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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사라져버린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꿈

박시진 산업부 기자





‘풍전등화(風前燈火).’

요즘 대한항공의 상황을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며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직원 60% 순환휴직, 임원 임금 반납, 유휴자산 매각 등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 허리띠를 졸라매며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등 유휴자산의 매각을 진행해 자금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항공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 부지는 위치적인 이점으로 인수자가 어떤 용도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몇 배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는 노른자위 땅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대금은 최소 6,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상황은 며칠 새 완전히 변했다. 서울시가 연내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수년째 대한항공에 이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하겠다고 했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3월 매각이 본격화되자 서울시는 대한항공에 민간 매각을 할 경우 개발 요구를 용인하지 않겠다며 공매 절차 중단을 요청했다. 이어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자문을 상정했는데 이는 사실상 송현동 부지 매각을 중단시킨 셈이다. 더불어 서울시는 공시지가, 주변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정가격을 책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이 땅의 공시지가는 예상 거래금액의 절반 수준인 3,100억원에 불과하고 납부에도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를 검토했던 후보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간 인수를 검토하며 법률에 기반한 토지 활용 방안과 가격 등 컨설팅을 끝낸 상태다. 대한항공은 매각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도, 서울시에 공원 용도로 넘기기도 어려워 매각 철회까지 고려하고 있다.

매각 절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다. 부지를 원하는 후보들은 경쟁입찰에 참여해 다른 후보보다 매도자를 설득할 만한 가격과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정석이다. 국책은행이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할 만큼 상황이 어려운 대한항공에 서울시가 수의계약으로 땅을 넘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권력 남용이 아닐까.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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