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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부부의 세계' 심은우 "얘가 걔야? 그 말이 너무 좋아요"

사진=양문숙 기자




2015년 독립 영화로 데뷔한 심은우는 드라마, 영화에서 배역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묵묵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켜켜이 쌓인 내공은 자신에게 딱 맞는 ‘부부의 세계’ 민현서를 만난 뒤 무섭게 터졌다. 심은우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시작이다.

28일 JTBC ‘부부의 세계’ 종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심은우는 자신에게 작품과 민현서가 준 소중한 의미에 대해 깊이 감사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진중하고 진지했다.

“작은 역할부터 해오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쌓이는 시간이었구나 싶어요.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현서가 나에게 안 왔을 것 같아요. 그런 시간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많은 사랑을 받게 되면서 지난 시간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심은우는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에 시달려 시름시름 앓던 민현서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면서 탁월한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부부의 세계’ 오디션을 제의받고 민현서 역할을 맡게 될 때까지 자신이 캐스팅된 이유를 몰랐다. 그리고 현서로 살면서 힘든 순간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제가 민현서랑 어울려서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나중에서야 마지막 촬영까지 하고 나서 감독님께서 ‘네 안에 현서가 있다’고 말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연기하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적도 있어요. 지선우(김희애)가 민현서 집에 찾아오는 장면에서 많은 감정이 차오르더라고요. 저도 실제로 현서 집을 처음 가봤고, 그 당시 나의 몰골을 보고, 맨발로 맞고 그런 것들이 감정적으로 차올라서 많이 울었어요. 집에 가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어요. 주변 배우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감정 멀미’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경험들을 촬영하면서 세 번 정도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진=양문숙 기자


감정적으로 힘든 민현서가 박인규(이학주)를 사랑하는 이유도 찾아야 했다. 드라마 속에서는 비치지 않았던 두 사람의 좋았던 시절,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을 짐작하면서 민현서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저는 현서 캐릭터를 구축할 때 과거로 돌아갔어요. 가정 안에서 아픔이 있고 신뢰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고, 인규도 마찬가지로 그랬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런 두 명이 만나서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 입은 자를 보고 좀 더 끌렸을 것이라고 봤어요. 현서는 인규를 봤을 때 나의 유년시절의 상처받은 모습이 보이고, 나의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나 나를 누군가가 믿어줬으면 저러지 않았을 텐데라는 마음으로 기대했을 거예요. 인규도 처음부터 현서를 때리지는 않았겠죠. 사실 현서는 사랑이라고 착각하지만 사랑은 이미 끝났을 거예요.”

심은우는 박인규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국으로 끝난 결말을 이해했다. 박인규는 끝까지 민현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인규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죽어야만 끝날 관계라고 생각했다.

“인규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침을 받지 못한 것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가끔 괴물처럼 변하고, 후회하고 또 변하는 걸 반복한 거죠. 현서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닌 것 같아요. 현서가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 ‘진짜 이제는 내 세상에 현서가 없구나’라는 상실감이 인규를 자살로 몰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진=양문숙 기자


이학주는 극 중에서 민현서를 힘들 게 한 인물이지만, 실제로 심은우는 호흡이 잘 맞기에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학주와는 독립영화부터 연기를 시작했다는 것에 동질감과 친근감이 들었고, 함께 연기를 하는 순간도 재미있었다.

“이학주 배우와 호흡은 굉장히 좋았어요.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독립영화 찍을 때부터 알았고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만난다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되기도 했었고요. 저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동질감도 들었어요. 원래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오빠인데 슛만 돌면 인규로 변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이제는 너무 친해져서 멜로는 오글거릴 것 같고 치고받고 싸우는 현실 남매 연기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웃음)

많은 신을 함께 했던 선배 배우 김희애와의 작업은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나는 일이었다. 연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선후배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다른 아우라가 느껴졌고, 롤 모델로 따라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김희애 선배님과 작업을 해보면 진짜 존경심이 생기게 돼요. 평소 현장에서 소통하시는 것들도 너무 멋지고 그런 것에 감동받았어요. 오랫동안 저런 멋진 모습으로 있어주시는 게 감사했어요. 후배들에게 그런 인정을 받게끔 본인이 그렇게 만드시는 것 같아요. 행동과 많은 모습들이 다 그렇거든요.”

