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적골 유적에서 호남 동부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후백제~조선 시대 것으로 보이는 종합 제철유적이 다수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6일 “장수군이 추진해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이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전북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산154-1번지 일원의 계곡부 평탄면을 따라 넓게 분포하는 종합 제철유적이 다수 확인됐다”면서 “이번 발굴조사는 해당 유적의 3차 발굴조사로, 특히 후백제 문화층에서는 온전한 형태의 청동제 소형 동종(銅鐘)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동종은 높이 26.5㎝, 지름 10∼15.6㎝ 크기다. 작지만 일반적인 범종(梵鐘)의 형태를 온전히 갖췄다. 종을 매다는 용뉴부분에 용이 조각돼 있고, 용뉴의 바닥이자 종의 천정부분인 천판 가장자리에는 입상화문(立狀花文)이 둘러져 있다. 종의 윗부분과 그 아래 상·하대에는 꽃가지무늬(唐草紋樣·당초문양)가 둘러져 있고 상대 아래에는 4개의 네모난 테 안에 9개의 연꽃봉오리 돌출 장식이 있다. 몸체에는 종을 칠 때 망치가 닿는 자리가 2개의 연꽃무늬로 조성됐고, 그 사이에 2구의 불보살(佛菩薩)상 장식이 있는 등 비교적 세련되고 표현이 우수한 형상을 갖췄다.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범종은 구리로 제작되어 동종으로도 불리는데, 시간을 알리거나 공양과 예배시간을 알리는 중요한 기구”라며 “이번 경우같은 소형 동종은 경주 지역 등에서 몇 건 출토된 적이 있었으나, 전북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것으로 대적골 유적의 다양한 성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동종이 나온 구역의 다른 시대층에서는 숯가마와 철 생산 등에 관여된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조선 시대 건물지도 확인됐다.
건물지 주변에서는 삼국∼고려 시대 토기, 청자 조각, 기와 등이 출토되었는데, 이 중에서 후백제 기와가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이곳 유적에서는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드는 가마인 제련로 4기, 철 소재를 600∼700°C의 온도에서 가열하는 단야 공정에 필요한 노를 칭하는 단야로(鍛冶爐) 2기 등 철 제련과 관련된 여러 시설과 장비들의 흔적이 확인됐다. 또한 호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거푸집 생산 가마와 퇴적구도 확인됐다.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측은 “그간의 조사를 통해 대적골 유적은 철광석의 채석부터 주조(鑄造·쇠를 녹여 거푸집에 부어 만듦) 또는 단조(鍛造·금속을 두드리거나 눌러서 만듦)에 이르는 일체의 제철과정을 볼 수 있는 종합 제철유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수군 지역은 철기 문화권이던 가야국 중 하나로 학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장수가야’로도 불리는 지역이라 이번 종합 제철유적이 가야 문화와도 관련있을지가 관심을 끈다. 연구원은 “장수 대적골 유적의 고고학적인 가치를 고려하여 앞으로 유적의 성격 규명을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학술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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