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그널] M&A는 대박쳤는데…SK, 해외투자는 여전히 예열?

■[기업진단:SK]②M&A와 투자, 엇갈린 성적표

북미 셰일가스 수천억 투자...유가급락에 신용등급 강등

빈그룹 성장성에 1조 배팅...車 사업 투자로 리스크 커져

"외적변수 큰 해외투자...백조로 탄생할지 더 지켜봐야"

SK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모습/서울경제DB




SK(034730) 품에 안겨 화려한 백조가 된 기업들이 많다. 연이은 인수합병(M&A)의 성공으로 지금의 SK그룹은 만들어졌다. 과거 유공·한국이동통신은 물론 2000년대 들어서는 하이닉스,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SK에어가스, 동양매직, LG실트론(현 SK실트론),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다우케미칼 EAA사업부문 등 굵직한 M&A가 뒤를 이었다. 인수 뒤 실적은 고공행진이었다. 하이닉스는 인수 4분기만인 2012년 2·4분기에 흑자로 전환 한 뒤 2016년 한해를 제외하곤 매출·영업이익의 증가세는 매섭다. SK실트론 역시 인수 전후 매출은 두배, 영업익은 10배가량 증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M&A하면 떠 오르는 기업이 바로 SK”라면서 “굵직한 매물이 나올 때마다 SK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런 SK도 해외투자 부문은 아픈 손가락이다. 통신과 정유화학 등 내수 위주의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투자의 폭을 넓혔다. 미래를 본 장기투자이고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아직은 손에 꼽을 성과는 없다. 더욱이 투자 한 뒤 대형 악재가 공교롭게 맞물려 터져 나왔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이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성과에 대한 자신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공 투자 평가 받았지만…저유가 복병 만난 북미 미드스트림 투자

SK㈜는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최근 3년간 광폭행보를 보였다. 북미 셰일가스 업체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관련 계열사와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한 결정이었다.

2017년에는 북미 셰일가스 수송 가공(G&P, Gathering & Processing) 기업 ‘유레카(Eureka) 미드스트림 홀딩스’에 1,172억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이듬해에는 국민연금과 함께 셰일가스 G&P 업체인 브라조스 미드스트림에 2,700억원을 배팅했다. 2019년에는 천연가스 G&P 업체인 블루레이서의 지분을 인수했다.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셰일 개발 업체 롱펠로를 약 3,000억원을 들여 사기도 했다.



SK가 적극적으로 셰일 가스 업체에 배팅한 2017~2019년만 해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이었다. 2018년에는 74달러까지 기록했다. 미국 셰일 업계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배럴당 40달러를 웃돌면서 이익이 났고 성공한 투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유탄을 맞았다. 원유 수요가 급감했다.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유가가 배럴당 20~30달러 선까지 폭락하고 천연가스 가격도 2달러 이하로 내려갔다. 미드스트림 중에도 G&P는 채굴을 진행할수록 손해가 나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다. 투자 당시의 예측과 달리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SK가 투자한 업체들의 상황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4월 브라조스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CCC+로 하향조정했다. 블루레이서(BB-)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수정했다.

물론 투자가 손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극복돼 경제활동이 정상화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SK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변수는 아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돼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투자업체의 파산 가능성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WTI가 30달러선을 이어갈 경우 내년까지 250개 이상의 원유 관련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SK의 투자자산들이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G&P 사업을 장기 고정 가격 수수료 계약 등 안정적 형태로 유가 하락에 따른 매출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동남아 교두보 노리고 베트남 투자 늘렸는데…1조 투자 한 빈 그룹, 이상 징후

SK그룹은 지난해 5월 베트남 재계 서열 1위 빈그룹(Vingroup)의 지주 회사 지분 6.1%를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017670), SK E&S, SK하이닉스 등 5개사가 공동 출자했다. 빈 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린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3%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주거용·상업용 부동산 개발 사업과 호텔, 엔터, 교육, 소매유통 등 90여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SK가 2대 주주로 향후 베트남에서 사업적으로 협업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최근 빈그룹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S&P는 지난해 9월 빈그룹의 신용등급을 B+(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등급 평가를 거부했다.



부동산 개발에서 매출의 절반이 나오는 빈그룹은 전통 제조업에 도전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특유의 부동산 시장 과열 국면이 끝난 뒤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고 계열사 빈페스트를 통해 완성차를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사업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점이다. S&P는 빈그룹이 자동차 사업에 대한 시설 투자 등으로 부채 총액이 올해 말 155조동(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S&P는 “빈 그룹은 자동차 시설 투자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매출이 45% 이상 늘지 않는다면 부채 증가를 상쇄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빈그룹의 실적도 악화하는 모습이다. 2018년만 해도 빈그룹의 매출은 전년대비 3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7.3% 증가했고 올해 1·4분기에는 3.9%에 머물렀다. 특히 세후 이익은 올해 1·4분기 들어 74%나 급감하며 적자 전환했다.

SK그룹은 빈그룹 뿐 아니라 베트남 시총 2위 마산그룹에도 5,000억원을 투자했다. 마산그룹과 협업이 목적이다. 그런데 마산그룹은 지난해 말 빈그룹의 유통체인인 빈커머스 및 14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빈에코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빈커머스와 마산컨슈머를 합병, 컨슈머·리테일 그룹을 설립했다.

빈커머스는 베트남 대도시와 지방성 50곳에 대형마트인 ‘빈마트’와 편의점인 ‘빈마트 플러스’ 2,600개 매장을 둔 현지 최대 유통체인이다. 하지만 적자를 보고 있다. 빈커머스는 지난해에만 5조1,000억동(약 2,621억원)의 손실을 봤다. 마산그룹이 빈그룹의 적자 사업을 인수하면서 마산그룹 자체의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빈그룹과 마산그룹 양쪽에 모두 투자한 SK로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SK그룹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빈페스트가 2021년 생산할 첫번째 전기차에는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SK의 투자 이전에 LG화학과 이미 배터리 관련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빈그룹과 어떤 식으로 협업할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다만 빈그룹의 EV/EBITDA 비율이 올해 4.5~5배 수준으로 이익을 통해 빚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점, 이자보상배율이 6.4에 달하는 점에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PEF 대표는 “SK그룹의 투자 스타일이 당장 수익 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식이 많다”며 “북미와 동남아 투자가 성공적으로 끝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측은 빈그룹 투자와 관련 “단기적 투자 차익이 아닌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잠재력을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투자한 것”이라며 “투자 원금 보장에 대한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SK, # 해외투자, # 베트남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