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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소희 "부담에 토할것 같지만, 후퇴하고 싶지 않아요"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을 맡은 배우 한소희 / 사진=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희대의 불륜녀 여다경’. 캐릭터 이름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소희는 여다경의 이름 앞에 ‘부부의 세계’가 붙지 않아도 누구나 알 만큼 폭발적인 인상을 남겼다.

몇 개월간 JTBC ‘부부의 세계’의 여다경으로 살았던 한소희는 26일 인터뷰를 통해 만나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도도할 줄 알았는데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는 신드롬급 인기를 이끈 작품의 주인공이 되면서 인생이 뒤바뀌게 됐다며 얼떨떨한 마음을 전했다.

“사실 너무 신기해요. 인생이 바뀌었어요. 행복하고 좋다는 것보다 저의 인생, 생활 패턴 자체가 바뀌었어요. 제가 이뤄낸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소중한 관심과 사랑도 너무 감사하지만 돌려드려야 하는 것도 제 몫이고,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도 커요.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도 오른 걸 봤는데, 신인상은 정말로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무조건 김희애 선배님이 대상 받았으면 좋겠어요. 같이 앉아있는 걸 상상만 해도 손이 덜덜 떨려요.”

한소희가 연기한 여다경은 가정이 있는 남자를 빼앗고 적반하장으로 당당한 태도를 취하는 여자다. 캐릭터는 미움받지만 한소희는 데뷔 후 3년 동안 받아보지 못했던 큰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부부의 세계’가 방송되는 내내 그의 과거 SNS 글과 사진 등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타투를 새긴 채 흡연하고 있는 사진 때문에 애꿎은 논란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런 관심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악역 배우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그렇게 손가락질 받고 욕을 먹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옛날에 개인 SNS에서 올렸던 사진도 노출이 되는 걸 보면, 많은 분들이 ‘여다경는 이런 이미지인데 한소희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구나’라고 분리해서 봐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헬스 트레이너와 나눈 메시지 사진은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르겠어요. 2~3년 전에 올렸던 사진을 어떻게 찾아내셔서 공유해 주시는지 신기하더라고요. 타투나 담배 사진은 사실 해명이라고 하기도 애매해요. 그때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고 왜 부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모델 일을 하고 미술에 전념했던 저도 저고, 지금의 저도 저라서 마음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옛날 사진이 나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과거도 아니고, 불과 4년 전이라 ‘얼마 안 됐는데’라고 생각했죠.”(웃음)

배우 한소희 / 사진=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부의 세계’ 캐스팅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됐다. 특히 여다경 역은 보안이 철저했던 인물이라, 비교적 인지도가 높지 않던 한소희가 여다경 역을 꿰차게 된 것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다. 한소희는 오디션으로 여다경 역에 도전했지만 연출을 맡은 모완일 감독이 이 역할을 맡기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고 여다경에 대해 연구했다.

“3~4번 정도 미팅을 하면서 여다경이라는 인물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단순하긴 하지만 본심을 숨겨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감독님과 제일 많이 대화를 했던 건 2회 병원신이에요. 전 내연녀가 본처의 직장에 찾아간 건 공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 공격적인 어투로 해야 자극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오히려 지선우(김희애)를 의사 선생님처럼 대해야지 지선우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하셨어요. 이런 조율을 많이 했어요.”

여다경은 원작인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에도 등장한 인물이지만, ‘부부의 세계’에서 더 많은 캐릭터 서사와 이야기들이 추가됐다. 극이 진행될수록 지선우와 닮아가는 모습, 변해가는 여다경의 감정선을 표현해야 했다. 이 때문에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원작에 없는 여다경의 모습에 신경을 쏟아야 했다.

“6회까지 감정선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16부작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퀀스들이 있어요. 원작에서 나오지 않았던 다경의 성숙된 점들이 첨가됐다고 느꼈고, 여우회라는 단체에서 다경이가 보여주는 이미지도 있었죠. 여다경의 의상이 점점 더 어두워진 건 감독님이 요구하신 것들도 있고 제가 생각한 부분도 있어요. 지선우의 포커싱에 맞춰서 변화했고,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한 건 지선우가 준영이를 임신했을 때 모습을 제가 일부러 따라 한 거예요. 어설프게 발악하는 모습으로 꾸역꾸역 따라 하는 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한소희에게 불륜녀 역할은 처음이 아니다. 데뷔 초였던 2018년, ‘돈꽃’과 ‘백일의 낭군님’으로 연달아 불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부부의 세계’까지 불륜 캐릭터를 맡으면서 이미지가 굳어질까 부담도 뒤따를 법 하지만, 도전과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여다경 역할은 저보다는 회사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전 새로운 캐릭터를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숙제이긴 하지만, 비슷한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런 이미지가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까 같은 캐릭터들을 여러 번 했는데도 100% 소화를 못 하면 다른 캐릭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편견들이 쌓인다 한들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요. 그래서 작품에 뛰어들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저에게 성장을 안겨준 인물이에요.”



