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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文정부, 천안함 5·24 조치 "실효성 상실"... 폐기는 왜 못하나

10주년 맞아 北사과 없고 실효성만 사라져

金장관, '폐기' 질문에 "어떻게 연관시키나"

장관 취임전엔 "文, 군복입고 쇼한다" 비판

시민단체 폐기촉구... 공식선언엔 정치 부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던 중 “천안함 폭침은 누구의 소행이냐”는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5·24 대북제재 조치 10주년을 맞아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의 사과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부가 “실효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효성은 사라졌으나 ‘명시적 폐기’ 선언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어 사실상 5·24 조치에 대한 묵시적 무시 전략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5·24 조치에 반하는 예외 조치를 꾸준히 이어왔지만 남북관계가 경색 단계에 이른 현 시점에서 공식 폐기 선언까지 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21일 헌혈하는 김연철 장관. /연합뉴스


5·24 조치 폐기 질문에 말 돌린 김연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앞 주차장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헌혈 행사장에서 “5·24 조치 폐기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느냐”고 답했다. 이후 대다수 언론은 이 발언을 “5·24 조치 폐기를 검토한 것은 아니다”라며 김 장관이 선을 그은 취지로 풀이하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5·24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쳐왔다”며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여 대변인의 발언을 감안하면 김 장관의 발언은 “폐기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통일부는 관련 언론 보도들에 대해 “김 장관이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나’라고 답변한 것은 ‘5·24 조치의 폐기 여부와 관련된 답변은 아니다’라는 점을 참고하라”고 기자단에 알렸다. 그러면서 김 장관 발언의 속뜻은 따로 풀어서 제시하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을 ‘5·24 대북제재 조치의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정부 입장을 5·24 조치 폐기 선언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이해하면 잘못된 일이었다. 5·24 조치 폐기 검토 여부를 물었는데 다른 대답을 했다는 것이었다. 통일부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질답의 맥락을 고려할 때 김 장관은 사실상 동문서답을 한 격이 됐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5·24 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실효성이 상실됐고 남북 교류협력과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 이명박 정부 시절의 5·24 조치는 굳이 폐기 여부를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는 뜻이었다.

김 장관은 22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창립 총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유예조치를 통해 상당 부분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5·24 조치는 남북 교류협력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역대 정부 잇딴 예외 인정과 국제 대북제재

정부가 5·24 조치의 실효성 상실은 인정한 것은 역대 정부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모두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비정치·종교·문화계의 방북은 선별적으로 허용하면서 벽을 조금 낮췄다. 박근혜 정부도 2013년 11월 남·북·러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5·24 조치의 틈을 벌렸다. 더욱이 2016년부터 유엔과 미국이 본격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5·24 조치만의 특별성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가 사라지는대로 5·24 조치와 정반대의 협력을 꾀할 태세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 249개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5·24 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있으면 행정조치에 불과한 5·24 조치는 지금이라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5·24 조치는 천안함 폭침 직후인 지난 2010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독자적 대북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조치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을 골자로 한다. 24일은 조치가 시행된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천안함. /연합뉴스


공식 폐기 선언은 정치적 부담

다만 5·24 조치에 대한 선언적인 폐기는 현 정부에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주도를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족들과 이를 중시하는 국민들의 여론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5·24 조치가 명목상 유지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걷힌다 하더라도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는 이어갈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북한과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시절의 5·24 조치는 굳이 폐기 여부를 검토할 필요조차 없지만, 폐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굳이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킬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장관 취임 전 5·24 조치에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김연철 장관조차 말을 아끼는 부분에서도 추정할 수 있다. 김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펴낸 대담집에서 “5·24 조치를 해제할 때 반드시 천안함 사건과 연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안 했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어떻게 사과를 받아내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천안함 폭침 5주기에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했을 때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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