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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빠른 두더지 로봇 개발...이빨처럼 땅 긁어 파고 앞발로 잔해 치운다

명현 KAIST 교수팀의 연구 결실

다양한 종류 두더지 장점 모방해

굴진속도 세계 최고보다 3배 향상

방향각 추정성능 세계톱 대비 6배

자기장으로 어두운 땅속 위치 인식

광물탐사, 우주탐사에 활용 기대

강력한 앞발로 땅을 파헤쳐 잔해를 치우는 휴머럴로테이션 두더지의 골격(왼쪽)과 이를 모방한 몰봇의 잔해제거부 설계(오른쪽)을 소개한 그림/자료제공=KAIST




자동차제조용 자동화설비로 상용화의 길을 연 로봇개발의 역사는 이제 단순 산업용 로봇을 넘어 생명체와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얻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체야말로 바이러스에서부터 고등생명체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환경에 적응해 작동하는 유기체 로봇이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난이도가 높고, 실용성이 불확실한 인간형로봇(휴머노이드)보다는 일정한 단순 기능에 특화된 동물형 로봇 개발이 각광받고 있다. 그 영역에서 우리나라 연구진이 새로운 혁신을 이뤘다. 이번엔 두더지 로봇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본원의 미래도시 로봇연구실 소속 명현 교수 연구팀이 여러 두더지 종류의 장점들을 모방한 로봇인 ‘몰봇(Mole-bot)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굴착을 위해 여러 장비가 필요 없이 이 로봇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게 KAIST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시추기와 파이프라인, 펌프와 같은 각종 전문장비들을 동원해야 전부 굴착작업이 가능했던 한계를 로봇기술로 극복하게 된 것이다.

명현 KAIST 교수팀이 여러 종류 두더지들의 장점을 모아 개발한 굴착용 로봇/사진제공=KAIST


이번 몰봇은 두더지의 생물학적 구조와 굴착습성을 기계적으로 구현했다. 따라서 지구의 무인 지하탐사 및 극한지역는 물론이고 우주행성 탐사에도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희토류 광물이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각되는 탄층 메탄가스가 매장된 지역을 탐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명 교수팀의 몰봇 크기는 지름 25cm, 길이 84cm이며 중량은 26kg이다. 몰봇을 구성하는 것은 드릴링부, 잔해 제거부, 허리부(방향전환 기능), 이동 및 고정부다. 이중 드릴링부는 이빨로 토양을 긁어내는 ‘치젤 투스 두더지’를 모방해 안정적인 굴착 성능을 낸다. 잔해제거부는 강력한 앞발로 땅을 파고 효율적으로 굴착잔해를 제거하는 ‘휴머럴 로테이션 두더지(Humeral rotation mole)’를 모사했다. 휴머럴 로테이션은 길쭉한 견갑골을 통해 직선운동력을 만들고, 이를 상환골이 강력한 회전력으로 변환하는 골격을 갖췄는데 이를 로봇에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빨로 빠르게 땅을 긁어 파는 치젤 투스 두더지(왼쪽)와 이를 모방한 명현 교수팀의 몰봇 드릴링 부분 소개 이미지/자료제공=KAIST




명 교수팀은 좁은 지하 통로 속에서도 360도로 자유롭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두더지의 허리에서 영감을 얻어 몰봇의 허리부를 설계했다. 이에 따라 굴착 메커니즘을 가지는 앞몸체와 이동 및 고정 역할을 하는 뒷몸체 사이를 선형 구동기로 연결한 뒤 스트로크 조절을 통해 자유롭게 좌우 회전을 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동부는 동일한 3개의 유닛을 삼각형 형태(120°간격)로 균등 배치됐다. 지하에서 몰봇이 안정적인 지지력을 발휘하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무한궤도 방식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불규칙한 토양 환경, 암석처럼 예측 불가능한 지하 환경을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됐다는 게 KAIST의 전언이다.

이번 몰봇은 지하에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센서시스템 및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해당 센서는 자기장 센서를 포함한 관성항법 센서다. 로봇이 지구 자기장 데이터의 변화를 읽고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시각센서나 레이저센서, 전자파 기반의 통신센서는 어둡고 토양에 막힌 지하공간에선 사용하기 어려워 자기장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이를 위해 명 교수팀은 지구 자기장 시계열 데이터를 매칭시키는 그래프 기반의 ‘동시적 위치 인식 및 맵핑(SLAM)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덕분에 지하 공간에서도 3차원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두더지 로봇을 개발한 명현(맨왼쪽) KAIST교수의 연구팀/사진제공=KAIST


명 교수팀의 몰봇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공인인증 평가를 통해 성능검증을 마쳤다. 해당 평가는 총 4개의 항목으로 진행됐다. 그중 굴진속도면에선 시속1.46m를 기록해 기존의 세계 최고 방식 대비 3배 이상의 성능을 냈다고 KAIST는 소개했다. 방향각 추정성능 항목에서도 기존의 세계 최고 방식보다 6배 이상 향상됐는데 최대 굴진각은 100피트당 38도였다. 방향각 추정 오차는 0.4도로 기록됐다. 위치인식 평균 제곱근 오차는 6.03cm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혁신사업의 지원을 받아 2017~2019년 진행됐다.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의 홍정욱·권태혁 교수 연구팀이 로봇 구조해석 및 지반실험을 위해 협업했다. 명 교수팀은 이번 로봇 개발과정에서 3건의 특허출원 및 1건의 특허등록 성과를 냈다. 이번 연구와 관련해선 5건의 논문을 해외 우수학술지에 게재했다. 국제 및 국내 학술대회에선 각각 12건과 4건의 발표가 이뤄졌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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