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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과학자의 실수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국양 DGIST 총장/사진제공=DGIST




지난해 12월 중국 선전시 법원은 중국 남방과학기술대의 한 생물학 교수와 동료 과학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개의 수정된 인간 배아를 에이즈 감염에 대항할 수 있게 유전자가위로 조작한 후 자궁에 착상시켜 쌍둥이를 포함한 세 명의 아기를 출산하게 했고 이 사실이 중국 의료법규 및 생명윤리를 위반했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사건 기소 이전인 지난 2018년 해당 과학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을 시행한 수정란으로부터 아기를 출산했다고 발표하면서 학문적으로, 사회적으로 논쟁거리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감염자 수가 550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미국·유럽 학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는 최초 발병 원인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학자들의 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인간이 이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생성하지는 않았으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의 실수로 실험 중 누출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자핵의 핵 분열을 인위적으로 유도한다면 거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은 잘 알려진 것처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제안했다. 후일 미국 과학자들이 이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원자력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중 아인슈타인이 미국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이 실험 결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암시를 했다는 에피소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에게는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라는 절대 명제가 있었다. 과학 지식탐구는 그 자체가 목적이며 과학자가 지식탐구를 수행하는 중에는 가치 판단이나 결정을 유보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과학자는 비록 실수를 해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근거로 가치중립성이라는 명제를 사용했다. 이 명제에 대한 반론은 여러 학자에 의해 제기됐으며 토마스 쿤이라는 과학철학자는 과학기술 문명의 비판과 함께 가치체계의 변화와 경험, 역사적 우연 등으로 과학이 더 이상 보편적 진리가 아니며 목적의 합리성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가치중립성으로 실수가 덮어지던 지난 시대와 달리 이제 과학은 사회적이고 역사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과학 연구의 윤리적·법적 책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아직도 과학 연구의 순기능만을 생각하고 연구에 따른 파생 효과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해당 과학자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세계 주요 학계에서는 소극적이지만 연구주제 선택에 있어서의 개방성, 연구 방법의 윤리성, 연구 결과에 대한 비판적 수용, 그리고 평가에 대한 공정성 등 최소한의 기준을 각자 마련해나가고 있는 정도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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