배우 한소희 / 사진=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소희가 더 포커스를 받게 된 건 김희애라는 대배우와 맞서는 장면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단 있어 보이던 한소희는 정작 두려움이 컸고 무기력감과 상대적 박탈감까지 들었다. 대신 “여기서 못하면 창피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 잡았다.

“같은 배우의 이름으로 선배님들 옆에 서는 건데 제가 못하면 선배님들 커리어에 누가 될까 봐 두려웠어요. 처음에 오디션을 봤을 때도 김희애, 박해준 선배님 캐스팅 소식을 몰랐는데, 나중에 김희애 선배님 캐스팅 소식을 듣고 감독님께 ‘저 어떻게 해요?’라고 했어요. 여기서 내가 선배님들 반도 못 따라가면 이 일을 접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서점신이 첫 촬영이었는데 등줄기에서 땀이 나고 김희애 선배님 눈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도저히 못 보겠어서 정면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어요.”

이런 한소희가 온전한 여다경이 될 수 있게 한 건 김희애였다. 현장 어디에서나 지선우의 모습으로 있던 김희애 덕분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고,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감정을 이끌어주는 김희애의 진심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원동력이었다.

“저처럼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몰입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판이 바뀌는데, 김희애 선배님은 그냥 구석에 있어도 지선우예요. 감히 말을 못 붙일 정도로 몰입 중이시기 때문에 저는 그냥 스텝을 맞춰 가면 되는 거였죠. 선배님의 감정의 최대치가 50이라면 제 쪽만 나오는 장면을 찍을 때 70~80으로 끌어올리세요. 자기를 찍지 않는데 감정을 올려주는 게 굉장한 거거든요. 자기를 찍는 게 아니니까 대충 했을 수도 있는데 더 열심히 해주시는 게 느껴지니까 너무 감사했어요.”

함께 불륜을 저지르는 이태오 역의 배우 박해준과의 호흡은 긴장감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먼저였다. 박해준은 ‘여다경이 왜 이태오를 사랑했나?’라는 의문점에 개연성을 만들어줬다.

“박해준 선배님은 장난기도 많으시고 저와 같은 경상도 출신이다 보니까 사투리로 말하면서 편하게 남동생 대하듯이 하셨어요.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데 김희애 선배님과의 관계처럼 긴장감 있게 촬영했다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위해 느슨하게 해주시는 게 좋았어요. 간절함 없이 살던 여다경이 아무것도 없이 예술을 위해 맨땅에 헤딩하는 이태오의 열정을 매력적으로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그리고 박해준 선배님이 꽃중년이시잖아요. 굉장히 잘 생기셨고, 실제로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남녀로 보일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그런 생각은 다 깨졌어요.”(웃음)

배우 한소희 / 사진=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 한소희는 여다경과는 많이 달랐다. 여다경과 이태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여다경의 일생에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이태오와 왜 안 헤어지는지 공감이 안 됐어요. 지선우 뒤통수를 때리는 신에서 도와달라고 이태오를 보는데 지질하게 행동하잖아요. 그때 사실 헤어졌어야 해요. 너무 싫더라고요. ‘여다경이 왜 지선우에게 사과를 안 하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여다경의 결말은 현실적이고 쓸쓸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25살의 나이에 아빠 없는 자식을 키워야 하고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여성이 됐잖아요. 다경이의 일생이 얼마나 지옥 같을까 싶어요.”

한소희는 이제 여다경을 버리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고 있고, 연기에 대한 욕심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여다경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담감에 토할 것 같아요. 뭔가 욕심이 생겼다고 느껴지는 게 후퇴하고 싶지 않아요. 꼭 주인공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제 연기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플러스되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요. 먼저 차기작을 준비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여다경을 일단 버려야겠죠. 백지장을 만들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불륜 키워드를 제 몸에서 다 빼내야 하는데 의외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부부의 세계보다 더 잘 하네’라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예요.”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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