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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상 명분이 없다"…임금협상 타이밍 재는 車노조

현대차 노조 "지금 교섭하면 결과도 못내고 매도당해"

'위기' 공감하지만 노사 입장 달라 '장기전' 가능성도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연합뉴스




“회사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데 (사측과)교섭에 들어가면 (원하는)결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국민으로부터 또 다시 우리만의 투쟁으로 매도당할 게 뻔하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둔 국내 최대 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노조의 고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완성차 업계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2~3개월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회사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 돌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협상을 빠르게 시작하자니 유례없는 판매 위기를 겪은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이익을 가져다줘야 하는 것도 노조의 현실이다. 업계에선 노조가 여론의 추이를 고려하면서도 무작정 양보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005380) 노조는 2일 소식지를 내고 “현 시점에서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언제 진행하느냐”라며 “집행부는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교섭 타이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장기불황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분담 요구가 거센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회사의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구조에서 교섭에 들어간다면 결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국민으로부터 또 다시 우리만의 투쟁으로 매도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하는 노조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대차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지난 4월 약 70%, 지난달 약 50% 급감했다. 임금 인상의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뽑아준 조합원들에게는 ‘체면치레’를 해야 하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로서는 조합원의 고용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며, 조합원들은 답답하겠지만 노동조합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일단 이달 말까지는 사측에 요구할 안을 확정해 다음 달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예년보다 약 2~3개월 늦어진 일정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일정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말대로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사측도 줄 것이 없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안이 더 늦어질 수 있다”며 “노조에는 호실적을 낸 작년을 기준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사측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노사 간 ‘줄다리기’ 길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성갑 한국GM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맨 왼쪽)과 올 초 트레일블레이저 신차 발표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제공=한국GM


다른 완성차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아차(000270) 노사협상은 전통적으로 현대차 협상 추이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도 현대차 협상 상황에 따라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업계에선 예측하고 있다. 역시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인 한국GM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한국GM의 판매량은 수출량 급감 영향으로 전년 동월 4만1,060대에서 39.7% 떨어진 2만4,778대에 그쳤다. 이 상황에서는 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10일 확대간부합숙교육을 열어 회사 경영현황을 공유한 뒤 이달 중순께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요구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이달 말쯤 임금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하고 본교섭에 돌입한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수출 시장, 특히 주요 시장인 북미의 상황을 주의 지켜보고 있다”며 “코로나19 추세를 아직 예측할 수 없어 경영 정상화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최근 불거진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살해’ 관련 시위가 격화하면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각 회사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노조가 처음부터 양보하는 자세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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