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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는 日 끄나풀"·"윤미향 당선 배아파해"…친여 네티즌 도넘은 '음모론'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구=이호재기자. 2020.05.25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을 둘러싼 부당 회계 의혹 등이 연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끝나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과 일부 친여 언론 유튜버를 중심으로 이 할머니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이 할머니를 ‘친일파’, ‘일본의 끄나풀’이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기획했다는 ‘가짜뉴스’까지 퍼트리고 있다. 이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내용을 폄하하고 윤 당선인을 옹호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선 1차 기자회견 당시에는 최용상 가자평화당 대표를 이 할머니의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25일부터 26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 유튜브 등에는 여당을 지지하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곽 의원이 기획했다는 음모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이종원 대표는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에서 자신의 주장이 ‘음모론’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말에 두서가 없다”며 “기획자가 있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정권 들어서고 나서 한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어 일본 쪽에서 일본을 친밀하게 대하면서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할머니와 그 배후세력들이) 이 기회에 일본이 가장 껄끄러워 했던 수요집회와 정의연을 없애고 제 3의 단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에 출연한 개그맨 출신 노정렬 공무원단기학교 행정학 강사는 “이 할머니가 전혀 객관성을 놓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를 근거로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곽 의원이 함께 있었다는 ‘가짜뉴스’도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자회견 당시 이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며 보좌하던 사람은 민주당 소속 임대윤 전 대구시장 후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곽 의원은 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으로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TF 회의를 했다.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당시 사진(왼쪽),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기획설’ 영상에 달린 댓글. /페이스북, 유튜브 캡쳐


가입자 2만4,000여명의 페이스북 그룹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에는 지속적으로 이 할머니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글을 올려 “위안부란 수난이지 벼슬이 아니다”라며 “야망이 커서 적지 않은 연세에 국회의원 공천까지 신청했던 이용수 할머니, 그에게 있어 정치적 라이벌 윤미향의 자신의 몸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단 말인가”라고 적었다.

이용수 할머니를 ‘노망난 대구 할머니’라고 칭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 글 게시자는 “이용수 할머니 본인은 새누리당 공천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윤미향 의원님이 국회의원이 되니 배가 아팠던 것”이라며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팔아먹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할머니를 향해 “당신은 그냥 대구에서 생활하고 절대 다른 지역으로 기어들어오지 마라”고도 했다.



이 할머니 기자회견 관련 기사에 쏟아지는 댓글 내용도 지나치게 원색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할머니) 노욕이 지나치다. 전형적인 경상도 할매”라고 조롱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런 할머니와 30년을 같이 했다니 오히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부처다”라고 윤 당선인을 옹호하고 나섰다. “정말 추해 보인다”며 이 할머니를 비난하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에 올라온 이용수 할머니를 비난하는 글과 댓글. /페이스북 캡처


한 경기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친여 성향 언론은 이 할머니를 ‘물에 빠져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 만평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에 대해 “아주 사악한 만평”이라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거죠? 여기에 운동을 바라보는 윤미향 부류의 시선이 잘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만평은 현재 온라인에서 삭제된 상태다.

민주당은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윤 당선인을 둘러싼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비위 의혹과 관련해 당내에 “각자 개별적 의견들을 분출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후 ‘윤미향 사태’를 향한 여권 일각과 야권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겉으로 위안부 운동을 내걸고 속으로 사리사욕과 거짓으로 기득권을 행사한 민낯이 드러났다”며 윤 당선인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에게 원색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을 쏟아낸 일부 네티즌들의 행동에 대해 “역사의 피해자인 할머니들께 적반하장으로 2차 가해를 하는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한일역사 전문가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 역시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의연 활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할머니가 지적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한다. 이렇게 시끄럽게 된 것 자체가 사과해야 할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이용수 할머니를 속담에 빗대 표현한 만평.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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