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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증가속도 3배로 늘었는데…눈감은 곳간지기

국가채무 1년새 111조 증가

관리 재정수지는 112조 적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안도걸(왼쪽부터) 예산실장, 홍 부총리, 안일환 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세종=연합뉴스




나랏빚·재정적자 사상 최대…건전성 ‘비상등’
정부가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국가채무는 1년 만에 111조원 불어났고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12조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재정준칙 마련을 외면하고 있어 비상등이 켜진 재정건전성 관리방안을 ‘나 몰라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제3회 추경안을 확정하고 4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가 한 해에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은 48년 만으로 앞선 추경까지 포함하면 총 60조원에 달한다.

3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은 지출구조조정으로 10조1,000억원, 적자국채 발행으로 23조8,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지난해 결산 기준 728조8,000억원에서 840조2,000억원으로 111조4,000억원가량 급증했고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8.0%에서 43.5%까지 치솟았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8%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7%를 넘어 역대 최고를 갈아치웠다.

세수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은 역대 최대인 11조4,000억원이 반영됐다. 한국판 뉴딜(5조1,000억원),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지원(5조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9조4,000억원),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3조7,000억원), K방역산업 육성과 재난대응 시스템 고도화(2조5,000억원) 등 세출확대에 23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나라살림 구멍나는데 재정준칙 외면하는 정부
총 6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인해 지금까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3%는 완전히 붕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대공황 이상의 충격이라고는 하지만 통제가 안 될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는 나랏빚,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재정준칙이 없다는 점, 과거와 달리 내년 이후 재정건전성 회복력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나라 살림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세차례 60조 추경으로 나랏빚 증가속도 통제 안되는데

당청 ‘확장재정’ 요구 공세에 기재부 ‘재정준칙’ 모르쇠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지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이듬해 680조5,00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728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이번 3차 추경 35조3,000억원의 약 67%인 23조8,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2,000억원까지 불어난다. 불과 1년 만에 나랏빚이 111조4,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과거 통계상 국가채무가 100조원 늘어나는 데 2~3년이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빚 증가 속도가 전체 경제 규모(명목 GDP)가 크는 속도를 크게 앞지르다 보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수직상승한다. 지난해 38.0%인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3.5%로 5.5%포인트 껑충 뛴다. 불과 2017년까지만 해도 30%대 중반에서 관리됐던 수치다. 대표적 재정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로, 사상 처음으로 5% 선을 넘기게 된다. 적자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4.7%)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나라 곳간 사정이 이런데도 확장재정을 요구하는 당청의 공세에 밀려 기재부는 재정준칙 마련을 도외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해 밝혔던 유연한 재정준칙 도입도 타이밍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덮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청에서는 국가채무비율 60%를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내년까지 예산을 최대한 팽창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0%-국가채무비율·3%-재정적자비율 마지노선 붕괴

국제신인도 타격 우려…“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지적

오히려 홍 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평균 110%인 만큼 여기에 비하면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고 상황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한국의 사정과 고령화·통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낮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재정의 역할은 필요하나 최근 너무 빠르게 건전성이 무너져내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 가만히 있어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데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재정정책을 펴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과 2년 만에 국가채무비율이 7.6%포인트나 급증한 부분은 국제신용평가사나 해외투자가들이 보는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특수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르다는 것을 부인하는 곳은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감사원은 1일 ‘중장기 국가재정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며 국가재정의 중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는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한 성장 견인으로 재정수지를 완화시키는 선순환론을 주장하나 올해 추경이 대부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 위주여서 실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23조9,000억원의 세출 확대 중 경기부양 효과가 큰 사업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본다. 다만 KB증권은 “3차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5%∼0.6%포인트 정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세수펑크에 ‘11兆 메우기’…증세 불붙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올해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19%가량 급감한 58조5,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감염병 쇼크’에 따른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 펑크’가 불가피해지면서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은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정부는 3일 발표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고 세제 감면을 뒷받침하는 세입경정을 11조4,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러한 세입경정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 1998년 2차 추경 때는 8조6,000억원, 2009년 추경 때는 11조2,000억원의 세입경정을 했다. 2013년 일자리 추경 당시 세입경정(12조원) 가운데 절반이 산업은행·기업은행 지분 매각 지연에 따른 세외수입 감소분(6조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 세입경정이다.

법인세 5.8조 줄고 부가세 4조↓

세입경정 11.4조 역대급 편성

“증세논의 시작할때” 잇단 주장

앞서 정부는 올해 1차 추경안을 짜면서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 오차를 반영해 3조2,000억원의 세입경정을 포함했으나 국회 심의에서 8,000억원으로 삭감됐다. 정부는 2020년도 세입 예산안을 짜면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로 3.8%를 제시했으나 감염병 쇼크에 따른 경기 악화로 이번에 이 수치를 0.6%로 끌어내렸다.

세목별로 보면 정부는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수입이 당초 예상했던 64조3,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 적은 58조5,000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걷힌 법인세 수입(72조2,000억원)보다는 18.9% 급감한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내수 역시 크게 위축되면서 부가가치세 수입은 기존 전망보다 4조1,000억원 적은 64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당초 예상보다 종합소득세는 5,000억원, 근로소득세는 1조2,000억원 줄고 양도소득세는 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성장률 전망치 변동과 올해 1~4월 세수 실적을 감안해 세입경정 규모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세입경정을 통해 재정지출을 차질 없이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규모 세입경정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여파로 경기회복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올해 말에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증세 등 세입 기반 확보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쇼크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재정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대선 국면이 다가오면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세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할 돈 마련에…국방·SOC 등 삭감
정부가 3일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확정하면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조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10조1,0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앞서 2차 추경 때 8조8,000억원의 지출을 줄였는데 이보다 더 강도 높게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업무추진비 삭감 등 운영경비 2,000억원 삭감도 포함됐다.

지출 구조조정 중 가장 큰 부분은 지방교부세(1조9,510억원)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2조1,145억원) 등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어가는 돈을 4조1,000억원 삭감한 것이다. 다만 이는 경기 둔화 등으로 세수가 줄어듦에 따라 지방으로 보내는 돈이 줄어드는 자동 감액분이다. 2차 추경 때 2조8,000억원을 삭감했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의 외국환평형기금) 위탁액을 이번에도 1조2,000억원 줄였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급변동 시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원화 자산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며 위탁액 감액 배경을 설명했다.

애초 편성했던 올해 세출 사업 중에서는 총 3조9,000억원을 줄였다. 고속도로(2,000억원)와 철도(1,454억원), 공항(483억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을 바꿔 총 3,937억원을 올해 지출에서 삭감했고, 민자도로 건설 시 들어가는 토지보상비를 민간 선투자로 계획을 바꾸면서 1,006억원을 절감했다. 방위력 개선사업 연부율을 조정하는 등 국방 분야에서도 3,000억원을 삭감했다.

이 밖에 분양주택·민간임대 융자 규모를 줄이거나 다른 형태의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2,250억원을 구조조정했다. 누리과정 예산도 과거 집행실적 등을 감안해 416억원 삭감했다. 산업재해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총 8개 기금의 재원 9,000억원도 추경 재원으로 돌렸다.

/세종=황정원·나윤석·한재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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