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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본신징민(本身徵民)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지도자, 의사결정에 신뢰 얻으려면

백성에 어떤 반응 나타날지 살펴야

코로나 사태에 다양한 목소리 듣고

합리적 대안 수용하는 리더십 필요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3·4월만 해도 만나는 사람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언제 끝날까요”라는 물음을 던지고는 했다. 이제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불행히도 코로나19가 단시간에 소멸되리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코로나19와 공존하면서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위기에 빠진 경제활동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한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느닷없이 국제교류가 없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국면을 보이고 있다. 보통 올라갈 줄만 알고 내려갈 줄 몰랐던 유가도 소비가 줄어드니 자연히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효율성이 뛰어난 기계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수레와 배를 이용하지 않으며 개별 지역의 풍속과 문화에 만족하면서 가까운 이웃 지역끼리 서로 개와 닭 우짖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사람들이 상대방 지역으로 오가지 않는다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연상시킨다. 노자는 시대가 규모와 덩치를 키우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하느라 과도한 경쟁과 이로 인해 만연한 백성의 희생을 해결하기 위해 소국과민을 외쳤다.



오늘날 우리는 뜻하지 않게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 있으며 확장 위주의 삶을 돌아볼 수는 있지만 소국과민을 이상적 삶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세계의 여러 가지가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돼 있어 단절로 방향을 전환할 수가 없다. 물론 식량과 자원 그리고 첨단 제품의 무기화로 내수 시장을 키우고 해외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연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처음 겪는 문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뚜렷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과거라면 구국의 결단으로 포장되는 위대한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다. 지도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어느 날 갑자기 언론을 통해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온 국민은 위대한 결단에 일사불란하게 호응하며 무서운 돌파력을 발휘했다. 위기의 국면에 이러한 저돌적 리더십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금도 있다.



지금은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의 자식을 둔 부모처럼 사회의 여러 부분이 하나의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서로 갈등한다. 한 부분에 이득이 되면 다른 부분에 손해가 되는 형국이다. 따라서 오늘날은 서로 다른 견해와 충돌 가능성을 끊임없이 조정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조정과 합의의 리더십이 작동하려면 다양한 주장 중에 어느 것이라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통약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 서로 견해와 입장이 다르더라도 존중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 확실한 원칙이 요구된다.

‘중용’에도 의사 결정과 관련해서 신뢰하지 않으면 합의에 이를 수 없다고 신뢰의 의의를 강조한다. 이러한 신뢰를 확보하려면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먼저 저 자신에게 실행할 만한지 따지고 다음으로 백성들에게 어떠한 반응이 나타날지 살펴본다(본제신·本諸身, 징제서민·徵諸庶民). 이를 줄여 ‘본신징민(本身徵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사례를 검토하고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신에게 물어보고 미래에 생길 효과를 점검해야 봐야 한다. 이처럼 기본 2단계와 확장 4단계를 거쳐서 이견 중에 합의를 도출하는 지도자는 움직이면 세상의 원칙이 되고 실행하면 세상의 규정이 되며 말하면 세상의 규칙이 된다(군자동이세위천하도·君子動而世爲天下道, 행이세위천하법·行而世爲天下法, 언이세위천하칙·言而世爲天下則).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을 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감염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해 K방역의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와 철저한 대비 그리고 헌신적인 노력 등이 아울러져서 이러한 성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경제 회복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당위만을 강조하지 말고 다양한 사회 영역의 목소리를 들어 합리적 대안과 현명한 방안이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상황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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