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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임채무 "이 얼굴로 누구보다 오래 멜로 주인공....성공한 인생이죠"

<3년만에 두리랜드 재개장한 임채무>

아파트 팔고 사비 모두 털어 30년간 190억 투자

"돈 벌려고 시작한 아냐...죽어서 명예 남기고파"

아이들이 훗날 자식과 다시 찾는 추억의 장소되길

연기인생도 자신만의 철학 고집...47년 내공 쌓아

"이상하게 배역 끊이지 않아...오랜 쓰임에 감사해"







“부디 오셔서 자리를 함께 해주신다면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하오나 요즘 분위기상 오시지 않아도 절대 섭섭해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을 겁니다. 마음으로 축하만 해주셔도 감사드리겠습니다.”

배우 임채무(70)씨가 지난달 24일 읽다 보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법한 초대장 문구와 함께 두리랜드의 재개장 소식을 알렸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두리랜드는 그가 30년 전 사비를 털어 만든 놀이공원이다. 지난 2017년 10월 환경개선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가 최근 3년여 만에 다시 열었다. 재개장 일정에 즈음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면서 마음고생도 많았을 터다. 재개장을 준비하면서 서울에 소유했던 아파트 두 채를 팔았고 간간이 찍은 광고 출연료마저 모두 쏟아부었다. 수십년 동안 활동해온 유명배우인 그가 지금은 두리랜드 바로 옆에 있는 교육동 건물 꼭대기 층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지난 30년간 두리랜드에 쏟아부은 돈은 약 190억원, 금융권에서 진 빚만 100억원에 이른다.

국민 모두가 건물주를 꿈꾸고 특히 연예인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저마다 빌딩 투자를 선도하는 이 시대에 그는 왜 놀이공원에 ‘올인’하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만난 임채무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했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이 저는 명예를 남기고 싶어요.”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죽더라도 나중에 사람들이 두리랜드를 보면서 나를 기억해준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지난 어린이날에 300여명의 어린이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는데 그 아이들이 커서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 오면 나를 한번이라도 더 기억해주지 않겠어요. 내가 바라는 것은 그거 하나예요.”

두리랜드를 30년간 이끌어온 힘은 그의 오랜 배우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창 ‘잘나가던’ 배우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았지만 그는 존경받는 일을 하고 싶었다. 구설에 오를 만한 광고는 찍지 않고 과거 연예인들이 디스코텍을 운영할 때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드라마 한 편이 끝난 후 바로 연달아 다른 작품을 하지 않는다. 멜로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던 전성기 시절에는 에로틱한 영화 제의도 여러 번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옛날에 지방촬영을 가면 모텔에 투숙했어요. 밤에 할 일이 없어서 TV를 틀면 40년, 50년 전 명작이 나오더라고요. 시간이 흘러도 계속 소비될 수 있는 명작처럼 그런 존경받는 일을 하고 싶었죠. 한창 잘 나갈 때 에로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지만 다 거절한 이유예요. 훗날 내 손자·손녀가 그 영화를 보게 되면 할아버지한테 존경심을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최근 논란이 된 입장료 문제는 그래서 더욱 아쉽다. 무료였던 놀이공원이 재개장 후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자 비난이 제기된 것이다. 두리랜드 재개장 기사에는 ‘임채무가 돈독이 올랐다’는 식의 댓글이 이어졌다. 어떤 방문객은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면서 직원에게 손 세정제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불거진 문제에 억울한 마음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30년간 쏟아 부었던 노력이 한꺼번에 부정당하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제가 돈 벌고 싶었으면 이런 것 안 했죠. 요즘 유행하는 빌딩 매입하면 더 큰돈을 벌었겠죠. 하지만 전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요.”

두리랜드를 재개장하면서 실내 놀이시설을 만든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좀 더 편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입장료를 유료화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리랜드를 계속 운영해 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 어른 2만원, 어린이 2만5,000원의 요금은 전국의 키즈 카페를 전수 조사해 산정했다. 그는 “금융권 대출만 100억원이 넘는데, 그 정도를 투자해서 만들었는데 입장료를 안 받을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고객들의 지적을 받아들여서 조조할인이나 노약자 할인 같은 탄력적 요금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불현듯 그가 예전에 출연한 한 광고 생각이 났다. 2014년 국내 한 빙과제과의 광고에서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16강 이탈리아전 주심을 봤던 모레노 심판을 패러디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우스꽝스럽게 달려와 무뚝뚝한 표정을 지은 채로 이탈리아 선수에게 레드카드 대신 아이스크림을 드는 장면은 지금 되돌려봐도 웃음이 나온다. 이토록 진지하고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 그렇게 ‘웃긴’ 광고에는 어떻게 출연할 생각을 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도 익살스러운 내용의 광고 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한다.

“사실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때 안 하려고 했어요. 모레노 심판의 이미지도 그랬고, 콘티 내용도 끌리지 않았죠. 게다가 당시 출연 중이던 ‘하늘이시여’라는 드라마에서 대기업 회장 역할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엄한 회장님이 비록 CF이기는 하지만 웃긴 캐릭터로 나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하지만 출연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촬영에 임했죠.” 임씨가 광고 속에서 레드카드(아이스크림)를 꺼내기 전 우스꽝스럽게 뛰어온 장면은 사실 콘티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추운 겨울 날씨에 촬영이 길어지면서 외국인 엑스트라들이 하나둘 불만을 나타내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임씨가 기지(?)를 발휘한 일종의 애드립이었다. 그는 “CF 감독과 절대 이 장면을 내보내면 안 된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결국 나왔다”며 “그런데 광고가 나간 뒤 인터넷에서 영상이 화제가 됐고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딸한테서까지 연락이 왔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 광고 한편으로 해당 제품은 공급이 안 될 정도로 대박을 쳤다. 요즘 시대에는 유력 포털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그 광고를 보려는 인터넷 트래픽이 폭주해 실제로 포털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CF 한편이 히트하면 다른 광고주의 제품들에도 연달아 출연하는 게 연예계의 속성이지만 임씨는 이후 3년간 다른 CF를 찍지 않았다.

“모레노 심판을 패러디한 광고를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줬는데 곧이어 다른 회사 제품의 CF를 찍었다면 그 광고는 더 빨리 잊혔을 것”이라며 “시청자와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CF 내용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다른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내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면서 임씨는 올해로 배우 생활을 47년째 하고 있다.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연예계에서 47년 연기 내공을 쌓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재주보다는 노력으로 채워온 날들이라고 했다. “선배들이 예전부터 그러셨어요. 넌 참 신기한 놈이라고. 사회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성격이 무난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이죠. 실제로 2000년 이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어요. 가진 재주에 비해 오랜 시간 쓰임이 있던 것이니 감사한 일이죠. 이 얼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기간 멜로드라마 주인공 역할을 했으니 나름 성공한 인생 아닐까요.” /양주=박해욱·서민우기자기자 ingaghi@sedaily.com 사진=김지영 객원에디터





He is

△1949년 전남 함평 △1968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1973년 MBC 6기 공채 탤런트 △1985년 MBC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1991년 두리랜드 개장 △2006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모델상 △2007년 SBS 연기대상 연속극 부문 남자 연기상 △2012년 한국폴리텍4대학 청주캠퍼스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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