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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기업 어려운데…勞는 고용유지만 강조 '마이웨이'

[노사정 대화 난항]

양대노총 고용보험 확대·생계보장 등 더 강력한 요구

코로나 위기 해법 '유연해고' 강조한 경영계와 대립각

전문가 "노사 해묵은 요구안 반복...전향적 양보 필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청년재단에서 개최된 ‘코로나 대응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동의 과제’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허진기자




지난 20일 노사정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뜻을 같이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이다. 그러나 노사의 의견은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일자리 위기에는 공감했지만 고용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

노사의 이 같은 입장은 일주일이 지난 26일 양대 노총이 참석한 ‘코로나 대응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동의 과제’라는 정책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양대 노총은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해고 문턱을 높이자고 요구하는 등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주장을 내놓았다. 이는 노동 유연성을 높여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해 ‘쉬운 해고’를 주장하는 경영계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이다. 앞으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접점을 못 찾고 난항을 겪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어려운 해고’ 주장한 양대 노총=먼저 한국노총은 크게 5가지 요구안을 내놓았다. 한노총은 기존 입장처럼 총고용 유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해고를 최소화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한해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나 특수고용종사자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직접 맞닿는 취약계층까지 고용보험 울타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원청 기업의 납품 단가 보장, 기술 갈취 방지,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총고용 유지와 사회안전망 전면 확대라는 두 가지 원칙 아래 8가지 세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긴급 명령으로 해고를 막고 생계소득 지원을 강화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기업들 역시 재원 마련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일자리 정책을 새로 수립하고 국가방역체계 강화 및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고 요건과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을 고쳐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경영상 해고를 엄격하게 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자를 우선 고용하는 등의 조항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시 해고 금지,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는 앞서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요구사항이다. 경영계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안까지 내놓은 것은 경영계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영계는 그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경영상 해고는 물론 저성과자 등에 대한 평시 해고가 가능한 일반 해고의 문턱까지 낮출 것을 주장해왔다. 경영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월 말 경영계가 요구하는 입법 과제를 담은 ‘경제 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국면에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고용보호규제 강화보다는 기업이 탄력적인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는 게 고용 유지 차원에서도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사 양보와 대타협 가능할까=코로나19는 미증유의 위기로 더 이상 과거의 해법으로는 노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사의 타협적 자세와 생산적인 논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다 해묵은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해결이 안 된다”며 “눈앞의 해법을 놓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결단과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곳은 저임금·저숙련 노동 현장”이라며 “결국 코로나 해법이란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양대 노총이 먼저 임금 동결 혹은 삭감, 근로시간 유연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해야 쉽게 말해 해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고를 법으로 막아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하겠다는 게 골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용을 통해 최대한 소득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이고 전방위적 기업 살리기로 탈출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라며 “기업이 투자를 늘려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생산한 게 소비로 실현되는 순환구조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병행해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한 이번 사회적 대화는 1999년 외환위기 직후 민노총이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탈퇴한 뒤 21년 만에 이뤄지는 만큼 기대가 크지만 시작부터 경영계가 수용하기 쉽지 않은 카드를 노동계가 들고 나오면서 향후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에 민주노총이 중도에 나가는지에 관심이 많은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나가자고 내부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허진·한민구·심기문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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