심은우에게 김희애와의 연기 떨림의 연속이었다. 매일 연습실에 가서 연습에 몰두했지만 김희애 앞에서는 항상 작아졌다. 하지만 극 중에서 지선우가 민현서를 구해주면서 실제로 김희애에 대한 감정이 달라졌다. 두려움의 떨림이 아닌 기대에 의한 좋은 긴장감으로.

“선우가 현서의 집으로 와서 구해주는 장면과 현서가 인규를 놓지 못하는 이유를 ‘사랑해서 그래요’라고 털어놓는 장면을 며칠 간격으로 가깝게 찍었어요. 다행히 이 장면을 찍고 선우와 현서 사이의 밀도가 엄청 높아졌어요. 극 중에서 그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면서 서로를 걱정하는 동질감 관계로 바뀌는데 실제로도 되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됐죠.”

“선배님은 대부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주세요. ‘지금 대로 해. 너무 좋아’라고만 하고 기다려주시는 편이죠. 고산역 추락 사건 이후 현서가 숨게 되는데, 선우에게 태오(박해준)의 반지를 건네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땐 감정을 잘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선배님이 ‘비가 막 올 때 한 마리의 새라고 생각해봐 현서야’라고 해주셨어요. 그 말이 도움이 많이 됐었죠.”



실제로 지켜본 심은우는 우울했던 민현서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에 시달려 시름시름 앓던 민현서와 다르게 밝은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드라마 종영 후 만난 관계자들은 “드라마와 다른 사람이 왔네”라고 한단다.

“요즘 드라마 끝나고 예능에도 많이 나가고 있는데 ‘예능 못 할 줄 알았는데 잘하네’ 이런 반응들이 있는 게 너무 재밌고 좋아요. 예능에 나가면서 이제 좀 인기를 실감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 자체도 예능을 해보니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예능에 나와서 웃고 떠들고 그런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변하니까 환기가 됐어요.”

심은우는 ‘런닝맨’, ‘복면가왕’, ‘온앤오프’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비추면서 대중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뮤지컬학과 출신으로 남다른 가창력의 소유자인 것과 현재 요가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뮤지컬학과를 나왔다는 게 창피했어요. 전공만 했다 뿐이고 뮤지컬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복면가왕’ 녹화 일정이 잡혀서 연습을 하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다시 흥미를 느끼게 돼서 언젠가 기존의 뮤지컬 하는 분들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뮤지컬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요가 강사를 겸직하는 건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신기하게 생각해 주시더라고요. 데뷔하고 나서 슬럼프가 왔을 때 요가를 시작하게 됐었거든요. 오디션을 계속 보는데 거의 다 떨어졌었어요. 떨어지는 게 슬픈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내가 이 작품을 정말 하고 싶은 건지, 이 캐릭터를 내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도 모르겠더라고요.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불러주니까 가고 싶다고 하고 잘 보이려고만 했어요. 그렇게 꾸며진 모습, 내가 없는 나의 모습에 되게 충격을 받았어요. 난 배우를 오래 하고 싶은데 이렇게 하다가는 나를 갉아먹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가를 했더니 진지하게 임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사까지 하게 됐어요.”

자신을 돌아볼 줄 알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심은우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기도 뚜렷하다.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장진영,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 ‘브이 포 벤데타’의 나탈리 포트만 같은 확실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심은우만이 할 수 있는 연기로 변주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역할을 보면 다 다른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저는 ‘얘가 걔야?’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의사, 기자 역할을 할 때 정형화된 느낌이 아니라 심은우가 하면 또 다른 의사가 나오고, 또 다른 기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여러분들에게 설득력 있는 배우로 인식되고 싶어요.”

사진=양문숙 기자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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