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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국가경영도 ‘K방역’ 처럼

윤창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윤창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해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방역’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가 이루어진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의료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 의료 체계를 잘 들여다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과 그렇지 않은 비급여항목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급여항목의 경우 의료서비스 가격이 원가의 약 70%이다. 본인 부담과 공단부담액을 합해도 원가 이하인 것이다. 반면 비급여 항목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원가보다는 높게 부담액이 책정된다. 병원과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원가 대비 낮은 급여항목에서는 손실이 나지만 이 손실을 비급여항목으로 만회해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병원이 문 닫지 않고 의료 공급이 유지되는 데에는 바로 비급여 항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급여항목에 해당하는 필수적 의료서비스항목을 원가 대비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상당한 이득이 된다.

이는 여러 가지 함축성을 지닌다. 급여 항목은 수요자에게 유리하고 비급여 항목은 공급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그뿐 아니다. 비급여항목 서비스를 받는 계층이 조금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덕분에 급여 항목을 선택하는 계층에게 간접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또 건강보험 보험료에 상한선이 있다 보니 급여항목 서비스를 받는 일부 환자는 엄청난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아주 싼 가격에 제공 받는다. 의료 체계 안에 다양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유럽은 급여항목을 중심으로 무료에 가깝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의사들이 의료공무원 수준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국가재정상태가 나빠진 요즘 의료 인력과 설비공급이 모두 부족하다. 병원 한 번 가려면 예약을 하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민영의료보험 체계에서 사실상 전 종목이 비급여항목 수준으로 비싸다. 또 힘 있는 의사협회가 의료인력 확충에 매우 소극적이다 보니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도 의료 서비스를 비싸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고(故) 박세일 교수가 주장한 바 있는 ‘공동체 자유주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자유주의적 시장성의 추구와 함께 공동체에 대한 고려, 즉 더불어 사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투 트랙 전략이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의료체계 안에는 이러한 개념이 녹아 들어가 있다. 시장성과 공공성이 잘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셈이다. 우리 의료체계가 K방역이라는 새로운 표준으로 인정받는 수준이 된 것을 보면서 국가 경영에 있어서도 공공성과 시장성 사이의 균형을 취하는 투 트랙 전략을 견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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