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해야 할, 가장 나다울 수 공간이 집이다. 이 공간에 어딘가 수상쩍은, 낯선 사람의 갑작스러운 침입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침입자가 25년 전 잃어버린 동생이라면 어떨까. 영화 ‘침입자’는 ‘당신은 낯선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영화는 25년 전 놀이공원에서 잃어버린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뭔가 모를 석연찮은 동생은 수상한 행동을 일삼는다. 원래 집에 있던 가정부는 실종되고, 유진의 조력자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오빠 서진(김무열 분)의 눈에만 보인다. 유진이 진짜 동생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에서 부터 시작해 유진으로 인해 한 가정의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작품은 관객이 서진과 유진 중 중 누가 가족의 침입자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트라우마로 인해 신경증을 앓고 있는 서진의 환상인 건지,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가정을 파괴하려는 유진의 계략인 건지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게 만든다.
중후반부까지는 몰입감이 좋다. 동생 유진은 오빠 서진이 그동안 가정에 소홀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결사처럼 해나가고, 그런 서진은 유진의 저의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진실을 파헤쳐나간다.
그러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과정이 다소 김 빠진다. 어렵게 쌓아온 긴장감과 궁금증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다. 꽁꽁 숨겨왔던 비밀들을 갑자기 동화책 읽어주듯 설명해준다. 유진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은 이야기를 매듭짓는데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휘발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특히 김무열은 동생과 아내에 대한 트라우마, 딸에 대한 부성애 등 상실에 따른 세밀한 감정변화를 촘촘하게 그려냈다. 비주얼 적으로도 완벽한 송지효는 서늘하면서도 속내를 감춘 미스터리함을 잘 표현해냈다.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이 되는 집 또한 제 역할을 해냈다. 서진의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로서 일상적 소재인 집이란 공간에서 오는 간접적 공포로 서스펜스를 극대화했다. 작은 소품에서부터 벽지, 조명, 색감, 가구 배치, 집의 구조 등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해 기괴함을 배가시켰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관객에게 불편한 긴장감을 견인하면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나,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오는 4일 개봉.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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