요. 전날까지만 해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줄기 빛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빛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5월 실업률 얘기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폐쇄)으로 실업률 최소 19.5%에 비농업 분야 고용이 전월 대비 830만개 사라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었는데 거꾸로 250만개가 늘어나면서 실업률이 되레 13.3%로 낮아졌습니다. 증시는 2~3% 급등했고 투자자들은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인데요. 실업률 수치가 5달도 안 남은 11월 대선 판도를 다시 뒤집어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치 빠른 트럼프 대통령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예상보다 크게 낮은 실업률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트럼프가 아니다. /AFP연합뉴스




“V자 회복보다 더 대단하다…이것은 로켓십”

5일(현지시간) 나온 고용보고서를 보면 민간부문에도 309만4,000개가 늘고 정부 쪽에서는 58만5,000개가 감소했습니다. 레저·접객(123만9,000개)이 가장 많았고 상품생산(66만9,000개)과 건설(46만4,000개), 소매(36만7,800개) 등의 분야에서 증가폭이 컸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난 분야를 보면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달 비농업 고용증가폭은 대공황 때인 1939년 이후 최대라고 합니다. 앞으로 경제활동 재개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시장만큼은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나트웨스트 마켓의 미쉘 기라드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이 지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전문가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미국 정부와 의회의 가계지원책이 수요를 자극한 결과라고 보고 있는데요. 그는 “4월에 일자리 감소폭이 2,100만명에 달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해고된 근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할 때보다 더 수입이 많다고 한다”며 “경기부양책에 주당 600달러의 추가실업 급여 덕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고용 훈풍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829.16포인트(3.15%) 뛴 2만7,110.98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81.58포인트(2.62%) 상승한 3,193.93, 나스닥은 198.27포인트(2.06%) 오른 9,814.08에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은 지난 2월19일의 최고치(9,817.18)을 약간 밑돌았는데 장중에는 9,845.69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그는 이날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고 “V자 회복보다 더 대단하다. 이것은 로켓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90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워런 버핏은 항공주를 팔았는데 어떻게 됐는지 보라”며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골드만삭스(IB)가 11월 선거에서 전패를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그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에서조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크게 밀렸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기회복만 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고의 카드가 생각보다 일찍 나온 겁니다.

물론 이후의 경기회복은 느리고 시간이 오래걸릴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준 상처는 워낙 깊습니다. 재정정책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선까지는 5달도 안 남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앞으로 몇 달만 선방하면 됩니다.

예상보다 좋은 고용지표에 이날 미 증시는 2~3% 올랐다. 주가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항목 가운데 하나다. /AP연합뉴스


EU에 자동차 관세 부과 언급…中에도 “더 내놓아라” 압박

탄력을 받아서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인주에서 수산업자들과 만나 유럽연합(EU)이 미국산 랍스터에 대한 관세를 내리지 않으면 자동차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자동차 관세 얘기를 다시 꺼낸 겁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EU를 위협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치를 느닷없이 다시 거론한 것입니다.

랍스터 발언은 기본적으로 선거용입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랍스터를 위해 EU의 대규모 보복을 감수(?)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EU를 압박해 랍스터 관세를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랍스터 관세를 내리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는데요. 그는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에게 “중국에 소중한 무언가를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합의에 대해 언급한 게 있는데요. 그는 “나는 3개월 전에 봤던 것에 비해 무역합의를 약간 다르게 본다”며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될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전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무역합의를 상당히 잘 이행했다”며 “지난 수주 간 중국이 미국 상품을 상당히 많이 구매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달 초 1억8,500만달러어치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한 점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를 일축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무역합의를 더 잘 이용해 먹겠다는 뜻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는 것이죠. 단순히 합의를 지키는 것보다 이를 다각도로 활용해보겠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제재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했지만 단계적 조치에 그쳤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제재할 뜻이 없다고도 했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물을 줬으니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위해 중국 때리기를 이어나갈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중국 등 전방위로 대선용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주독 미군 9,500명 철수한다…대선용 청구서 내미는 트럼프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모드로의 귀환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플로이드 사망 관련 폭력시위가 잦아들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유가 생겼고 경기회복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대선 모드가 과거와 달리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EU를 상대로 자동차 관세를 다시 거론하는 것부터가 그런데 이번엔 주독 미군을 철수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9월까지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수천명을 철수시키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전했는데요. 현재 독일에 있는 미군 3만4,500명 가운데 9,500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독일이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 안보 무임승차를 해왔다고 비난해왔습니다. 지난해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시점은 11년 뒤인 2031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공약이나 발언을 모두 현실화하려는 모습입니다. 물론 이것을 매개로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 자랑거리가 하나 느는 셈이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겠죠. 아직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남아있습니다. G11 행사 초청도 기분은 좋은데 트럼프 대통령이 뒤에서 어떤 청구서를 내밀지가 걱정입니다. 좋은 호칭이 주어지면 그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G11이라고 우쭐할 것만은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전세계 11등에 든다면 뭐라도 더 해야겠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더 강해졌고, 더 세질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위스콘신 같은 곳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밀린다는 점은 트럼프 캠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반이민 정책을 포함해 경제·외교·안보 등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정책은 모두 다 꺼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전국 득표율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숫자싸움인 선거인단 제도 하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2016년 대선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AP연합뉴스


11월 선거 두고 봐야…트럼프 가능성 적은 것 아니다

그래서 11월 대선을 지금의 여론조사만 갖고 예측하면 안 됩니다. 경제와 주가, 실업률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용 먹잇감을 찾아 전방위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2016년을 빼고 1980년 이후 역대 모든 대선 결과를 맞힌 무디스애널리틱스의 판단 기준은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경기 △주식시장 상승세 △실업률 세 가지입니다. 지난해 10월 이를 근거로 계산해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무난히 재선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코로나19 셧다운으로 타격이 크지만 이미 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도 미국에서는 다소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2016년에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당시 거의 모두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을 점쳤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미국은 간접선거인 선거인단 제도를 갖고 있어 전국 득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져도(이번에도 물론 100% 질 겁니다) 최종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가인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때문에 “어떤 여론조사를 주로 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그나마 전체를 다 평균 낸 트렌드를 참고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실제 트럼프의 재선을 점치는 정치학자들도 많습니다. 공화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질 것이라고 한 골드만삭스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51%로 봤습니다. 뒤집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이 49%라는 뜻입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캠페인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고 하는 만큼 본격적인 승부수는 지금부터 나올 겁니다. 5일, 이날 하루에만도 여러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습니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 입장에서는 실업률이 생각보다 빨리 낮아진 게 미국에는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원통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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