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호주 고가주택 쓸어담는 中 갑부들

코로나 확산에 가격 떨어지자

싱가포르·말레이 등 투자 밀물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격이 하락한 아시아 각국의 고급주택들을 쓸어담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 말레이시아·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 등지에서 중국 갑부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주택들을 무더기로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중 갈등의 진원지로 떠오른 홍콩의 대체 투자처로 싱가포르가 주목받고 있다. 통신은 이달 들어 중국인 3명이 총 2,000만싱가포르달러(약 174억원)에 달하는 마리나원레지던스의 아파트 6채를 사진만 보고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 현지 전문가는 “일부 중국인들이 경제둔화로 인한 위안화 약세에 대비해 다른 나라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콩의 경우 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고급주택 가격이 1·4분기 4.5%나 떨어졌다.



화교들이 많은 말레이시아도 중국 부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지역이다. 말레이시아의 한 부동산중개회사 직원은 이달 중국이 2명이 200만~500만달러(약 25억~62억원)에 달하는 쿠알라룸푸르의 아파트와 저택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호주 부동산회사 블랙다이아몬즈의 모니카 투 대표는 지난 3월 이후 고급주택 판매실적이 8,500만호주달러(약 690억원)로 올해 초보다 25% 급증했는데 이들 고객 중 절반이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주택거래가 코로나19 이후 활발한 데도 중국 부자들의 투자가 한몫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 대도시들에서도 고가주택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선전 첸하이 자유무역지구 주택단지인 베이하우스는 최소 300만달러의 주택 135채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상하이 남쪽의 주택단지인 오리엔털가든의 240만달러짜리 아파트는 구매 희망자가 공급을 5배나 초과할 정도다. 중국 부동산회사의 양커웨이 조사 책임자는 “부자들이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부동산을 주목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믿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